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50
흑백요리사가 인기다. 점점 사람들이 먹는 즐거움을 알아가기 때문인지, 혹은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음식이어서 그런 건지. 우리 부부도 아기를 재운 후 흑백요리사 한 편을 보는 재미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전과 다르게 보면서 불편함이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저 뜨거운 음식을 고무장갑으로 잡으면, 유해물질이 잔뜩 묻어날 텐데. 으악, 비닐에 음식을 넣어 가열한다고?! 요리가 아니라 발암물질을 만드는 게 아닌가!! 세상에나, 저렇게 태우면 맛은 있겠지만 몸에는.... 설마 플라스틱 믹서에 뜨거운걸 가는건가.
남편은 보는 내내 '요리가 식을까' 걱정이고, 나는 내내 '몸에 안 좋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저기 나오는 분들은 꽤나 유능하신 분들인데도 아직 요리 기법 중에는 몸에 좋지 않은 방법도 많은 모양이다. 파인다이닝도 저렇게 할 거 아니야. 최근까지는 외식에 있어 '원재료'나 세척이 잘 되지 않아 남아있을 '잔류농약', 첨가물 등을 걱정했다면 거기에 조리법도 추가되었다.
사실 나도 라면이나 콜라를 좋아하고, 퇴근하고 귀찮으면 컵누들로 저녁을 때우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건강에 신경 많이 쓰는 남편을 만나 식단을 꽤나 뜯어고쳤다. 음료수 자체를 잘 마시지 않고, 가공식품을 연에 한두 번 특별한 이벤트 정도로 먹는 식단. 조미료도 천연조미료 외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임신준비를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오염물질에 대해 알게 됐다. 대체로 여성의 경우 플라스틱을 멀리하면 생리통이나 각종 여성호르몬 관련 질환으로부터 개선됨을 느낀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랬다. 임신이 되지 않아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그때, 주방을 바꿨다. 플라스틱을 몽땅 버리고, 실리콘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도자기나 스테인리스제품으로 모두 바꿨다.
그때 느꼈다. 내 몸에 좋은 것이 자연에도 좋겠구나. 내 몸에 나쁜 것은 자연에도 나쁘겠구나. 생각지 못했던 연결감을 이해한 순간이었다.
약 3개월, 채소/단백질 위주의 찜 요리나 샐러드류만 먹고 플라스틱을 전혀 접하지 않았다.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가벼워졌고, 먹고 싶었던 가공식품을 몇 달 만에 먹었을 때는 몸에서 그 '다름'을 느껴졌다. 그 덕분인지 임신이 되었고, 귀여운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 다름을 느껴본 적이 있어서인지, 아기가 먹는 것은 더 신경 쓰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실리콘이나 플라스틱을 쓰지만 그런 만큼 자주 교체하고, 조리과정에서 가능하면 유해물질을 접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간편함과 건강함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 바쁜 육아 중에 또 요리까지 하려니 간편함도 버릴 수 없어 아주 최소한은 노출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한 건강하게, 아기 월령에 맞는 음식을 주고 싶지만 때로는 우리 부부가 먹던 것을 나눠주기도 한다. 아기도 점점 같은 걸 먹길 원해서 우리 부부의 식단이 거의 유아식이 되고 있는 느낌... 한 번은 귀찮아 만두를 쪄먹었는데 간이 강하지 않고 비교적 건강하게 만들어진 거라 (그럼에도 첨가물은 조금 들었었다) 아기에게도 나눠주었다. 그런데 그날 유독 산만하고 흥분된 상태로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았는데, 돌아보니 그 영향인가 싶기도 했다. 인생 첫 첨가물이 몸에 들어온 것을 알았던 게 아닐까.
먹는 걸 챙기는 일은 하루에 서너 번씩 반복되고, 매번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를 해주지 못해서, 바로 해주지 못해서, 더 건강하게 해주지 못해서... 사실 대부분의 음식을 직접 하는 것만 해도 할 만큼 하고 있다 생각할 만도 한데, 마음이 그렇지 못하다. 차라리 건강하게 만들어져 나오는 시판 유아식을 하는 게 나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최근에는 섞어 보려고 일부 구매하기도 했다.)
그뿐이랴. 육아에는 '절대 하면 안될 것'들이 수없이 많고, 또 최근에는 '몸에 안 좋은 것들'도 더더 알려지고 있다. 요즘 추가된 고민은 의류. 합성섬유를 건조기에 돌리면 미세플라스틱이 분출된다고 한다. 그걸 보고 놀라 옷장을 보았더니 절반은 합성섬유. 한 번 돌리면 부서지기 시작한다니 이걸 다 버려야 하나? 순면으로만 구매하자니, 합성섬유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것 같은데.... 또 그럼 새걸 사서 자연건조 해야 하나? 옛날 방식으로 사는 것이 건강한 방식이지 싶다. 시간과 노동력을 들여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는 방식.
그런 불편한 마음이 자책이 되기 전에 명상을 한다. 잠깐이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애쓰고 있다, 잘하고 있다, 조금씩 개선해 나가 보자,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