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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life of ease Sep 17. 2024

06. 남 얘기로 돈 버는 쇼츠

프레임과 대상화

  쉬는 날이면, 유튜브를 하루에 몇시간 이용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을 봐도 '쉬는 시간' 이라는 개념은 거의 '잠깐 유튜브 보는 시간' 정도로 치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누워서 쉴 때도, 잠을 자기 전과 깬 직후에도 유튜브와 그 속의 쇼츠들은 휴식과 재미를 한 번에 주는 필수적인 존재인 것 같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쇼츠를 몇십분씩 몇시간씩 보는 분들도 주변에 있습니다. 나쁘고 좋고의 판단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몇 개를 넘기다보면 질려서 닫아버리게 됩니다. 제 집중력이 부족한 탓일 것 같습니다. 제가 새로운 주제를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시시각각 바꿔가며 받아들일 지능과 처리속도가 없는 것도 같습니다. 어쨋든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 자체에 중독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제 자신에게 감사할 때도 있습니다.


  쇼츠라는 항목이 생기고 나서는, 모두 쇼츠를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들은 대부분 10~20분 정도의 영상을 올리는 양질의 영상을 열심히 만들어서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입니다. 그런 유튜버들도 고민을 하는 내용을 영상에 담곤 합니다. '쇼츠를 해야하나 고민이다.', '쇼츠를 해달라는 말이 많다.' 등등 쇼츠는 유튜버에게는 더 큰 성공과 많은 시청자를 위한 선택지이며, 우리에게는 짧은 시간 재미를 주는 좋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다가도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휴대폰을 키면 거의 100% 유튜브 쇼츠를 잠깐 볼 것 같습니다. 저도 어느정도는 이미 습관이 되고 중독이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쇼츠 영상들이 참 많습니다. 1분 안에 모든 내용을 담아내야 하다보니 바로 자극적이고 눈을 사로잡는 내용이 나옵니다. 말도 참 빠릅니다. 요리하는 영상을 보면 효과음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엄청나게 빠른 화면 전환이 일어나서 눈이 쉴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재미있는 쇼츠 영상들 사이에서 제 눈을 끌지만 마음을 조금 상처내는 영상들이 있습니다. 불편함을 주는 영상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바로 남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담아서 더빙하거나 AI 기술을 이용해서 음성을 넣은 영상들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제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연예인 또는 유명인, 또는 다른 사람들을 프레임화하고 대상화 하는 문구들입니다.


  가장 불편한 내용은, 실제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 제목으로 거짓으로 유명인을 대상화하는 내용입니다. 어떠한 방송의 일부 내용을 따서 성적인 대상화를 하는 문구를 썸네일에 적어 놓습니다. '**의 어떠한 취향' 등 성적이거나 정치적인 내용을 썸네일에 넣습니다. 막상 눈에 이끌려 그 내용을 보면 관련된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취향' 이라는 단어만 쏙 빼서 알고보면 먹는 취향을 얘기한다거나, 아니면 최근에 관심있는 특별한 취미활동 등을 얘기하는 엉뚱한 내용입니다. 제목도 거짓말이 아닌 듯이 교모하게 적어놓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내용을 본 사람들은 '뭐야 이거'하고 넘기겠지만, 이미 그 썸네일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사람을 대상화하는 마음을 갖게되고, 오해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상대방의 이미지에 훼손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이 글을 쓰며, 유튜브를 켜 보았습니다. 눈에 띄는 제목이 있습니다. '뉴진스랑은 안해요 키오프 나띠 거절이유' 라는 제목입니다. 이 내용을 보고 넘어간다면, 최근 이슈에 어떠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든 한 쪽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헐 왜 저래 하고 넘어간다면 어떻게 이야기가 퍼질 지 모르고, 잘못된 정보가 오가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실제 내용은, 너무 팬심이 크다는 내용입니다. 썸네일이 중요하고, 클릭하게 하기 위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도움이 될 것을 압니다. 제가 만약 그냥 유튜브를 유영하다가 봤어도, 이게 뭐지? 하면서 클릭했을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다, 요즘에는 이런 거 많고 너무 다 하는 거라서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고, 너무 예민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쁜 감정이 이런 내용을 통해서라도 퍼져나가는 것이 저는 불편한 감정입니다. 


  또 한 번 새로고침을 했습니다. '***의 나락을 감지한 팬들.' 이라는 제목이 보입니다. 실제 내용은 최근 연애를 인정한 여배우의 상대방 남자의 가족사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내용이고, 심지어 상대방의 가족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나락'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여배우 자신이 되었습니다. 이런 식의 제목이 싫습니다. 그리고 '팬들'의 의견까지 일반화해버리는 제목이라 더욱 불편한 것 같습니다. 한 번 한 번 새로고침하면 이런 제목을 보게 되고 이런 내용을 보게 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픈 것 같습니다. 나쁜 감정과 오해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쌓이는 이미지 훼손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인들 뿐 아니라, 과거에 잠깐 방송에 출연했거나, 운동선수이거나, 길거리에서 인터뷰한 일반인들도 대상이 되는 영상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상들이 불편하다는 제 의견일 뿐입니다. 나쁘다 좋다,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쇼츠를 잠깐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데, 한 편의 쇼츠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고민이 들어가고, 누군가의 생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불편한 이유는, 이 세상에 '나쁜 감정의 총량' 같은 것들이 더 커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말로 누군가가 불쌍해서, 인류애가 가득차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나쁜 감정들이 점점 피어나게 된다면, '하나의 작은 영상'으로 댓글에서 서로 욕하는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 감정이 언젠간 모든 사람에게, 나에게 되돌아올 것 같은 이기적인 마음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리 불편한 것 같습니다. 행복한 내용으로, 웃을 수 있는 내용으로 쇼츠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쇼츠를 5분 정도는 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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