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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Mar 22. 2022

사망보장 생명보험이 어려운 이유

섭이의 보험솔루션

'4년 대졸 이상'

'직장경력 2년 이상'

'보험 무경력자'

'현재 구직 활동이 6개월 넘지 않은 사람'


예전 회사를 다닐 때, 라이프000라 불리는 설계사 지원 자격이었다. 


그리고 이 조건은 지원 자격일 뿐이고, 

JOB 설명회 1,2,3을 각각 2시간 정도씩 들은 후,

그 전후로 수없이 많은 개별 면담과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본심과 실체를 알고,

마지막으로  지점장 면접, 본부장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을 할 수 있다.


면접도 절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지원자 한 명을 놓고, 해당 지점장과 부지점장

일 대 다 면접을 치르는데, 

거의 1-2시간에 이르는 심층 질문을 통해, 

그간 후보자의 살아온 인생을 면밀하게 검토를 하고, 

'진정 고객을 위하는', '끝까지 책임지는' '인성과 능력'이 있는 사람임을

판단하고, 실제로 면접에서 많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 면접을 통과 하더라도 본사의 영업부서 최고 임원인 본부장과의 

1:1 면접까지 통과 해야 했다. 


이회사의 모든 지점장, 부지점장, 본부장등 영업 관리직은 전부 

설계사 출신이다. 


지원자격도 까다롭고, 면접도 너무 어렵기 때문에 

1년 내내 보험설계사 한 명 뽑는 것조차 어려운 곳이었다. 


나도 적어도 대구에서는 최고의 학력 (경북대학교 법학, 사회학 석사)를 가졌고, 

오티스 엘리베이터라는 미국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굉장히 잘 나가던(?)

인재였음에도,  당시 면접에서는 합격 보류 판정을 받았었다.


(아무리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의 물질적 욕심과 영업력은 

있어야 하는 일인데, 내가 가진 성향은 보험 일과는 너무 맞지 않고, 

본래 다니던 회사일을 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던

당시 지점장님의 판단이 정말 정확했다)


보험설계사 면접에서 떨어질 줄은 사실 꿈에도 몰랐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전에 이직을 위해 무수히 많은 면접을 봤었지만, 

떨어진 적이 없었던 나였고,(내가 안갔을 뿐이고)  

가장 만만하게 봤던 보험회사 면접이 제일 까다로웠고, 

무슨 이런 질문까지 하나 싶었고, 

나의 실체가 다 까발려진 것 같아 굉장히 부끄럽기도 했다. 


보험회사 같지 않은 보험회사.

대기업 출신자, 최고의 엘리트들이 가는 보험회사

다른 보험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말 다른 보험회사

그 시절의 그 보험사는 분명히 그랬다. 


어느 기업체보다 개인별 능력이 떨어지지 않았고, 

아니 최고의 인적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최고의 조직이었으며, 

내가 이 조직의 일원임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멋있었었다. 


워낙 쟁쟁한 이력의 설계사들이었기에, 

(본사 스텝들보다 설계사의 역량과 스펙이 훨씬 더 뛰어났기에)

아무도 이들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할 수 없었고, 

모든 스텝들을 영업을 하는 이분들을 위한 지원 부서일뿐이었고,

설계사가 사장님에게도 직접 바로 전화를 하고 건의를 할 수 있었던 회사였다.  


우리는 단지 보험상품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인생을 위해 

가장 소중한 생명보험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Different & Better 했다. 

그 자부심과 프라이드는 하늘을 찔렀다. 


왜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 설계사를 뽑고, 

설계사의 앞으로의 각오뿐 아니라 

그동안 살아왔던 과거와 인성을 그렇게 따지고 확인을 했을까?


그 회사는 오직 '사망보장 세일즈'만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 가장 친한 지인을 찾아가서, 

'생명보험의 소장한 가치'를 이야기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절대 보험일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닌데, 

할 일 없거나 잘렸을 사람이 아닌데, 그런 사람이 갑자기 보험 설계사가 되고,

찾아와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죽음'을 이야기한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기라도 해 주려면, 

이 사람 자체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만큼 

'잘 살아온 신뢰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지난 과거가 무책임하고 이상한 사람이었다면

어느 누구도 그들이 하는 '책임감'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왜 그 사람이 보험일을 하는지가 궁금하고, 

그런 사람이 하는 이야기니까 한번 정도는 관심 있게 집중해서 듣게 되고, 

저 사람이 저렇게 까지 이야기하니, 믿어야 할 것 같고, 

절대 나에게 나쁜 이야기,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설령 당장 동의가 100%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믿고 가입을 하는 것이 

그 시절 그 곳의 생명보험 세일즈 방식이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이었고, 

절대 아무나 뽑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나도 설계사를 채용하고 교육을 하는 세일즈 매니저를 할 때는

왜 그렇게 입사 기준을 까다롭게 하는지, 면접을 그렇게 어렵게 보는지,

과거보다는 지금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게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 적이 많았다. 


다른 보험사는 아무나(?) 다 뽑는데, 

이 회사는 타사에서 영업을 1건이라도 한 적이 있으면 입사도 안되고, 

신입으로만, 그런 스펙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게 정말 너무 어려웠다. 


학력이 전부도 아니고, 

어차피 누가 잘할지는 아무도 모르니 누구에게라도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회사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얼마 후 

회사에서 입사기준을 완화시키고(학력, 경력 완화), 사회 초년생, 잡리스 등

기존에는 절대 뽑지 않았을 사람들을 채용하고, 

형식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대부분 지원만 하면 합격이 되고,  

더 많은 설계사를 뽑고, 규모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이 보험사가 가졌던 장점이 무너지고 

이 회사도 다른 회사들처럼 

'사망보장 생명보험' 세일즈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사망보장 생명보험이 가장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보험임에도, 

가장 저항과 거부가 많은 '죽음'과 '인생'을 이야기한다는 게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이를 고객에게 전하고, 준비시키도록 하려면, 

정말 좋은 설계사와 최고의 트레이닝 시스템, 

아픔을 함께 하는 동료, 이를 지원하는 회사 시스템까지

모든 조건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가능했다. 


그러나, 설계사도, 교육도, 동료도, 회사 시스템도, 무너지면서, 

그 회사조차도 지금은 사망보장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존경받은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더 이상 예전의 그 회사는 아니다)


이런 시스템을 가질 수 있는 보험회사는 없다. 

아니 가지려면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고, 결단도 필요하다. 


치열한 보험시장에서, '가치'와 '본질'만 가지고, 영업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절, 그 시스템만이 

사망보장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GA에 와서 그렇게 멋있었던 예전의 그 회사를 GA에서 해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절대 가능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사망보장이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하지만...

이걸 자신 있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기가 정말 힘든 현실이다. 


제대로 설명해주면 누구나 공감하고,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하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기에, 보험사도 포기한 사망보장이기에, 

사망보장을 구닥다리, 옛날 보험이라고 이야기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사망보장을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사망보장은 정말 예전 보험일까?

나는 옛날 보험 설계사 인가?

변하는 게 맞는 것일까?


사망보장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생명보험사, 

사망보장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보험설계사 

이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어렵더라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느 보험사라도, 어느 보험 설계사라도...

누군가는 이를 이야기하는 게 맞지 싶은데..

과연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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