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날씨처럼

by 헤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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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음이 흐리다.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문장을 몇 번이고 썼다 지운다. 이런 날에는 자꾸만 잠만 자게 된다. 축 처진 느낌. 마치 마음에 비가 내리는 것 같다. 다음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길이 이렇게 고된 줄 몰랐다. 우울하니까 밥도 먹고 싶지 않고, 그저 영원히 잠들어 있고 싶다. 인생을 한 번에 건너뛰기해서 어서 엔딩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 마음 날씨는 흐림이다.

마음 날씨를 조종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아직 없다. 이유도 모른 채 우울 폭격을 맞고 스프링클러 터지듯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그러면 어쩔 줄을 모르고 넋 놓고 바라만 보는 거다, 내 마음의 하늘을. 그리고 다시 맑아질 때까지 버티며 기다린다. 한번 이렇게 비가 내린 날에는 하늘이 맑게 개기까지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먹구름이 잔뜩 껴 금방이라도 뭐가 쏟아질 것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은 급한 물을 끄기 위해, 무작정 밖으로 나가봤다. 마음 날씨를 바꿀 수 없다면, 몸의 건강한 기운이 마음으로 흘러 들어가게라도 해보자 싶어서였다. 음악을 들으며 동네 하천을 따라 걷다 보니 빗줄기가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한 시간 정도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가족들과 먹을 음료를 주문했다. 세상을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을, 양 손에 무게를 더해 가만히 붙잡아둔다. 휴. 오늘도 살아냈다. 이제 마음에도 비가 잦아들어 빗방울만 듣는다.

집에 돌아와 가족들이 맛있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음료를 한 입 홀짝 빨아들인다. 달달한 초콜릿 향이 입안에 퍼진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비가 그쳤다. 마음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도 있었구나. 그 비결은 별다른 게 아니었다. 그저 내게 맛있는 걸 먹이고 좋은 걸 보게 하는 것. 그러니까 일단 나가 걸으라는 정신과 의사들의 말이, 나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틀리지만은 않았던 셈이다. 나가면 무슨 일이든 생기니까. 오늘 얻은 교훈을 잘 기록해두고, 또 마음에 비가 내릴 때마다 꺼내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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