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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Sep 11. 2021

보험설계사 같지 않은 13년 차 보험설계사 이야기

섭이의 보험솔루션

2021년 9월 1일이면

내가 보험일을 시작한 지 딱 만으로 12년 되는 날이다.


2009년 9월.  

남들 다 부러워하는 외국계 기업

가장 빠른 승진, 가장 좋은 대우를 받으며,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그곳을 그만두고 나올 때 다들 미쳤다고 했다.


살면서 영업을 해본 적도 없고, 성향적으로 영업이 맞지도 않고,

또 어떤 금전적 욕심이나 절박함도 없던 내가,

다른 회사로의 이직도 아니고, 보험영업을 선택했다는 게 이상하긴 했다.


그때도, 지금도, 알고 있었다.

나는 정말 보험 영업이 맞지 않다고..


솔직히는,

그 당시, 보험 영업이 아니라, 설계사들 관리하는 직업이라는 말에

속은(?) 탓이 컸다,

담당 지점장님께 입사하는 그날까지도,

저는 절대 보험영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단 한건의 계약도

안 해도 관리직이 될 수 있죠?라고 순진하게 물어봤던 나다.


실적에 관계없이 11주간의 영업 체험(?) 후에,

영업을 하지 않는 관리직이 된다는 확답에,

순진하게도 보험회사로의 이직을 했고,

그날 이후 만 12년째 보험일을 하고 있다.


역시나, 소질, 적성이 전혀 맞지 않는 보험영업의 길은 참 험난했다.


사교성 떨어지고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고)

남들 피해 주는 것 절대 싫어하고, 거짓말 못하고,

숫자적인 목표에는 전혀 동기 부여가 안 되는 내 성격은

절대 고능률 보험설계사는 될 수가 없었다.


보험일 잘하는 사람들은 딱 보인다.


생각보다는 활동력이 우선이고,

돈에 대한 욕심이 커야 하고, (목표지향적)

어느 정도 사기꾼 기질과 뻔뻔함이 있어야 한다.


지금도 페이스북이나 온라인 등에

엄청난 소득, 활동력, 계약 건수 등을 자랑하는 설계사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보다는

나는 절대 저렇게 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고,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과연 제대로 계약을 했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 문제긴 하다.

자극받고 분발해야 할 텐데.. 나는...

한 번도.. 돈과 물건에 동기부여가 된 적이 없다.


지금 보험 시장은

꼼꼼한 상담을 통한 개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누가 더 심플하게 빨리 더 많이 판매하느냐 싸움이다.


그리고 해약 리모델링을 잘하고,

특히 종신보험 (CI, GI보험) 해약을 잘 시키는 사람.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보험 공부보다 광고나 상담 DB를 더 많이 사서

쉽게 쉽게 계약을 하는 사람이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시대다.



그걸 알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찜찜한 계약은 하기 싫어서, 알릴의무를 더 꼼꼼하게 따지고,

수당보다 고객에게 유리하냐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고,

내 궁금증이 풀릴 만큼은 공부를 해야 하고,  


간편한 어플 증권분석 대신 실제 증권을 보고, 나만의 툴에 따라

일일이 엑셀로 정리하는 시간이 엄청 걸리는 증권분석을 하고,


웬만하면 해약을 하지 말라고 하고,


고객이 아무리 원해도, 내가 봤을 때 아닌 것 같으면 안 해주고,


내 양심에 걸리는 계약,

내 맘에 들지 않는 나를 믿지 않는 고객과의 계약은 내가 거절하기도 한다.


이러면 절대 많은 계약, 높은 소득을 올릴 수가 없다.

(그래도 먹고는 사는 데는 지장은 없다)


근데 오지랖은 또 넓어서,

그냥 보험 하나 팔고 잊어버리면 될 텐데.


보상을 챙기는 건 당연하고


보험판매인 말고, '라이프 파트너스'라는 이름처럼

인생의 파트너로서

고객님에게 벌어지는 별의별 상담을 해주고 산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10년 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게다가 버라이어티 한 인생을 살아온 덕분에,

진학, 진로, 심리상담 등 생각해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상담 영역이 많아서

보험영업을 하는 보험 설계사 가 아니라

인생의 파트너, 컨설턴트로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던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더 힘들어 보이는 남편과 본래 잘 먹지도 않는 소주를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지금 굉장히 사이가 좋아졌다며 고마워한다.

(내 상담실력이 그들이 받았던 유료 부부 상담사보다 훨씬 낫단다.)


신혼부부 상담을 하곤, 보험상담은 금방 끝냈는데

(도저히 깰 수가 없어서 조금만 보완하는 걸로 )

결혼 준비하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고,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해주었더니 이제는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취업이 어려운 취준생을 위해, 취업컨설팅을 해주어 수십 명의 학생들을

대기업에 취업시키기도 하고,

수학이 어려운 자녀들을 위해, 수학과 외도해주고,

그 외 진로, 진학, 인생 상담을 해주고..


보험영업을 위한 고객관리 이긴 한데..

좀 과하게 많은 영역에서,

선을 넘은 듯한 다양한 일을 한다.



그래서

뭐가 참 바쁜데..

하루 일과 중... 보험 상담하고 보험 영업을 하는 시간보다.

함께 인생을 고민해주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이 항상 궁금해하며 물어보는 질문


'내가 아는 보험설계사와는 너무 다르세요 '

' 진짜 보험 설계사 같지 않아요.'

' 보험 말고 딴 거 하시면 진짜 돈은 더 버실 것 같은데요.'

' 설계사님은 선생님이 어울려요'

' 저는 너무 고맙고 좋은데, 설계사님이 너무 힘드실 것 같아요.'

' 이렇게 그냥 다 알려주시면 설계사님 괜찮으세요?'

' 그래도 절대 그만두시면 안 됩니다. '


보험영업이 참 안 어울리는 보험설계사가 나다..

그걸 알면서.. 한 번도 보험설계사였던 적이 없었던 내가

10년이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네 ㅎ


12년 전 보험일 시작할 때 나는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냥 이런 설계사가 있으면 고객은 좋겠다 싶었다.

정말 까칠한 내 맘에 드는 설계사는 절대 찾을 수 없을 테니.


그냥 내가 하자고 시작한 보험일.


세상에 없던 설계사. 세상에 이런 설계사도 있다.


이렇게 또 1년 2년.. 계속 나는 보험일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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