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작했냐.
우리나라 어딜 가나 화장실은 '무료'입니다. 특별한 관광지를 가면 화장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지하철역에도, 그리고 국민의 사랑 스타벅스에도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살기 좋은 동네에는 공원에도 아주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화장실이 많은 것 같아요.
빈익빈 부익부, 화장실이 너무 없는 곳도 종종 있습니다. 어떤 상가 단지에 갔을 때 미팅을 하기 위해 일을 보러 갔을 때가 있습니다. 회사가 많은 곳은 괜찮은데,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복합상가들이 많은 동네에서는 화장실 찾는 것이 요즘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개방화장실'이라는 개념 아래에서 다른 건물들은 화장실에 비밀번호가 모두 걸려 있고, 모두 실제 상가를 이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게끔 되어 있습니다. 저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사람인데, 종종 상대방과의 만남을 화장실을 참다가 막상 밖으로 나와서 찾으면 없을 때 매우 조급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저가형 카페에 들어가곤 합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등 별로 마실 필요는 없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화장실 비밀번호를 보고 이용하거나 키를 받아서 이용해요. 빌라 단지에서도 필요없는 물건을 편의점에서 사고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옛날에 비해서 잠겨있는 화장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건물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일은 너무 고된 일일 것입니다. 또는 화장실이 지저분해져서 청소 비용이 올라가는 건 모두 임대인의 몫이 되기도 하겠습니다. 청소부를 고용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은 비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개방 화장실이 정해져 있고, 화장실을 마구 지저분하게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화장실 문을 하나 하나 잠그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 알겠지만, 개방된 화장실에서 엄청나게 더러운 쓰레기들과 지저분한 변기 상태, 그리고 상상하기 싫은 광경을 많이 마주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도, 어느정도는 화장실의 유료화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화장실이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 고질적인, 화장실 남자 소변기의 배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만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화장실을 보면 남자 소변기의 위치가 너무나 불편한 곳에 설치되도록 인테리어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공감하실까요? 평소에 불편함을 느끼셨을까요. 굉장히 궁금합니다.
저는 남자입니다. 남자로서, 소변기를 이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왜냐면 문틈 사이로 소변보는 모습이 보일 수 있는 이상한 배치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지을 수 있지, 지을 때 여기다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이 보일거라고 생각하지 못할까, 이런 생각이 너무나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습니다. 그 카페는 건물 1층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문만 열면 소변보는 옆모습이 아주 잘 보이는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그랬습니다. 문을 열고 나갈 때 누군가가 지나가면 남자든 여자든 지나가는 사람이 잘 볼 수 있게 끔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변기마다 칸막이도 없었던 것 같아요.
많은 우리나라 화장실들이 그런 구조로 아직 유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볼까 불편하기도 하고, 오히려 지나가는 여성분들은 더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던 소변 그냥 보는 것이고 심적인 불편에 그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여성분들은 머리와 시선을 고정하고 지나가야 하는 육체적인 불편이 생기니까 더 불편할 것 같습니다. 종종 불편해서 소변 중 밖을 보면, 굉장히 불편하고 딱딱한 자세로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키며 지나가는 여성분들을 보면 괜히 이 상황 자체가 짜증이 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처음 누가 화장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연히 이런 배치와 이런 구조는 최대한 화장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노력에서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칸을 막는 콘크리트나 구조물을 설치할 비용을 아끼기 위한 노력도 같이 더해져서요. 제가 가본 모든 불편한 화장실 중에 구조를 조금만 바꿔서 설치하면 완전히 가릴 수 없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짜증날 때, 머리가 막 돌아가고 해결방법을 자동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이라서, '아니, 이거 이렇게 놓고 여기다 이거하고 이러면 될 거 아냐.' 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드니까요.
이런 서양식? 화장실에 사용하는 변기나 세면대 같은 기계들이 과거에 생기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화장실은 여성 미화원들께서 청소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좋은 호텔이나 호화로운 건물들에서는 남성 미화원분들을 뵌 적이 있습니다. 그런 소수의 장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여성 미화원 분들이 청소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여성 미화원이 청소중입니다.'라는 팻말을 세워두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화장실을 다른 층으로 가서 이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너무 당연한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여성 미화원 분들이 계신 곳에서 소변을 보는 것이 불편하다가 점차 적응이 되었고, 이제는 아무렇지 않기 직전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런 작은 관습 같은 것들처럼 이런 화장실의 배치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다보니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화장실 구조는 앞으로 점점 더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거울에 비쳐서 밖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선으로 보면 사람들이 지나가는 게 보이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당연히 신경이 쓰이고 시선 관리를 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녀 화장실을 멀리 떨어뜨려 둘 곳이 아니라면 소변기는 조금 숨겨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남자의 비밀이니까요. 내 소변 보는 모습도 조금은 비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중요한 곳은 보이지 않을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 자체를 모르는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내 모습이, 내 자연스러운 생리적인 현상이 다른 사람을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화장실 큰 변기 칸을 오히려 앞에 배치하고, 소변기를 구석에 감춰주세요. 법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장실을 건축할 때 작은 규칙 속의 규칙이라도 제정해서, 시야에서 자유롭도록 법제화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봅니다. 굉장히 예민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잖아요. 서로 조심할 수 있게, 아니 조심할 필요도 없게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대부분이 불편하지 않다면 저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다들 조금은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렵게 찾은 길거리 속 화장실에서, 조금은 마음 편히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