안티자기개발서주의자의 첫 자기개발서 읽기 고백
역행자?를 만나기까지
2023년 10월 31일. 화요일 2교시는 1학년 우리반이 학교 도서실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지난 9월까지도 한글 읽기가 어려워서 내가 옆에 데리고 앉아서 읽어 주고 따라 읽게 하고 하던 아이들이
두 명 있었는데, 그 사이 읽기 능력이 향상되어 조근조근 작게 소리내며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끝인가, 하면 아니다. 진중하게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한 명씩 손을 잡고
서가로 이끌어 관심을 두고 읽을 만한 책을 골라주고 자리 잡고 앉아서 읽게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그러다 신착 도서 서가에 눈길이 갔다.
20여 권의 책 중에 거의 절반이 뇌과학 관련 도서였다.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뇌과학과 인지학습 등의 주제가 여전히 핫한 이슈라는 것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 중 세 권이 눈에 들어왔는데, 결국 골라들은 것은 '역행자' 확장판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일주일 전 쯤 유튜브 알고리즘에 끌려 '몰입' 관련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나름 설득력이 있었던 거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나 궁금해서 책을 빌렸다.
읽어야지 했지만 주중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집에 오면 쓰러지기 일쑤였다.
11월 3일, 저녁 7시 인천의 작은책방에서 어린이 발달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오가는 길에 '역행자'를 읽기 시작했다.
초입은 정말 흡입력이 대단했다.
그렇게 절반 정도를 읽고, 오늘 아침, 냉온욕을 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중반 넘어가면서는 반복되는 내용이 좀 많아서 몰입이 어려웠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역행자 = 자아실현 = 개척자의 삶 = 인간 해방?
자의식(사회문화적 형성), 유전(호모사피엔스 본능),
(애석하게도 또 하나는 뭔지 기억이 안남)에 역행하는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일단,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자의식을 역행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류의 책을 집어서 읽었던 기억이 없다.
대한민국 베스트셀러의 가장 상위 자리를 차지하는 자기계발서들을 의식적으로 외면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알고 있을 그런 책들을 나는 읽은 적이 없다는,
자청이 가장 비판하는 그런 류의 꽉 막힌 인간이었던 거다.
굳이 그렇게 의식적으로 '성공'하려고 노력하고 싶지는 않다는 자의식.
둘째,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블로그를 열고 글을 쓰는 것 또한 자의식을 역행하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서평이나 글을 썼지만, 주로 신문이나 잡지 청탁글이거나 페이스북 기록용이었다.
그냥 책을 읽다보니 맨날 블로그해야지, 브런치해야지, 티스토리할까?
생각만 하던 것을 이제라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는 거다.
그래서 일단 네이버 블록, 브런치, 티스토리 등을 검색하다가 여기를 선택해 글을 쓰게 되었다.
작년에 브런치를 열어만 두고 그냥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셋째, 박사 학위를 끝내고 난 다음부터는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단행본을 굳이 찾아서 읽지 않으려고 했던 관성을 반성하게 된 것 역시 역행이다.
이제 좀 책을 잘 챙겨 읽자, 전공책 말고 다른 책도 좀 읽자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일단, 이 책을 고1인 둘째 딸에게 권했다.
딸이 자의식에서 역행하여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일단 딸을 역행하는데 성공한 것이니
나는 레벨이 올라가는 거다. 실패한다면?
이렇게 블로그를 개설하게 된 것에서 만족한다.
그 다음은? 다음 글에 쓰도록 하겠다.
(그래야 글을 또 쓸 구조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