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원래 이렇게 애매한건가요
얼마 전 사진관에서 취업 증명사진을 찍었다. 원서 내려고 하는 곳에서 증명사진을 첨부하라고 하는데 내가 최근에 찍은 증명사진은 대학교 입학 전에 찍은 아주 예전의 나였다. 무려 4년도 더 된 그 사진을 첨부할 수는 없어서 다시 찍으러 갔다. 한창 취업 시즌이라 사진관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요즈음 나이에 대한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한다. 스스로의 나이를 자각을 잘 못한다고 해야되나, 내가 이제 스물넷이라는 것도 나이를 누군가 물어봐야 다시 깨닫는다. 맞다! 나 스물네살이었지... (충격)
종종 대체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흐른거지... 라며 생각에 잠긴다. 취업 증명사진도 정말 찍으러 가는 것 자체가 뭔가 이상했다. 정장을 합성하고 머리도 깔끔하게 합성한 나는 정말 어색했다. 계속 보니까 적응되긴 했지만, 취업 증명사진은 마치 취준생의 길에 접어든 신호탄 같았다.
스물둘에 한 학기 휴학을 하고나서 내 진로에 대한 길을 뚜렷하게 찾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진로고민은 정말 어쩌면 평생 동안 해야하는 고민인데 겨우 6개월 쉬었던 것으로 나의 길을 바로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말 엄청난 오산이었다.
성급하게 정한 진로가 내 진로가 되거나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을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했다. 중요한 건 살면서 계속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이지, 그걸 취업 준비생이 되기 전에 단칼에 정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 때의 나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마음이 조급해서 현실에 치우쳤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극도로 좁혀서 빠른 선택을 해버렸었다.
그 와중에 운이 정말 좋게도 여러 가지 기회가 되어서 지금의 생각에 영향을 준 다양한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캡스톤 디자인 전공 수업을 듣고 내가 원하는 건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직장임을 깨달았다. 올해 초에는 정말 좋은 기회로 유럽으로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해외에서 혼자 정말 잘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혼자 여행을 하면서 해외에서 실제로 살아보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학연수를 다녀와서는 세종시의 모 정부 부처에서 인턴 비슷하게 직무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열심히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비대면 수업으로 어찌어찌 잘 마무리 된 4학년 2학기를 매듭 짓고 있다. 복수전공 때문에 5학년 1학기까지 다녀야하는 설움이 있지만, 공부해야 할 양이 많고 한 학기 쉬었으니까 졸업이 1년 늦춰진 것은 그렇다 칠 수 있다.
제일 애매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취업 증명사진을 찍고나서부터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나 자신에 대한 확신 하나만으로 걸어가는데, 언제까지 걸어가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현재 상황에서 갈 수 있는 아무 기업으로 바로 취업을 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앞으로 내가 받게 될 수많은 결과 통보 메일, 그 메일의 내용과 양이 막연해서 솔직하게 두렵다. 취업준비생으로너무 뻔한 이야기이지만, 확실한 게 하나도 없어서 무섭다. 당연히 나만 그런 것도 아닐테고, 특히 지금 시국에 힘들지 않은 사람들은 없겠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내 상황이 아프게 느껴진다.
빨리 이루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20대 중반의 이 어중간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일 수 도 있다. 그럼 '욕심을 버려봐!'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욕심이 많아서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 별 수 있나, 일단 되는 데까지 해보아야지. 20대 중반의 어중간함을 견디기 위해서는 정말, 제일 힘든 정면돌파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