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어제저녁 곧 결혼을 앞둔 커플을 만났다. 아이가 피곤해해서 한 시간 남짓 저녁식사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의도치 않게 결혼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건 아닌가 하고 집에 오면서 살짝 후회했다.
나는 결혼하면 여자가 손해라 했다. 이건 내가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다, 심지어 시어머니께도 말씀드린 적 있다. 내 앞에 앉은 예비신부가 갸우뚱하길래 내가 덧붙였다. 사실 자신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나처럼 착한 콤플렉스에 휘둘려서 끊임없이 눈치 보고 잘하려고 하면 한없이 힘들어져서 불만도 생기고 짜증도 나는 것이고. 요즘 많은 사람처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최소한의 도리만 하고 살면 편하게 사는 방법도 분명 있을 것이다.
결국 어릴 적에 부모님에게 특히 엄마에게 어떤 세뇌를 받고 자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지도. 우리 엄마는 요즘도 나를 보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은 “아버지 어머니께 잘해라, 항상 감사해라, 순종해라” 결혼 초반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시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라 할 정도로…… 우리 엄마는 참……
물론 엄마 덕분에 나름 인내하며 순종하고 잘하려고 노력하며 살았기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때로는 “조금” 힘들어서 그냥 사랑 안 받고 말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고, 나는 요즘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증명하려고 얼마나 애써왔던가.
먼 훗날 이야기지만 나는 솔직히 아이는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 세대는 라떼와 다르겠고, 아이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냥 지금 내 마음으로는 아이가 철들지 말고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일까? 이 또한 동생한테 결혼하지 말라는 이유 중 하나다.
결혼, 좋은 점도 있다, 심지어 꽤 많다. 흠…… 모든 일이 그렇듯 늘 양면성이 존재하니까. 뭐든 잘하려고 하면 애쓰면 힘들다. 그런데 아무리 애쓰지 않으려 노력해 봐도 본성인지 아님 세뇌 당해서인지 몰라도 계속 애쓰게 된다. 아예 안 하면 모를까, 일단 하기 시작했으면 그래도 해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어디 남편뿐이겠느냐! 결혼 전에도 인지했지만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아니다, 물론 그냥 나 몰라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성격상 그렇지 못하기에…… 어르고 달랠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 물론 상대방도 같은 생각이겠지만, 나만큼 애쓰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아이 다 키우고 나면, 진짜 한 달만이라도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