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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하 Sep 01. 2018

젊어서 그래

나도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되겠지만

나도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되겠지만,


기성세대가 되는 것이 두렵냐고 묻는다면, 두렵다고 답할 것 같다. '녹슨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마치 녹이 슨 기계처럼 많이 움직이던 순리대로 움직여야 편하고 힘이 많이 들지 않는 사람이 언젠가는 될 것이다. 불합리한 것에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정의롭지 않은 것에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은 기성세대에게서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휴학을 하고 나서 혼자 보내는 시간 동안 내 생각과 주관을 확립하는 법을 배웠다. '이상한 사람과 이상한 말에 대응하지 않기', '다른 생각이 내 생각과 다름을 인정하되 내가 믿는 것이라면 나라도 그것을 끝까지 믿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생각을 의심하지 않기'. 그러니까, 나는 나 자신을 믿는 것이 필요했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겠으며, 내가 믿지 않는 생각을 다른 누가 어떻게 믿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내가 기성세대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을 것이다. 기성세대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한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그저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만을 염원한다. 육체적인 젊은이든, 정신적인 젊은이든, 그 젊음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 나는 보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아무리 끼워 맞춰지도록 요구받아도 나는 내 생각과 주관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젊어서 그래'라는 말이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개강 첫 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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