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로 돌아가기
서른 중후반, 이른 은퇴 아닌 은퇴 후에 깨달은 사실은 ‘나 돈 버는 재주가 없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십여 년 간, 나름대로 승진도 빠르고 이직도 잘 해와서 회사를 나가면 뭐라도 해서 연봉만큼은 벌겠지 했는데, 오산도 아주 크나큰 오산이었죠.
1년 가까이 이것저것 끼적끼적 기웃거리다, 하나도 성과를 얻지 못하고 기만 푹 죽었습니다. 이제 회사 안 다니니까, 힘든 건 싫으니까, 적당히 여유 있게 즐기면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이런 뜻은 아니었나 봅니다.)
지난 1년 간,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뭐든 온 마음을 다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기 시작했을까요?
(핑계 아닌 핑계지만) 아직 배터리가 덜 찬 것 같아서, 당분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택해보기로 했습니다. 버는 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쓰는 건 너무 마음대로 되니까 매일매일 이 쓸데없는 욕망들과 사투를 벌이는 나날들이 되어 가고 있네요.
그래도 아직은 치열하고 바쁘게 스시 오마카세 매일 먹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기보다는, 매일 유유자적하면서 반년에 한 번 오마카세 먹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더 즐거워요.
한 집에 같이 살기로 한평생 동반자 화초서생도 곧 백수가 되는데... 우리 부부 잘 살 수 있을까요?
소박하게 살고자 욕망과 분투하는 아주 치열하고 궁상맞은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 알아보고자 해요. 들어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