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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Apr 17. 2023

잘해주려고 하면 할수록 더 힘든 보험 영업

15년차 보험 설계사의 일기

오늘은 참 힘이 빠지는 일들이 계속 있네요.

뭐 15년이나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속상하고 섭섭한 건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속상함, 상처를 안 받기 위해, 

보험 일을 좀 대충 하자고 다짐을 매번 하는데, 성격상 그게 잘 되지가 않고..

보험 일은 언제나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보험에는 정답이 없죠. 결과론일 뿐이고,

보험 상품이나 설계도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보험 상품도 계속 바뀌고, 

인수 조건이나, 보장 범위도 회사마다 상품마다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보험 설계를 한번 제대로 해보려고 하면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립니다. 


보험료가 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다소 비싸지만 약관상 보장범위가 더 넓은 상품도 있고,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알짜 담보들도 있고, 

많이 판매되지만 사실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가치와 내용까지 다 감안하고, 

알짜 담보들까지 채워 넣다 보면 오히려 보험료가 오를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는 회사나 상품을 권할 때도 있습니다. 


근데 저는 모든 보험 설계의 기준은 

수당이나 시책, 저의 이익이 아니라 고객님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시책에 맞춰서 고객님께 불리한 상품을 판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다소 제 손해가 있어도 가장 유리한 플랜으로 설계를 해드립니다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저는 보험 상담하고 설계를 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굉장히 많이 소요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상품비교, 견적 비교, 다른 설계사와 비교하시지 마시고 

저를 믿고 하시라고 항상 말씀드립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제가 보내드리는 제안서에는 정말 많은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아무리 고객님이 공부를 하고 다른 견적을 받아 비교를 하신 것보다 

더 많이 고민해서 설계를 해드린 것입니다 

진짜 별의별 고민까지 다해서 설계합니다. 


믿고 맡기신 분에게 정말 최선의 설계를 해드린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말씀드렸이 제 보험 설계가 정답이 아닙니다 


제가 봤을 때는 이게 최선인줄 알았지만 

고객님 마음에는 안 드실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는 틀린 보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본인의 보험이니까, 마음에 안 드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다른 분께 하셔도 되고요..


고객님의 마음을 못 얻고, 설득을 못한 제 능력 탓이니 그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간혹

끝도 없이 계속 다른 설계사님이나 

다른 곳에서 받은 설계와 비교하고 공부만을 하시는 분

(결정은 안 하시면서 계속 질문과 설계만 받으시는 분 있습니다)


저를 믿고 하신다 해놓고, 상담받고, 견적 받고 정보를 얻은 후 

제가 보내드린 제안서대로 다른 설계사한테 가입하시는 분


상담 다하고. 이야기 다 해놓고, 갑자기 연락 두절되시는 분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해서 정말 어렵게 하나 하나 맞춰서, 힘들게 설계했는데, 

결국 가장 흔한, 가장 팔기 쉬운, 

고민을 1도 안한  설계안으로 가입하시는 분 

(물론 다른 설계사님께 )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제가 고민을 안 했거나, 그렇게 노력을 안 해도 되었는데 힘이 빠집니다. 


잘해주려고 그렇게 많은 보험사 비교하고 설계하고 담보 하나하나 넣고 빼고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믿고 하신다는 그 말에 ...


계속 이야기 드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설계안이나 제가 마음에 안 들어 안 하실 수도 있습니다. 


거절을 하시더라도 '예의'를 챙겨주셨으면 좋겠고, 

그래도 최소한의 고마움이나 미안함은 표현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고객님을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썼는데,

그냥 갑자기 '연락 두절', '가입 거부'하시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하루에 수십 명을 상담하고 수십 건의 획일화된 견적을 보내는 설계사가 아니라


개개인에 맞는 맞춤식 설계를 하는 설계사여서 

많은 분을 모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 분 한 분이 저는 참 소중합니다. 


너무 어렵게 보험을 배운 탓에. 

그리고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피해 주는 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보험 영업 방식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물론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서 

제가 이일을 15년째 하고 있지만..


그래도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참 어려운 보험 영업입니다. 


뭐 다 제가 부족한 탓이겠죠 ^^

  

    15년차 보험 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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