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의 가장 뭣같은 점은 끊임없이 나를 설명하고 타인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점 같다. 공황이 왔을 때 보통 겉으로는 티가 잘 안 나는데, 당사자인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티내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모른다. 내 힘듦을 한 톨이라도 이해받으려면 말로 그 고통을 증명해야 한다. 아니 내가 죽을 것 같이 숨이 막힌다는데, 쓱 보기엔 멀쩡하니까 졸지에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그거 공황장애 맞아? 너 공황이 아니라 다른 거 아니야? 내가 실제로 들었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말들이다.
공황은 몸이 이미 위기 상황인데 그걸 언어화해야 하는 이중 노동이기 때문에 지독하다. 공황이 들이닥치는 순간 병과 나는 곧바로 한 몸이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게 붙어있는 병이 어떤 모습인지, 얼마나 사악한 녀석인지 모른다. 그러니 내 존재에 스민 내 병을 자꾸만 부정하려 드는 것이다. 공황이 오는 그 순간에는 아직 본인에게만 유효한 이 병을 다른 사람에게도 유효한 것으로 만들 여력이 없다. 공황이 지나고 나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가 이렇게 힘들었노라고 겨우 말은 꺼내볼 수 있지만, 상대가 내 아픔이 진짜라고 믿어줄 지는 미지수다.
사실 공황이고 뭐고, 내 고통을 남에게 보이기란 쉽지 않다. 얼마 전 만난 친구로부터 너 이제 꽤 멀쩡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글쎄, 실은 나도 내가 멀쩡한지 어떤지 모른다.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 좀 나아 보이냐고 응수하긴 했는데, 나조차도 내 고통이 정확히 얼마만큼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대답을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 하긴 고통의 견적을 낼 수 있다면 나는 이미 병을 정복했겠지. 나도 내 상태를 모르는데, 더군다나 남은 얼마나 무지하겠는가. 정신과 계열의 병들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특징인 것 같다.
공황을 인정받지 못해 억울한 마음에 글을 썼는데, 쓰다 보니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래. 오늘은 정신질환 당사자인 내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보자. 대신 내 고통이 유효함을 부정하는 말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야무지게 대응해야겠다. 누가 뭐라든 내가, 우리가 겪는 정신적인 고통은 진짜다. 나조차도 크기와 강도를 잘 모르지만 아무튼 실제로 존재한다. 고통은 자기 존재를 부정하려 할수록 몸집을 불린다. 그러니 나의 고통을 인정하고,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이 더 이상 숨기기에 급급해야 하는 일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