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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하 Oct 16. 2019

좋은 직업인과 좋은 사람

엄청난 뒷북으로 <굿피플>을 보고나서

요즈음 좋은 직업인과 좋은 사람은 다른가, 같은가? 라는 생각을 계속 한다. <굿피플>이라는 취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로펌 인턴으로 일하게 된 로스쿨생들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사람을 한번 보고 누가 좋은 사람인지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굿피플> 1회만 보고도 출연자중 누가 일을 상대적으로 잘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누가 좋은 로펌의 직원이 될 수 있는지 구별할 수 있다. 


사실 같은 취준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굿피플>은 이중적이다. 주어진 일을 끝내주게 잘하고 싶은 심정과, 그렇지 못하는 나의 역량이 충돌한다. '좋은 직업인'을 응원하다가도, 또 출연진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좋은 사람'으로서의 응원을 하게 된다. <굿피플>을 보면서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길 원하는 나와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 경쟁에서 이겨야겠다는 '좋은 직업인'으로서의 열망이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좋은 직업인과 좋은 사람의 경계는 그 충돌의 횟수만큼 좁혀진다. 그러니까, 그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몇백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일 어렵다.


<굿피플>을 보고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어졌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동기들과 여행을 가서 4년이라는 시간동안 느낀 각자의 모습을 롤링페이퍼 형식으로 적어주는 활동(다시 생각해보니 정말...교육학과 학생이 할 법한 활동이었다)을 했는데, 내가 느낀 나의 모습과 남이 느끼는 나의 모습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완전히 다른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 두 가지 모습 중에서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한정할 수 없지만, 사회적인 나와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그 중 어떤 모습은 나의 고민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고민의 귀결은 결국 처음의 고민,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채웠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나는 좋은 사람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그렇다! 나는 틀림 없이 좋은 사람이야' 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라고 다시 질문했을 때, '좋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어떤 특징을 가지고 저런 말들을 하지.'라고 쉽게 답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나의 '좋은 직업인', 그리고 '좋은 사람'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고민이 될 것 같다. '좋은 직업인'과 '좋은 사람'은 동의어가 될 수 없지만, 나는 그 두가지 단어가 동시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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