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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 없던 난임과 출산, 육아로 커리어 공백이 생겼다. 인생 2막 시작이랄까, 바쁘게만 살다가 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이전에 하던 일들은 먼 과거가 되었고 이후에라도 준비가 되면 무엇이라도 해보고자 짬짬이 준비하는 중이다. 여전히 아기의 순간순간은 예뻐 눈과 마음에 담고 싶고, 함께하는 시간이 아깝고 귀하다. 그래서 한없이 게으르게 아기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이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조급함이 자라고 있었다.
비슷한 또래 중 아직 출산여부를 결정하지 하지 않은 이들은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아기를 낳자니,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무너질 것 같고 또 포기하자니 아쉽고 힘들고. 그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아기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과 자신만의 인생을 계속해서 쌓아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선가 보기에 아기가 생기면 부모 모두 약 6년간 수면장애와 수면부족을 경험한다고 한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하루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당연히 퍼포먼스도 떨어진다. 특히 노산으로 분류되는 여성의 경우, 원활하지 않은 산후 회복으로 그 기간이 더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자기 인생을 살아온, 30대 후반 이상의 기혼 여성들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아이 없는 삶,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모두가 출산, 육아로 공백기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둘 다를 매우 잘하기도 하고, 또 그 시간을 통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공부 잘하고, 돈 잘 버는 사람을 보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면 이제는 육아하면서도 무엇인가 자기 일을 잘 꾸려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핑계 대는 건가? 내가 역량이 부족한가? 노력 부족인가? 더 열심히 해야 하나?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급한 마음이 조금씩 싹을 틔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점점 못나 보이고, 답답해지기만 한다.
당장이라도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데 왜 아기는 빨리 잠들지 않을까, 혼자 잠시라도 놀아주면 좋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놀아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걸까.
그 조급한 마음은, 지금 이 소중한 순간을 탓하게 만든다. 번쩍 정신이 든다. 그래, 그 일은 지금이 아니라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같은 일은 할 수 없더라도 비슷한 다른 일은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아기의 이 시간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나는 그렇게 선택했잖아.
잠시 그대로 멈추어,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거실의 빛, 아기의 움직임과 표정, 소리, 냄새, 내 몸의 감각, 온도.... 그래, 이 순간 이대로 괜찮다, 생각하며 아기에게 장난을 쳤다. 까르르 넘어가는 아기의 웃음소리가, 그저 달콤함으로 마음에 남았다.
선택 없는 알아차림 명상이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어떤 것도 쫓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그냥 그대로 알아차리는 명상”이다.
어떤 대상(호흡, 소리, 감정 등)을 의도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오는 그대로를 열어둔 마음으로 바라보는 방식. 자세를 편히 하고 아무것도 바꾸려 하지 않은 채, 떠오르는 생각·감정·소리·감각을 좋다 나쁘다 평가하지 않고 지나가는 현상처럼 바라보는 연습이다.
일상에서 하는 가장 쉬운 방법
샤워할 때: 물 떨어지는 느낌, 소리, 온도 변화를 그냥 느끼기
걷기: 발바닥 감각, 바람, 주변 소리 등을 선택 없이 받아들이기
아이 돌볼 때: 아이의 표정, 내 감정, 주변 소리를 그대로 느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