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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Jun 14. 2021

보험을 모르고 대충 해야 돈을 버는 보험설계사

섭이의 보험솔루션

보험 경력 12년 중에, 

아무것도 모르던 루키 때가 보험이 제일 쉬웠다. 


보험의 필요성, 중요도를 머리로는 외웠지만,

보험일을 하기 전에는 보험에 조금도 관심이 없던 사람이고, 

오히려 아주 부정적이었던 사람이었기에

(온 가족이 보험 자체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사실 최대한 싼 보험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비싸고 가성비 떨어지는 보험은 나쁜 보험이었다. 


그래서 고객을 위해서, 

좀 더 저렴한 보험으로 가입시켜주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아는 지식도, 상품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고, 

그냥 단순히 내가 팔 수 있는 상품중에 제일 싸고 좋은 상품을

팔 뿐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보험일을 하면서 

정말 별의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가입하기로 한 전날에 쓰러진 분

가입하고 1년 만에 암에 걸리고 세상을 떠나신 분,

자살하신 분

가입하고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병원을 간 적이 없는 분


어떤 분은 보험료가 너무 부담이라고 이야기하시고, 

어떤 분은 나오는 보험금이 너무 적다고 이야기하시고, 

고객님들 성향도 다 다르고,

모두에게 맞는 보험이란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GA란 곳에 오니.. 여기는 더 엄청나다.

보험회사가 정말 많고(30개는 되는 것 같다), 상품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도, 신상품이 계속 쏟아진다.

회사별로 장단점이 있고, 상품별 장단점이 있고, 

이 또한 계속 바뀐다. 


도저히 회사, 상품에 순위를 매길 수가 없다. 

100% 더 좋은 상품은 있을 수가 없었다. 



'좋은 보험 하나 추천해주세요'


이런 흔하디 흔한 쉬운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어지럽다.


도대체 어디까지 검토를 해야 하는 걸까?


병력, 경제력, 개인적 성향, 나이, 직업 등까지 참고해서 설계를 하려면

정말 끝이 없다. 

그래도 고객님에게 가장 적합한 최선의 보험을 권해주고 싶은데,

알면 알수록,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포인트가 늘어만 간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말 안된다. 


그냥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무난한 보험상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한다. 

어차피 정답도 없는데, 

상담하고, 설계를 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쓸게 아니라,

그 시간에 좀 더 많은 광고와 마케팅을 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가장 저렴한 회사의 가장 무난한 설계(상품)를 획일적으로 많이 파는 게 최선이다.

굳이 어렵게, 더 많은걸 생각하고 잘해주려고 할수록 돈을 벌 수가 없다. 


한 달에 수십 건의 계약을 하고, 수백만 원의 계약을 하는 

'고실적 무식한 설계사'들이 넘쳐난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이야기만 하고, 똑같은 상품만 팔고, 

쉽게 쉽게 상담하고, 계약을 한다. 


증권을 보지도 않고,  

증권분석 프로그램이 시킨 대로 하니, 

나는 며칠이 걸리는 증권분석 보험 리모델링을 한 시간도 안걸려 끝낸다. 


한 달에 수십 건의 계약을 하려면, 나는 새벽부터 새벽까지 오직 일만 하고 

결국 지쳐 쓰러지는데,

정시출근 정시퇴근을 하면서, 편안하게 실적을 올리는 설계사들이 너무 부럽기도 하다. 


내가 이상한 건 맞다. 이런 설계사는 없다.


전문가라는 자존심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설계보다는.

내가 봤을때 고객께 훨씬 더 유리한 플랜을 권하기 위해 길게 설명을 하면서, 

지금은 몰라도 다음에 분명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꺼라며, 설득시키고, 

굳이 계약을 더 힘들게 하고, 오히려 저항감을 들게 만드는 

내가 미친 설계사인 것도 맞다. 


정말 나는 보험설계사란 직업이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10년 넘게 이일을 하고 있다. ㅜㅜ



공부를 이제 그만해야 하는데..

그냥 저 설계사들처럼... 표준 설계안 팔면 되는데..

그냥 고객님이 해달라는 대로 팔면 되는데..

어차피 미래는 모르고, 

고객님이 깰지 말지.. 아플지 안 아플지.. 고민해도 모르는 것들까지..

굳이 내가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고민까지 하면서 

나 자신을 더 힘들게 할 필요는 없는데...


그게 참 잘 안 고쳐진다. 


그런데...그냥 그런 무책임한 보험 설계사가 되기는 싫은데..


보험은 정말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어렵다. 


'심플해져야 한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라'

'고객을 이기려고 하지 마라'

'한 명이라도 더 만나서 더 권유해라'


보험업계의 성공 법칙을 언제나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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