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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하 Aug 27. 2017

좋아서 하는 일 소감문

8월 여름방학, 초등학교 어울림 캠프를 다녀오고 나서

 대소초등학교에서의 3박 4일 어울림 캠프는 첫 전체총괄(*전체총괄 = 하나의 교육현장활동에서 가장 큰 책임을 맡는 사람이다.)을 맡은 캠프였다. 교육기부단에 작년 9월에 들어가고 나서 보통의 교활을 나름 가보았지만, 작년 여름에 갔었던 학교에 프로그램 선생님이 아닌 전체총괄로가는 것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참여학생 명단을 봤을 때 작년 어울림 캠프에서 한 교실에서 보았던 같은 조 학생, 다른 조 학생들의 이름이 새록새록 다시 기억났던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작년에 갔던 학교에 또 간다는 설렘보다는, 전체총괄으로서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또 캠프 중 사고나 이탈 없이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나는 뭐든지 항상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려웠는데, 세부적인 사항에는 집중하고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은 잘하지만 넓은 시야를 가지고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해서 늘 아쉬움이 남았다. 또, 저번 동계 교육현장활동에서 총괄로서의 책임이나 업무 수행에있어서 많은 실수가 있었던 나였기에 이번 대소초 어울림 캠프는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했던 캠프 첫날, 캠프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에 있어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해 준 계기가 있었다. 캠프 하루 전날 갑자기 모 방송국에서 어울림 캠프 취재를 온다는 연락을 받았고, 실제로 캠프 첫날 방송국에서 학교를 방문했다. 그날 해당 방송 카메라 담당 분이 갑작스럽게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방송에 나갈 어떤 장면이 필요하다면서 해당 장면 연출을 수업 도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하는 태도에 정말 화가 났는데, 화가 난 그 때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깨닫게 된 것 같다. 내가 어울림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을 전체총괄로서의 역할수행보다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캠프 첫날을 시작으로, 전체총괄을 떠나서 모든 아이들과 좋은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 순간 아이들을 집중의 박수를 통해 집중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캠프시작보다 일찍 온 아이들과 간식을 나눠먹고, 같이 사진을 찍고, 하루수업을 마무리했다. 다른 방법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래도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남지 않았다.




전체총괄은 외로운 위치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해주는 위치였다. 특히 참여 선생님을 이끄는 것은 내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이번캠프에 참여한 선생님이 대부분 나보다 고학번, 고학년이었기 때문에 어떤 사항을 요구하거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캠프 전에 전체총괄인 내가 휘청거리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만큼 참여 선생님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나이와 학번을 떠나서 내가 할 일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일들이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나 자신도 더 당당해 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참여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교사 레크레이션 시간이나 숙소에서의 시간도 너무 즐거웠다. 숙소에서 함께 교구를 준비하거나 내일 수업할 내용을 미리 예습해보는 등의 활동도 알차게 느껴졌고, 학교에서의 선후배를 떠나 같은 교육현장활동의 참여 선생님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큰 사고 없이, 그리고 너무 즐겁게 어울림 캠프를 마무리해서 행복했다. 같이 캠프 진행과 관련된 일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수행한 총괄단 언니들,그리고 수업 열심히 준비해주시고 아이들과의 소통에도 노력하신 참여 선생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캠프를 함께 진행하고 많이 도와주신 대소초등학교 정상미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 모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다음 동계 교활 때 또 전체총괄을 맡게 된다면, 이번보다 걱정은 조금 덜고 기대 반 설렘반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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