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야 왜 유부남, 유부녀들이 아이돌에 빠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둘만의 안정감, 소소한 웃음이 가득했지만 연애 시절의 '설렘'을 되살리기란... 음... 조금... 아니 많이 어려우니 말이죠.. 그러다 보니 화초서생과 함께 <나는 솔로>도 보고, <돌싱글즈>도 보고, <하트시그널>도 봅니다. 이제는 오지 않을 그 풋풋한 설렘을 엿보기 위해서요.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 주변 친구들도 거의 결혼을 하거나, 곧 결혼할 예정이거나, 결혼하지 않는 동반자의 관계를 약속한 이들이 많습니다. 이따금 알게 된 어린 친구들의 연애사를 들을 때면 그렇게 재미있지 뭐예요.
그러던 중에, 화초서생의 참 괜찮고 세상살이에는 능숙하지만, 연애에만은 능숙하지 않은 친구의 소개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꽤나 오래 해외에서 생활했기에 이런저런 소개팅의 조건들을 물었는데, 한 가지만 꼽으라면 "차가 없는 남자도 괜찮은가?" 하는 질문을 뽑았다고 합니다.
친구는 닮는다 했던가요. 화초서생과 친구들은 매우 훌륭한 두뇌와 역량을 자랑하는 편인데 운전을 싫어하는데요.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운전하기보다는, 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뚜벅이들인 거죠. 운전하면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책이든 휴대폰이든 원하는 걸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다네요. (반대로 저는 달달거리는 낡은 차라도 대중교통보다는 독립된 공간이 확보되는 차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뭐 운전기사도 자처하고 있습니다. )
여하튼, 그런 얘기를 하다가 화초서생이 물었습니다. "차 없는 남자 괜찮아?" 그래서 대답했죠. "처음 만났을 때 차 없었잖아." 그리고 웃었습니다. 그때 왜 괜찮았냐고 물어서 잠시 생각을 해보니... 한창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 헤매던 시절, 이따금 짧게 짧게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 볼 기회가 있었는데, 포르셰나 벤츠 같은 좋은 차를 모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왠지 마음에 꼭 맞지 않았고 편하지 않았다고요. 그 당시에는 멋있어 보이긴 했지만 (저도 몰랐던)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조금 달랐던게 아닌가 싶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화초서생은 수수합니다. 그 수수한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달달거리는 제 첫차를 함께 타고 다니고 있어요. 화초서생이 좋은 차를 뽑아 와서 시원하게 문을 열어주며 "타!" 하는 건 바라지 않는데, 그 좋은 차를 제가 운전하고 싶다는 욕망은 불쑥불쑥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창문을 열고 바깥바람을 느끼며, "그래, 아직은 이 작은 차에서 속닥거리는 재미가 있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