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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Nov 20. 2024

'거절'이 너무 싫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보험 설계사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굉장히 인정받고, 전도유망하던 외국계기업의 파트장에서,

갑자기 '보험설계사'가 되었을때, 

아무리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이 너무나 부담스럽고 불편했습니다. 


나는 그대로고, 직업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만나자는 약속하나 잡기가 그렇게도 힘들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보험설계사에 대한 편견이 더 심했고, 

지인 영업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지인'들을 찾아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거절이 너무 힘들었지만, 

선배님들은 그런 저에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고, 

그 '거절'을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보험 설계사란 직업 자체가 '거절'이 생활이고, 

무수한 '거절'속에서 결국 달콤한 열매를 얻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거절'이 너무 싫었습니다 


아무리 도움이되고 좋은 상품이고 보험이라 할지라도, 

거절을 안 받기 위해 아무리 잘 준비해도, 

모든 사람들을 만족 시킬수는 없고, 


일방적으로 내가 먼저 제안한 보험은 당연히 '거절' 가능성이 더 컸습니다. 

특히나 저는 사망보장 '생명보험'을 판매했었기에 거절이 더 많았습니다. 

 

'거절'로 힘들어 하는 저에게

계속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제안하고, 

무수한 거절을 경험하다 보면 대수의 법칙에 따라 더 많은 계약을 하게 될것이라고

위로를 하였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 부담을 주고, 피해를 주는 것이 너무나 싫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가 제일 힘들고 싫었던 점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사람들의 '거절'이 아니라,


뻔히 제 사정을 알고, 오랜 인연과 관계가 있음에도, 

힘든 '거절'을 해야 하는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보험 영업을 잘하는 비결은

대수의 법칙에 따라 단순하게 좋은 상품 계속 들이대고, 제안하고

마침 가입하려고 맘먹은 사람들을 더 많이 발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대수의 법칙'이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부담을 주면서 이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내 스스로 아무리 이 상품이, 이 제안이 고객을 위하고, 지금 고객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사람들마다 각자 사정이 있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친한 사람의 제안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아픔은 

얼마나 클지를 알기에, 저 혼자 편하자고 무작정 들이대는 것은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이런 생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사실 보험일 뿐 아니라 영업이 맞지 않는 성향이긴 합니다. ) 


저도 보험 일 하기 전에, 

저를 찾아왔던 많은 지인, 가족 보험 설계사들의 무수한 제안 속에서, 

때론  가입과 거절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기에, 

그 아픔을 제 지인, 가족들에게 강요 하고 싶지도 않았고,


'저는 다릅니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건 나만의 생각일뿐

상대방에게는 똑같은 부담스러운 '보험 설계사'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거절을 많이 받아야만 하는 대수의 법칙이 아니라, 

많은 상담 많은 계약 대신 꼭 필요하고 만족스런 상담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고, 

폭발적인 성장, 고실적은 못했지만 

고객님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16년차 보험 설계사로 아직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신입 설계사가 들어오면 많은 관리자들이 그들에게 

더 많은 '거절'을 받으라고 가르칩니다. 


(물론 요즘은 그래서 상담 신청을 한 고객님만 만나는 DB영업이 대세이기는 합니다)


오늘도 매일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고 연락해서 '거절'을 받았다고, 

그러나 절대 포기 하지 않고 더 많은 '거절'을 받겠다고 다짐하는 

호기로운 설계사들도 많이 보입니다. 


고객의 불편함이나, 부담을 다 생각하기 보다는

본래 그런 직업이니까, 그래야 하니까, 

자기의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많은 '거절'을 받으려고 하고 

프로 영업인인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절대 제가 옳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객관리'란 명복으로 

매일 아침, 그리고 수시로 보험설계사들이 일방적으로

'보험 광고' 톡, 문자를 보냅니다. 


(솔직히 들이대고 계속 연락하는 설계사가 부담된다는 고객님들도, 

결국 실제 보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때는 

그런 설계사와 계약을 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영업 실적 향상을 위해서는 '배려심'보다는 '적극성'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거절'이 싫고, (미안하고)

고객이 원치 않는 일방적인 '광고'를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저의 이런 성향때문에 영업 관리자로서도 영 자질이 없는것 같습니다 )


그래서 고객님께 연락을 드릴때도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려고 하고, 

안 알려주는게 더 미안한 상품이나 이슈가 있을때만 연락을 드립니다. 


사실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형식적인 카톡, 문자도 안보내고,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그렇지만 보험금 청구건이나 문제가 생겼을때는 최선을 다해 도와드립니다. 


그냥 보험 파는 보험 판매인이 아니라, 

진정 고객님을 위하는 라이프파트너가 되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것입니다. 


오늘 아침

오늘도 열심히 계약과 리쿠르팅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많은 보험 설계사님과 관리자분들의 획일적인 톡을 보면서, 

'거절'을 한번 이야기 해봤습니다. 


근데...진짜 프로는 제가 아니라 그들인것 같습니다. ^^


- 16년차 보험설계사 

- 홍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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