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못생겼네

by 헤엄


AKMU 노래 중에 <못생긴 척>이라는 곡이 있다. 사실 나는 잘생겼는데 못생긴 척 하는 거란 내용이다. 한때는 나도 그렇게 내 모습을 나쁘게 보는(혹은 볼) 타인에게 큰소리 땅땅 칠 수 있기를 바랐다. 지금은 타인의 시선 다 치우고, 거울 속 내 모습이 내 마음에만 들었으면 좋겠다. 평생 그렇게 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 지독한 우울증은 자존감을 다 앗아가 나를 이미 보정 어플과 다이어트 강박 없이 살 수 없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살사고가 심해진 무렵에는 거울을 보는 날이 줄었다. 당장 먹고 사는 게 문제인데, 얼굴 타령할 처지도 아니였다. 얼굴이야 아무렴 어때, 나는 어차피 죽을 건데 마인드였다. 그런데 이제는 살아야 한다. 살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까 자살사고에 매달리느라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내 뚱뚱한 몸이 보였다. 인생 최고치 몸무게를 찍은 내 모습을 보고 나는 한동안 밥을 먹은 즉시 토해냈다. 그러면서 운동은 왜 하지 않았냐 물으면 공황 때문이라 답하겠다. 손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결과 먹토와 적게 먹기가 습관이 되었다. 완전히 썩은 동앗줄이었다.

도대체 왜 나를 가만두지 못했던 건지. 그때는 거울 속의 내가 그렇게 미워보일 수가 없었다. 내가 먹는 한 입, 그걸 먹고 기뻐하는 내 모습을 한 대 치고 싶었다. 정신 차리라고. 너 그렇게 먹어가지고 돼지 되면 어떡하냐고. 이 자기혐오 가득한 문장이 실은 나를 사랑하는 목소리임을 지금은 안다. 그러니까 나는 나를 그만 미워하고 싶었던 거다. 되도 않게 꼬투리 잡아가며 못살게 굴었던 이유도, 나를 조금 더 예쁘게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알아차리기까지는 왔으니 이제 실천을 해야 하는데, 거울 앞에서는 유독 마음이 약해진다.

입원해 있을 때, 전공의 선생님과 먹토 습관에 대해 상담했던 적이 있다. "OO씨는 만족하지 못할 거예요. 몇 kg가 돼도, 그것보다 더 감량해야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지금도 순간적으로 먹토를 하고 싶어질 때마다 -물론 못 참고 토해버릴 때도 있지만- 이 말을 생각한다. 맞다. 이대로라면 나는 어떤 모습의 나에게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나를 너무나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하나도 없을까. 으이그, 못난 인간. 그래도 꾹 참고, '으이그'에 애정을 조금씩 더 담아보기로 한다.

으이그, 오늘도 못생겼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나고, 이미 태어난 거 랜덤 뽑기해서 차은우 얼굴로 바꿀 수도 없다. 이 못난 애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까.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니 거울 보는 빈도가 자연스럽게 줄었다. 썬크림 정도만 척척 바르고도 문제 없이 외출한다. 나를 궁금해하는 마음이 어서 나를 싫어하는 마음을 이기고, 그 마음이 다시 나를 좋아하는 마음 쪽으로 기울었으면 한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 내게 말을 걸고, 사랑을 담아 구박할 것이다. 으이그, 오늘도 못생겼네.


덧) 오늘 글은 카페에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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