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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Dec 09. 2021

보험을 권하지 않는 보험 설계사

섭이의 보험 솔루션

보험일을 13년째 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제일 어려운 고민은

어디까지 '보험'을 알려줘야 할지에 대한 문제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선택은 고객이 하는 것이니까,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상품과 보험 정보가 있으면 

항상 알리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보험 설계사의 의무다. 


그래서 특히 타 먹는 보험이 중요한.

손해보험사 상품 판매를 주로 하는 

설계사님들은 수시로 카톡에, 문자에, 전화에,

방문까지 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보험을 또 권하고, 조금씩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과감히 또 해약 리모델링을 한다. 


나는 그냥 계속 보험 때문에 신경을 쓰게 하는 게 싫고, 

어차피, 자잘한 것까지, 신생 보험까지 다 맞춰서 가입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그래도 안 아플 확률이 더 많고, 

보험 아니면 해결 안 되는 큰 것 위주로만 준비하고, 

어차피 모든 걸 보험으로 커버할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는 통장의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큰 이슈적인 게 아니면 

특별히 권하거나, 변경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대한 유지하고, 건드리지 않으면서, 조금씩만 보완하고 

보험을 잊고 지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사실은,

평소에는 보험을 권하지 않는 설계사가 최고라고 하면서도, 

막상 일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보험금을 더 많이 받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그렇게 자주 연락하고, 괴롭히는(?) 보험 설계사를 

싫어하면서도, 어느 순간 보면, 

그 설계사에게 신상품을 결국 가입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신상품이 나왔는데, 보완을 안 해줘서 

본인만 못 받았다며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있고, 

좀 적게 나오면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들고 ㅡㅡ


이 모든 분들의 마음을 다 맞출 수는 없으니까. 

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고객님들도 만나서 물어보면, 항상 다르다. 

평소 때는 괜찮다 하면서도, 

왠지 보험이 넣고 싶어 지거나, 걱정되는 그 순간에는

자주 연락하고 계속 새로운 상품을 권했던 

설계사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보험은 왜 넣으셨어요? '

'매일 오던 설계사가 하도 필요하다 하니까, 들어보니까 또 맞는이야기 같고 

  넣었지'

'창섭씨는 이런거 안하잖아요?'


그렇게 나를 믿고 별의별 이야기 다 하는 사이면서도, 

아무말 없이 다른 설계사님께 이런저런 계약을 하신 고객님들 보면,

섭섭하기도 하면서도 내가 참 보험설계사로서 부족하다는 반성을 한다.  



그래서 나도 신입 교육을 할 때는 항상

그냥 생각하지 말고, 

보험 설계사니까, 

계속 안내하고 이야기하고, 들이대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나는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점잖게 하는 영업에, 멋있어 보일 수 있겠지만, 

이게 정말 맞는 건지는 정말 모르겠다. 



이제껏 푸르에서 만났던 

나의 고객님들은 크게 보험에 관심이 없으셨다.


수억 원이 나오는 사망보험금이 있기 때문에 자잘한 보장에는 관심이 덜했는데,

최근에 온라인을 통해 만난 손해보험사 위주의 고객님들 성향은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보험 설계사가 적극적으로 보험을 권하지 않는다..


이게 정말 양심적인 설계사인지, 바른 설계사인지...

모르겠다. 


그냥 계속 이야기하고,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해주는 게 맞는지..

그렇게 하면 분명 실적은 더 올라갈 텐데..

그렇게 하면 내가 행복할지.

고객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오늘도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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