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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Oct 12. 2023

보험료 10억 납부하는 고객님 (정말 답답합니다)

섭이의 보험 솔루션

이분은 제가 원수사에 있던 시절의 지인 고객님이신데요.  (일반 샐러리맨)


그때도 워낙 보험이 많고,

샐러리맨 월급으로는 보험료가 상당하기에, 있는 보험 잘 유지하실 것을 말씀드리고, 

그래도 제가 보험회사 왔다고 하나 가입해 주신다고 하셔서, 

최소한의 종신보험 하나 (사망보장 1천만 원) 가입을 했던 분이셨습니다. 

(이보험이 유일한 사망보장 보험입니다)


이후 종종 연락을 드리기는 했지만, 별다른 보험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3년 전에 다시 전체 온 가족 보험의 정리를 요청하셔서 가입 내용을 보았더니

위와 같이 이후 엄청난 보험 가입 현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ㅜㅜ

 

매번 보험료 줄이려고 상담을 했는데, 

혹시나 아플까 싶어서 해지 못하고 추가로 가입만 하다 보니 가입 건수가 늘었고, 

도저히 안되어 가장 양심적으로 일을 하는 저에게 그제야 연락을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가입내역(2년전)


사실 이렇게 보험 좋아하시는 분께는 유지 생각하지 말고 

계속 신상품 권하면 참 가입이 쉽습니다. 


굳이 유지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하겠다는 고객 말릴 필요도 없고, 

괜히 보장이 줄어드는 해약을 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근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절대 유지가 안되고, 

이렇게까지 가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권하지도 않고, 


고객님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설계사가 아니니 때문에

오히려 제가 더 불편해서 연락을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절대 보험을 이렇게 가입하면 안 됩니다. 

(배우자, 자녀 보험은 더 심합니다 ㅜㅜ)


그래서, 이건 한두 개 정리하고, 바꾼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고, 

다소 보장이 줄어드는 한이 있어도. 일괄적으로 싹 정리하시고

완납이 가능한 수준으로만 유지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반을 날려도 절대 적은 보험료, 부족한 보장이 아니기에, 

보험료가 부담이면 해약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싹 정리 후에, 해지 끝나면 재 정리해서 보완하기로 하고 상담을 마쳤습니다. 


근데 그 이후에도 여전히 보험 정리를 하지 않으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신상품 소식만 들으면 또 저에게 문의를 하셨고, 

해약을 하지 않으셨다면 지금 더 이상의 보험 가입을 권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상담 요청을 하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입 내용을 다시 보니 1년 사이에 추가로 40만 원이 넘는 

신 계약을 가입하신 상황이셨습니다 .(110만원 ->150만 원 26건)


제가 안 해주니 텔레마케터를 통해서 4건

본래 계속 계약을 하던 담당 설계사를 통해 2년 지난 보험 몇 개 해약하고,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보험으로  3건을 더 가입하셨네요.


당연히 보험료는 더 늘었고, 

그렇다고 보장이 딱히 엄청나게 더 좋아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고객님도 본인이 가입한 보험이 뭔지도 모르시니까요)


저는 도대체 그동안 무슨 짓을 했던 것일까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줄걸..

차라리 그러면 내용이라도 좋았을 텐데.. 돈이라도 벌었을 텐데요..


참 화도 나고 답답합니다. 


이렇게 가입하면 보험금 청구도 어렵습니다. 

차라리 보험을 가입 안 한 것보다도 못합니다. 


물론 결과론이지만, 절대 완납도 불가하고 

이렇게 가입했다면 아프기를 바라야 합니다.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정리도 해드리고, 

도움을 드리려고 했는데, 허탈합니다. 


문제는 이런 분이 참 많이 있습니다. ㅜ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드리면 될까요?


내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드려야 할지...

상담은 저에게 다 받고, 청구도 저에게 물어보고

보험 가입은 다른 설계사한테 다 하는 이런 상황이 참 서글픕니다. 


어차피 가입을 결정하고, 보험료를 내고 유지 하는 것은 고객님의 권리니까

앞으로는 복잡하게 생각말고,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계속 가입을 권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진정 고객님을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드렸지만,

아무리 걱정하고 말려도, 

결국은 고객님 하고 싶은대로 하시더라구요.


-15년 차 보험설계사 홍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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