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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May 21. 2021

고객님이해달라는 대로해드릴 수가없습니다.

섭이의 보험 솔루션

의사 선생님~

제 병은 제가 아는데, 

제가 며칠 공부하고 검색해보니, 제 병은 폐렴 같습니다. 

엑시 레이나 추가 검사 등은 필요 없으니, 권하지 마시고요. 


폐렴에는 A 약이 제일 싸다고 하니까 

그 약을 딱 보름치 처방해 주시고요. 

보름 먹으면 완치된다더라고요.


절대 B 약을 주시면 안 됩니다. 

의사 선생님 마진이 높은 거라면서요?

다 알고 왔으니 사기 치려고 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병원비 만원 내면, 

주사, 약, 그리고 영양제 처방까지 다 되는 거죠?

그 외 더 주실 수 있는 거 이야기해주시고요.

다른 병원에도 가보고, 다 물어봐 놓았고요

제일 많이 주는 곳에서 치료받을 거예요.


그리고 처음 오면 무료로 해주시는 거 맞죠?

다른 병원에 가니까 무료로 해주시더라고요.



믿을만한 설계사가 없다고,

보험이 사실 별것 없다고, 

설계사 믿지 말고, 

고객 스스로 공부를 하고, 

몇 개 회사, 몇 개 상품, 비교 견적을 받고, 

많은 상담을 받아본 후


고객 스스로 판단해서, 

본인이 넣고 싶은 보험을 넣으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양심적인(?) 설계사도 많고, 


셀프 보험 설계하는 법 등을 알려주는 영상과 글도 많다. 


특히 아이러니하게도, 

보험설계사가 아닌 분들이 이야기하는 

보험 설계와 보험 관련 이야기가 

왠지 더 신뢰가 생기기도 한다. 


뭐, 나도 이 일을 하기 전에는 그랬으니,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일을 해보니까. 

보험금을 지급해보고, 별의별 경험을 다 해보니까. 


보험은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넣고 싶은 것만 넣어서는 큰일 난다. 


사고를 경험 한 분들은 상해 보험만을 넣고, 

암 가족력이 있는 분들은 암보험만 넣는다. 



대표적인 보험사만 해도 이 정도고, 더 많은 보험사가 존재하고, 


회사별로, 수많은 상품이 존재하며, 


병력에 따라 회사마다 또 인수 기준이 다 다르며,


이 조차도 매주 매달 달라지고, 


신상품은 계속 생겨난다. 


전업 보험 설계사인 나조차도, 

매일 공부하고 익혀야 하는 게 끝이 없는데, 


이를 보험일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 스스로 공부하고, 견적을 받고, 상담을 받아서

스스로 결정을 하고, 가입을 하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설계사, 고객들은 

그래서 무조건 제일 싼 보험료와

암, 뇌, 심 3대 진단금만 이야기할 뿐이다. 


고지할게 하나도 없고, 

3대 진단금만 넣을 거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근데 보험은 그게 끝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보험은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설계사 믿고 했다가 당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내가 알아서 공부해서 하겠다며 

너무나 공부를 많이 해서. 

사실은 보험 광고에 너무 노출이 되어서, 

잘못된 보험 지식이 많은 분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아무리 공부해도, 사실 결코 나보다 더 잘 알 수는 없다. 

싼 게 더 좋은 것이 아니며, 비싸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 말고 더 중요한 가치도 존재한다. 

약관의 차이도 있고, 보상의 차이도 있다. 

이는 절대 일반인은 알 수 없지만, 


무조건 싼 보험과 획일화된 가입 기준과 상품 등에

세뇌당한 분들은

전문가인 나의 조언보다는

무조건 본인이 원하는 대로만 하고 싶어 한다. 


본인이 열심히 공부하고 찾아서

제일 싸면서, 제일 보장도 넓으면서, 

꼭 필요한 보험만으로 가입을 하겠다면서, 


이렇게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전문가인 내가 봤을 때는,

그것보다 훨씬 좋은 설계가 있어도, 

그 담보보다는 더 유리한 담보가 있어도,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도, 


괜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설득하려고 하면

시간만 더 들고, 계약만 힘들어질 뿐이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그래야 가장 빨리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고객이 원하는 대로만 해줄 수는 없다. 



아무리 공부해도, 상품비교 가격비교를 해도, 

그 오랜 시간, 사실은 훨씬 더 많은 회사, 상품을 비교하고 

훨씬 더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나보다, 

더 좋은 보험을 설계할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보험 설계사를 해야 한다. 


아무리 보험에 정답이 없고, 

결국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가입하는 것이긴 하지만,


전문가이기 때문에,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중에 후회하고, 문제 생길 것이 뻔한데, 

그런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만이라도 

이야기는 해주는 게 나의 의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절대 설계사의 의견은 절대 듣지 않겠다.

내가 결정한 대로만 가입하겠다. 

견적만을 받아보고, 본인이 다 결정하겠다는 

고객님들이 있고, 


안타깝지만, 이런 분들은 나도 고객으로 모실 수가 없다. 


아무리 미래는 모르고 보험은 정답이 없지만, 

내가 찜찜한 보험을 팔기는 싫다. 

나중에 나를 원망할 것 같은 보험을 팔 수가 없다. 


당장의 소득을 위해, 신뢰를 저버릴 수는 없다. 


나도 루키 때는 그렇게 했었다. 

뭐 고객이 원하니까, 내 책임이 아니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그 위험이 생겼을 때, 

이를 미리 알려주지 않은 나에게

분명 원망하고, 아쉬워하는 고객님들을 봐야만 했고, 


그래서 이제는 

아무리 고객이 원해도, 

전문가적인 양심으로 봤을 때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계약이면, 

나의 조언을 거부하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만,

본인에게 불리한, 틀린 선택을 하시려는 분에게는 

정중히 다른 설계사님과 할 것을 권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웬만하면 치아보험, 치매보험, 간병보험, 펫 보험을 팔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나를 다들 참 안타깝게도 보고, 나도 속상할 때도 많다.

그래도 내가 전문 간데, 

아마추어 말대로 해줄 수는 없다. 


내가 파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부끄러운, 찜찜한 계약은 결코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고객 하고만 계약을 하지 

나를 믿지 않는 분께는 

최선의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을 할 수가 없다. 


융통성 없어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바로 섭이의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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