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대해 깊은 회의감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DCU(Dublin City University) 어학원에서의 연수 경험은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 주었다. 어학원의 선생님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영어의 문법과 단어뿐 만 아니라 영어로 말하기와 듣기 능력을 굉장히 강조하는 듯 했다.
Conversation Class 에서 Alan 이 그려준 아일랜드 지도와 유명한 관광지. 그가 추천한 Newgrange 에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가지 못했다.
어학원의 오후 시간에는 ‘conversation class’라는 수업을 또 따로 개설해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싶은 학생들끼리 모여 영어로 프리토킹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도 했다. 오후에 열린 수업의 선생님이었던 Alan은 영어로 말할 때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의 외국인의 입장에서 틀리는 것이 무서울 수도 있다’고 먼저 인정했다. (심지어 Alan은 한국의 영어학원에서 수년간 강사 경험이 있었는데다가, 한국어를 할 줄 알고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나한테 한국어로 ‘잘 가’라고 인사까지 해 주었다!)
그렇지만 Alan은 ‘Don’t be afraid of using incorrect grammars! JUST SAY IT OUT LOUD.’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처음에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잘 못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중요한 건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Alan의 말을 통해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영어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떠올랐고, 그의 말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일정 기간 동안 살아야 할 때, 중요한 건 영어 문법에 맞게 말하고 듣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내가 하고 싶은 말, 물어보고 싶은 질문, 해야 할 언행들을 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후자의 것들은 놓치기가 매우 쉬웠다.
어학원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리고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이 바뀌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문법과 단어 암기만을 강조해봤자 학생 입장에서는 실제로 해외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중요한 건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읽고 쓰는 것도 생활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학원에서 내 준 숙제는 어학원에서 배운 구문들을 이용해서 영작하거나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홈스테이 저녁 시간은 온전히 숙제 하는 시간...
나의 어학원 반 선생님이었던 William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의 상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으며, 똑같은 내용을 어떻게 해야 더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저런 가르치는 능력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건지 너무 궁금했다. 다년간의 교사 생활을 하면 자연스레 가르치는 실력도 는다고 생각했는데, William의 수업을 통해 가르치는 일에 지속적인 열정이 없다면 그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를 가르칠 때 거의 모든 방면에서 ‘완벽’을 추구하고 (그래서 그런지 과제는 조금 ^^ 많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내가 어떤 부분을 잘하고, 어떤 부분을 못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학생 입장에서는 실보다는 득이 훨씬 더 많은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 영문법과 영단어에 극악의 수준으로 취약하고, 영어로 말하기와 듣기, 읽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해주는 선생님은 이 세상에 몇 없을 것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그와 그의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