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낭만의 섬, 롬복에서 완성할 버킷리스트
조금 느슨하거나 단단하지 않으면 스스로 너무 불안한 시대여서일까. 우리는 너무 자주 혹은 매 순간, 완벽하지 않은 ‘나’를 비난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긴장은 모두에게 내재화됐고 늘 한쪽 어깨가 결렸다. 결국엔 혼자만의 싸움. ‘끝이 없는 길’이라는 뜻의 ‘롬복’은 풀어져도 좋을 명분을 찾고 있는 이 즈음 우리에게 찾아온 허락 같은 곳이다.
발리가 너무 흔해진 당신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곳이 필요하다. 때마침 TV에서는 그 답이 될 곳이 그려졌고, 나영석 PD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여행을 권했다. 롬복. 산스크리트어로 ‘끝이 없는 길’이라는 이곳은 발리에서 겨우 35km 떨어진 곳에 있지만 오랫동안 발리의 영광에 가려져 있었다. 섬 서쪽으로 검은 모래의 승기기 해변이, 북쪽으로는 세 개의 길리섬(길리 트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이 있는 이 곳. 롬복의 대표적인 매력은 에메랄드를 품은 바다와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지만, 우리가 롬복에 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전거 한 대로도 섬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가 주는 안락함과 느슨함때문이다. 매일 계획된 시간을 살아야 했던 삶의 속도가 이곳에서는 굳이 하루쯤 계획하지 않아도 섬 전체를 구석구석 즐길 수 있을 만큼 풀어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라면 내려놓는 법을 몰랐던 이들도 섬과 쉽게 동화되어 세상의 시간보다 조금 더 느리게 흐르는 게 가능하다.
롬복이라면 조금 느슨해도, 단단하지 않아도 좋다. 긴장하기엔 이곳에서 만나게 될 풍경과 시간이 모두 느리다. 자연히 내 가 무엇을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버킷리스트가 만들어진다. 롬복이 처음이라면, 이 버킷리스트를 참고해도 좋다.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10대 휴양섬' 중 하나로 꼽히는 길리 트라왕안 섬. 본 섬인 롬복 북서부에 위치한 이 섬에 ‘파티 아일랜드’라는 별명이 붙은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윤식당> 이 문을 열었던 이 섬은 호텔, 리조트는 물론 클럽, 레스토랑, 바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세 개의 길리 섬 중에서 가장 크고 번화해 유러피언의 파티 플레이스로 각광 받고 있다. 여행지, 밤, 파티. 이 세 단어만으로도 기대가 된다면 당신의 파티는 아마도 이미 시작된 것 같다. 트라왕안의 선셋 포인트에서 저물어 가는 석양은 가장 아름다운 파티의 조명이 되어줄 것이고, 길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수많은 여행자들은 가장 뜨거운 여행의 한편을 수놓아줄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파티에서 만난 이국의 여행자 친구와 다음 날 약속을 잡아도 좋다. 다이빙과 파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 보트 투어가 음악과 칵테일,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에서의 스릴 넘치는 선상 다이빙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투명한 바다 한가운데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순간은 하루키의 상상력도 미처 그려내지 못할 시간이 될 것. 세 개의 길리 섬 전체를 세일링 하기 때문에 다이빙 체험이 두려운 이들은 섬의 풍광과 선상 파티만으로도 파티 보트 투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Tip 크레이지 파티 보트 투어
길리 트라왕안에서 오후 1시 파티 보트 보딩 후 트라왕안-메노-아이르 세 개의 섬을 세일링 하며 롬복의 아름다운 섬 풍경을 만끽한다. 이후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해 선상 다이빙을 체험하고 선상파티를 즐긴 후 석양을 거슬러 트라왕안 섬으로 귀환하는 코스.
가격 : 2인 기준 110달러
관련링크: http://sasaktour.woobi.co.kr/xe/index.php?mid=Lombok_Tourpakage_pack&page=2&document_srl=77182
길리 아이르 섬은 현지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트라왕안 섬보다 덜 번화한 섬이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그 이름에 답이 있다. '물'을 뜻하는 길리 아이르 섬은 이름처럼 깨끗한 바다를 자랑한다. 때문에 다른 곳 보다 스노클링을 즐기는 여행자가 많은데, 주로 동쪽 해변에 스노클링 포인트가 많고 굳이 포인트를 찾지 않아도 다채로운 컬러의 물고기와 산호초가 지천에 있어 어디든 탐험이 가능하다. 길리 아이르까지 가지 않아도 본 섬인 롬복에서 스릴 넘치는 서핑을 즐기는 것도 좋다. 롬복이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이 곳의 다양한 서핑 스팟을 발견하고 알린 다양한 국적의 서퍼들 덕분이다. 롬복의 서핑 스팟은 파도의 질이 발리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안전해 서퍼들에게는 이미 천국으로 자리 잡았다.
Tip 초보자를 위한 서핑 코스
꾸따 근처의 세롱 블라낙은 적당한 파도로 초보자에게 사랑받는 해변. 섬의 남부와 서부에 서핑 스쿨이 있으니 겁내지 말고 서프 스쿨의 문을 두드려보자.
초급 코스 : 하루 3시간씩 3일 교육(15만 원, 각종 장비 대여)
태국에 ‘뚝뚝이’가 있다면 롬복에는 ‘찌도모’가 있다. 길리 섬처럼 차가 없는 작은 섬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인 찌도모는 고무타이어가 달린 말 마차로, ‘롬복의 페라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속도가 꽤 빠르다. 우리 돈 만원 정도의 꽤 비싼 교통편이지만 여행지에서의 이색적인 추억을 하나 더 보태는 수단이다. 자전거 산책에 지쳐있다면 하루쯤 찌도모에 몸을 싣고 롬복을 좀 더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발리, 롬복을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많은 섬에는 여전히 활동 중인 화산이 많다. 롬복의 최고봉이자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린자니 산 역시 휴화산으로, 이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쉽게 보지 못 하는 비경 하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산 정상에 위치한 칼데라 호수인 세가라 아낙. ‘바다의 눈’이라는 뜻의 세가라 아낙은 이름처럼 파란빛의 물을 품고 있다.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무려 2박 이상의 트레킹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좁고 구불구불한 산 길을 오르다 보면 구름을 지나 천국으로 가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 고통의 인내 끝에 자리한 바다의 눈 세가라 아낙이 돌려주는 풍경에 그저 할 말을 잃기 때문이다. 린자니는 ‘천국의 계단’이라는 뜻. 그 계단의 끝에 올라 하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Tip 린자니 화산 입산
1~4월의 우기에는 산사태 우려가 있어 입산이 금지되며 예측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소규모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2016년 9월에도 소규모 폭발과 분화가 있었다. 가이드 트레킹이 필수이며 비용은 300~380달러 정도. 등산화, 윈드브레이커 등의 장비도 필수이며 텐트와 음식은 제공된다.
승기기 해변은 롬복 여행의 중심지다. 해안가를 따라 검은 모래와 투명한 바다, 이국적인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해 롬복 여행자가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이다. 바다는 얕고 파도가 없어 마린 스포츠 대신 한가롭게 물속을 거닐기에 적당해 다른 해변보다 좀 더 느긋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발리의 아궁산이 바라다 보여 백사장에 앉아 느긋하게 석양과 눈앞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허기가 진다면 시푸드 바비큐에 인도네시아 맥주인 ‘빈땅’ 한 잔을 곁들여 보자. 석양을 바라보며 ‘하늘의 별’이라는 뜻의 빈땅 한 모금에 목을 축인다면 떨어지는 해 위로 솟은 별 하나에 비로소 물아일체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황홀한 석양 아래 한 없이 저물어가기, 누구나 외치지만 쉽게 허락받지 못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만끽하기, 일상으로 돌아와 그곳의 나와 다시 마주할 용기와 담력 채우기. 롬복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이뤄야 할 버킷리스트는 다시 돌아와 현실 앞에 마주 설 마음의 체력을 기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곳이 꼭 롬복이 아니어도 좋다. 당신만의 버킷리스트는 지금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찾아내 실현하는 게 가장 의미 있을 테니까.
Tip 롬복으로 가는 길
롬복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으며 대부분 발리를 통해 들어간다. 대한항공 또는 가루다 인도네시아 직항 이용 후 인도네시아 저가항공 'Lion Air'를 갈아타는 게 롬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 조금 더 저렴한 항공권을 원한다면 발리 경유 대신 싱가포르나 자카르타 경유 편을 선택하자.
Lion Air 발리-롬복 항공권 : 편도 약 3~5만 원
대한항공 발리 직항 : 약 70만 원선
가루다 인도네시아 직항 : 약 60만 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