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해야지

by 성열호

"오늘부터 해야지."

이 말을 몇 번이나 했을까.


백 번? 천 번? 밥먹듯이 한 말이니 지금까지 먹은 끼니 수 정도는 될 것 같다.

오늘부터 운동해야지. 오늘부터 책 읽어야지. 오늘부터 저축해야지. 오늘부터 영어 공부해야지. 다이어리 첫 장엔 항상 거창한 계획이 적혀 있었다.


1월 2일쯤 되면 그 다이어리는 책상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내년에 꺼내 앞에 한 장 찢어내곤 다시 쓰려고.


문득 3년 전을 떠올려봤다.

그때도 나는 "오늘부터 해야지"라고 말했다. 헬스장 등록하고, 재테크 책 사고, 자격증 책을 샀다.


그리고 헬스장은 3개월 다니다 안 갔고, 책은 30페이지에서 멈췄고, 자격증 응시는 매번 응시기간이 언제인지만 확인했다.

만약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면?

일주일에 세 번만 운동했어도 지금쯤 몸이 달랐을 거다. 한 달에 10만 원만 모았어도 지금 통장에 360만 원은 더 있었을 거다. 자격증이 두어 개는 있었을 거다.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조금씩, 꾸준히 했으면 됐다.

근데 난 뭘 했냐.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부터." 그 내일이 3년이 됐다.

변명은 항상 그럴듯했다.

"요즘 바빠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번 주만 쉬고 다음 주부터 제대로."


듣기 좋은 핑계들. 문제는, 핑계는 끝이 없다는 거다. 바쁘지 않은 날이 있던가. 컨디션 완벽한 날이 있던가. 다음 주가 오면 또 다른 핑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매번 다른 이에게 하던 말이 사실은 나에게 더 필요한 말이란 걸 깨달았다.


완벽한 조건은 안 온다. 절대 안 와. 기다리면 평생 기다린다.

나는 '꾸준히 한다'는 걸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꾸준함이란 매일 빠짐없이 완벽하게 해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라도 빠지면 실패. 한 번 무너지면 끝. 그래서 며칠 못 하면 "에이, 망했네" 하고 통째로 포기해 버렸다.

운동 3일 빠졌다고 헬스장 끊고, 저축 한 주 못 했다고 통장 해지하고, 책 일주일 안 읽었다고 책장에 꽂아두고 안 쳐다봤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3일 빠졌으면 4일째 다시 가면 되는 거였다. 한 주 못 모았으면 다음 주에 다시 넣으면 되는 거였다. 근데 난 "완벽하게 못 할 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라고 생각했다. 게으르면서 쓸데없는 곳에서 완벽주의였나 보다.

그런 의미에서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큰 울림이 있었던 것도 당연했다.

예쁜 원이 아니어도 괜찮다. 삐뚤빼뚤해도 괜찮다. 중간에 끊겨도, 다시 이어서 그리면 된다. 중요한 건 원을 완성하는 거지, 예쁘게 그리는 게 아니다.

꾸준함도 마찬가지다. 매일 안 해도 된다. 실패해도 된다. 어제 못 했으면 오늘 하면 된다. 지난주에 망했으면 이번 주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 넘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안 일어나는 게 문제다.

완벽한 꾸준함 같은 건 없다. 그냥 포기하지 않으면 그게 꾸준한 거다.

그래서 오늘부터 다시 해보려고 한다.

또 오늘부터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한숨만 나오긴 하는데, 어쩌겠나.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다만 이번엔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 완벽하려고 안 할 거다. 하루 빠져도 자책 안 할 거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니까.

인생은 긴데, 뭘 그렇게 급하게 완벽하려고 했을까. 3년 전에 시작 못 한 건 아쉽지만, 지금 시작하면 3년 뒤엔 달라져 있겠지. 아니, 달라져 있을 거다.


오늘부터 해야지.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