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아티스트 Novo를 만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Wellness life'를 영위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수요심야토크 : well'은 매월 프레젠터를 선정, 호스트 싱어송라이터 '요조', 시인 '박준'과 함께 특별한 'Wellness'의 가치를 공유합니다. '수요심야토크 : well'의 첫 번째 주인공은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러너인 'Novo(노보)' 입니다.
라이프플러스 수요심야토크의 첫 번째 주인공 'Novo'는 설치미술, 회화, 드로잉, 레터링 등 다양한 표현을 이용하여 예술과 문화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 비주얼 아티스트입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8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어렸을 때 그렸던 그림일기, 낙서와 같은 일상에서 익숙한 요소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단어와 알파벳, 숫자들이 등장하는데 직설적이거나 은유적인 의미를 가진 이 텍스트들은 통합되고 반복되어 배열되며 작가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치가 됩니다.
Novo는 또한 러너이기도 합니다. 서울의 런크루 PRRC와 함께 혹은 홀로 뛰며 서울 곳곳의 매력을 찾아내고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의 다양한 협업 중에서도 2018년 나이키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본인에게도 애착이 가는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라이프플러스는 그가 어떻게 영감을 받는지 그리고 그에게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지가 궁금했습니다.
(심야토크는 프레젠터 'Novo'의 발표와 호스트 '요조'의 인터뷰, 토크 참여자들과의 문답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심야토크의 전체 내용을 재구성하여 편집,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요조: 제가 제주로 내려가기 전(요조는 현재 북촌에 이어 제주에서 책방 무사라는 이름의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촌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을 때, 달리다가 쉬면서 노보님을 마주친 적이 있었어요. 인사를 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지만, 마침 제 책방에서 NOVO님의 책도 팔고 있어서 존재를 알고 있었던 때였죠. 3권 중에 2권이 팔리고 한 권이 남아서 제주의 책방에 아직 꽂혀 있습니다.(웃음)
Novo: 다 팔리면 재입고해드려야겠네요.(웃음) 사실 저도 북촌에서 요조씨를 뵌 적이 있어요. 동네 이웃을 만나서 오늘 더 반갑네요.
요조: 저도 러닝을 취미로 가져보려고 몇 번 시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뛰질 못하고 있어요. 러너들은 하나같이 달리기가 정말 단순하면서도 좋은 운동이라고 말하지만 그걸 시작하는 게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하셨는지 또 사람들이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Novo: 저는 사실 어릴 적부터 달리기를 좋아했었어요. 초등학생 때 육상부 활동을 하기도 했었죠. 어릴 때, 취미와 특기를 적으라고 하면 달리기와 그림 그리기를 적었죠. 그땐 단거리를 주로 뛰었고 그게 제 체질에도 맞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서 마라톤 풀코스도 뛰고 몇 년 전에는 철인대회에도 참가했었어요. 하지만 장거리를 뛰면 체력적으로 많이 소진되는 것도 사실이라서 작업을 하거나 일정이 있을 때엔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뛰려고 해요. 처음 시작할 땐 편한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몇십 미터만 뛰고 다시 들어가도 거기에 조금씩 익숙해지면 점점 자신감이 생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러닝 대신 수영을 하는 것도 추천해요.(웃음)
요조: 달리기가 영감을 얻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Novo: 달리기 자체는 몸을 쓰는 운동이니까 호흡이 진정되는 데에 시간이 걸려요. 뛰고 들어와서 작업을 하려면 사실 시간이 걸리죠. 하지만 달리기는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것을 비우는 데에 좋은 것 같아요. 체험적으로 영감은 항상 머리와 마음속에 무언가가 비워졌을 때 생겨나는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인 창작을 하거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할 땐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 차 아무것도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달리면서 그것을 비우면 어느새 다른 생각이 떠오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이른 아침에 조금 빠른 속도로 동네를 돌면서 뛰다 보면 조금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영감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요조: 아티스트가 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Novo: 프랑스에서 2년 정도 공부를 하게 된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나에 대해 글을 쓰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그전까지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큰 경험이었어요. 내가 좋아했던 것들, 내가 상처 입었던 것들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또, 본질적인 것을 탐색하는 사유의 방법을 그곳에서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저에게 소중한 경험이었죠.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만나고 배우게 되는 경험은 정말 소중했어요. 제가 타투를 했었던 것도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어요. 타투를 하기 전 2시간 정도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사람을 깊게 이해하고 그 이해 속에서 본능적으로 타투로 표현해냈던 것이 저의 표현의 방법이었던 거죠.
Novo의 작품의 핵심이 되는 레터링들은 한번 새기면 지울 수 없는 타투처럼 깊게 생각하고 고민하여 떠올린 그의 Wording의 결과물입니다. 그 시작은 자신을 이해하는 'Know Thyself'에서 시작됩니다. 'Under + Stand', 'More Hope Run', 'Love Your Self'. 그의 Wording들은 단순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 많은 고민과 사유가 들어있습니다. 그렇게 그 단어들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이미지의 스펙트럼이 되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Novo: 영감은 늘 우리 주변에 있고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영감을 내 것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일 하루의 작업을 꾸준히 하고자 합니다. 혼자서 고민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 계속 대화하며 하나의 단어를 얻어내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건 하나의 단어가 아닌 저의 결과물이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의미로 저는 음식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영감이 나에게 들어와 나의 생각으로 완성되는 것처럼 음식도 제가 필요한 영양소를 얻기 위해 고민하여 선택하고 조리해서 몸 안으로 들어올 때 저에게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게 지금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그 음식을 바르게 섭취해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내 몸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를 이해하는 것이 제 작업의 큰 줄기와도 맞다고 생각해요.
요조: 작품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메시지들이 굉장히 긍정적이다라는 점이에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Novo: 저는 사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하진 않아요. 저도 부정적이고 어두운 생각들을 하지만 제가 제 자신과 대화를 하면서 작업을 내놓다 보면 그런 감정보다는 지금과 같은 밝은 메시지가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그건 그냥 지금의 저인 것 같고 언젠가는 달라진 감정 표현이 나올 수도 있겠죠.
요조: 서울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이 달리기와 비슷하다는 표현을 하셨어요. 그게 어떤 건지 궁금해요.
Novo: 정말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때로는 등 떠밀려 가는 기분이 들고 가만히 있으면 쳐지는 듯한 기분도 들어요. 가만히 서서 뿌리를 내리고 비도 맞고 바람도 느끼고 싶은데 그냥 계속 달려야 살 것 같다는?
요조: 저는 사실 제주에 산지 3년이 되면서 서울이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웃음) 싫었던 그 정신없음과 숨 막힘이 너무 그리워지더라고요. 서울에는 미워할 수 없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Novo: 그래서 저는 떠나질 못하겠어요.(웃음) 저희가 있었던 북촌만 해도 그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죠. 지금 작업실이 있는 을지로처럼 순식간에 유행이 퍼지고 또 그러다가 사그라드는 곳이 서울인 것 같아요.
요조: 지금 작업실이 있는 을지로는 어떤 공간인가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잖아요.
Novo: 저에게 을지로는 엄청나게 큰 철물점이에요. 작업을 하면서 쓸 수 있는 엄청나게 다양한 재료를 구석구석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처음에 와서 몇 달은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바닥에 버려진 녹슨 철물 같은 걸 주워왔어요. 이걸 가지고 어떤 작업을 할까 신나서 작업실에 가져왔다가 못 쓰겠다 싶어서 다시 버리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의 경험들이 참 즐거웠던 것 같아요. 치열하게 일하시는 어른들을 보면서 삶을 배우는 점도 많고요.
절실함, 행복함, 즐거움, 갈증,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 이게 진짜 나의 것인가...
끊임없이 나에게 묻고 대답하는 과정의 반복 속에서 NOVO의 작업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Novo: 저는 사실 제 작업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제가 원하는 것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고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도 가늠이 되지 않아요. 그때까지는 달리기를 하듯 때로는 열심히 때로는 쉬면서 질문을 멈추지 않으려고 해요.
Q: 아티스트로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대중성을 타협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Novo: 디자이너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하는 과정이라면 대중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기의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되겠죠. 제 워딩 작업도 처음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제 겉모습이나 작품의 표피를 보고 먼저 판단을 내려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러다가도 조금씩 저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고 직접적이고 간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서 제 작품들이 많은 노력과 생각 끝에 나온 것이라는 것들을 조금씩 이해해주시더라고요. 아티스트는 대중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대화를 토대로 스스로 바뀌어 나가는 모습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다양한 작업과 활동을 하시는데 휴식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Novo: 사실, 마음 놓고 여행을 가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아요. 저는 운전을 좋아하지 않아서 뒷자리에서 차를 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을 저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온전하게 쉬려고 해요. 게임장에 가서 농구공을 던지는 게임을 하거나 실내야구장에서 배팅볼을 치는 것 같은 단순 반복적인 행위가 도움이 될 때도 있어요. 가끔은 영화를 보기도 해요. 화면과 스토리에 빠져있는 몇 시간 동안은 다른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서 머릿속을 비우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나에게 어떤 영감이 들어올 수 있는 때나 환경을 경험적으로 알아내고 그 환경을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아티스트에게있어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있을까요?
Novo: 제가 하면 안 되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웃음)
좌중: 마약?(웃음)
Novo: 한 때 예술가 중엔 그런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죠. 저는 그게 인위적이고 별다른 노력 없이 얻어지는 가벼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6~70년대엔 그런 타락적인 환각 속에서 만들어진 예술의 세계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에게 있어 타락은 감자튀김을 그냥 먹느냐, 소스에 찍어 먹느냐 정도인 것 같아요.(웃음)
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죠. 무엇보다 저는 나태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과서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대답인 것 같네요. 나태함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거든요. 물론 사람에 따라 집중하는 시간과 게을러지는 시간이 다르게 존재할 수 있지만 아마도 본인 스스로가 지금 자신이 나태한 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변화를 위한 휴식이 아닌 단순한 게으름은 예술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독이 아닐까 생각해요.
Novo, 그리고 호스트 요조와 함께 한 수요일 밤의 두 시간, 영감을 얻기 위한 예술가의 노력과 고민을 느낄 수 있는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매달 계속되는 '수요심야토크 : well'은 라이프플러스의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습니다. Physical Wellness를 주제로 하는 6월의 수요심야토크도 기대해주세요~!
Life Meets Life, LIFE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