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al : 첫번째 이야기
지난 2008년, 구글의 이목을 끈 12살 한국인 소녀가 있었다. 그 해 구글이 미국 전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들 4 구글(Doodle 4 Google)’ 로고 공모전에서 소녀의 작품이 1만 6천여 점의 응모작 가운에 올해의 최우수상(National Winner 2008)으로 선정된 것이다. 수상작의 이름은 ‘구름에서 떠오르는(Up in the Clouds)’. 폭력과 자연재해가 없는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구글 로고와 함께 밝고 다양한 색채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제는 스물셋 숙녀가 된 그레이스 문이 직접 말하는 작품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실종 아동 찾기 광고를 본 적이 있어요. 그날 이후로 혹시 부모님과 떨어지게 될까 늘 불안하고 무서웠죠. 그런데 자라면서 세상은 그것보다 훨씬 더 두려운 일이 많은 곳이란 걸 알게 됐어요. 폭력이나 재앙, 차별이 없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이상적 세상은 제 그림 속에 표현하고 싶었어요”. 문득 그녀 작품의 토대가 되는 영감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녀의 학교를 찾았다.
Interviewee
LIFEPLUS 앰배서더 2기
문서령(서울대 건축학과)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에 다니고 있는 Grace Moon(문서령)이라고 합니다. 건축학도지만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한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19년을 그곳에서 살았어요. 한국 이름 문서령보다 그레이스를 좀 더 편하게 느끼는 이유죠. 이 이름이 저만의 정체성이 되어버렸어요.
작품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 미국에서 지내다 보니 집에서는 부모님과 한국말로 대화하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영어를 사용해야 했어요. 덕분에 말을 배우는 게 정말 느렸죠. (웃음) 다섯 살이 되던 무렵 어머니께서 제게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선물해 주시며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그려봐.”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부터는 부모님과 그림을 통해 대화했죠.
좋은 것, 싫은 것, 눈으로 본 것, 얘기하고 싶은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지금 예술 활동을 하는 이유도 제가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으로 소통하는 법을 먼저 익힌 덕분일까. 그레이스 문은 유치원에 다니던 때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이며 지역 미술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말이나 글이 아닌 그림으로 소통할 때 느끼는 특별함이 있나요?
I am bilingual. 저는 말과 그림 두 가지 언어로 소통하려고 해요. 언어 하나를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는 그 언어를 둘러싼 문화와 역사까지 모두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근데 예술은 큰 번역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대게 그림을 볼 때 특별한 선입견이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거든요. 예술이란 언어의 매력은 염화미소처럼, 그 어떤 미사여구나 설명이 없이도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주로 어떤 화법으로 그림을 그리세요? 작품 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페인팅을 주로 해요. 하얀색 도화지 위에 제 생각을 가장 많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자 화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색깔이죠. 색깔 때문에 감정을 느끼고, 색깔이 있어서 세상이 더 아름답고 복잡 다양해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초록색인데,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어요. 저는 사람을 색깔로 봐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친구가 있다면 주황색이나 노란색을 떠올리죠.
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영감을 받으시나요?
“Just, daily life?” 다양해요. 사람들에게서도 영향을 받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바나나가 익어서 갈색으로 변할 때나 버스를 탔는데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올 때 “너무 좋다”하면서 영감을 받아요. 때론 친구 관계에서 생기는 일들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제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분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같은 일상도 다르게 보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하나의 사물을 관찰하더라도 저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고 해요. 가령 바나나가 갈색으로 익는 과정을 지켜볼 때 바나나 껍질을 하나의 마을로, 속살은 사람들로 봐요. 그래서 바나나가 익으면서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감정도 변해버리는.
영감을 받았을 때 그것을 어떻게 수집하고 작품으로 이끌어내나요?
사소한 경험도 저만의 스토리로 풀어내 기록하려고 해요. 바로 스케치를 하거나, 노트를 만들어서 당시에 생각한 것들을 잊지 않도록 그때그때 기록해서 모아 두고 있어요. 기록한 것들이 항상 곧바로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에요. 묵혀 두었다가 한참 뒤에 꺼내서 그림으로 그리는 일도 많죠. 차곡차곡 모아둔다는 생각으로 노트를 채워요.
영감이 작품으로 이어진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한 번은 여행을 갔는데 큰 코끼리 아래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코끼리 몸통(Trunk)를 만지고 있었어요. 근데 자세히 보니까 아주머니가 눈을 감고 더듬더듬 코끼리를 만지고 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시각 장애인이셨어요. 그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집에 가서 곧바로 기록해 두었어요. 코끼리 아래 앉아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그 상황을 똑같이 그리기보다는 코끼리의 넓은 품을 뼈대로 두고 제 스타일로 재해석했어요.
자신만의 Inspirational Wellness를 유지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Self love and Curiosity, 자기애 그리고 호기심이요. 저는 작업을 할 때 Sabrina Claudio의 ‘Confidently Lost’를 자주 들어요.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작품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꾸준히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난 혼자지만 외롭진 않아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내 예전 모습은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야
끊임없이 발전하고 꾸준히 돌고 돌면서
난 확신을 가지고 헤매고 있어
당신이 날 찾을 필요는 없어
- Confidently Lost by Sabriana Cluaudio 가사 (번역본) -
예술적 영감을 얻는 걸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알려줄 팁이 있나요?
“Seeing my perspective in their own eyes.”
일단 많이 보는 게 가장 요한 것 같아요. 뮤지엄, 인터넷 소스, 책, 영화. 더불어 많이 보는 건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작업과 내 작업을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비교할 때부터 생각이 많고 복잡해져 자존감이 떨어지기 쉬운 상태가 돼요. 오직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에 자신감을 갖고 계속 해나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ART IS MY LIFE.’ 다른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며 제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내게 예술적 영감은 OOO이야”라고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영감이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제게 예술적 영감은 관계, 그 자체죠. 사실 우리는 우리 주변 환경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놀랄 만큼 재능 있는 친구들 사이에 늘 둘러싸여 있는데요. 그 친구들이 매일 저를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고무시켜요. 에너지는 전염성이 있어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배우고요. 당신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 영감을 받고, 당신이 받은 영감을 다시 그들에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더욱 기대되는데요?
저는 사람의 인상이나 표정을 되게 좋아해요. 언젠가는 다양한 얼굴 사진을 찍어 그림으로 그려 보고 싶어요. 특히 친구들이나 가족의 얼굴이요. 또 친구들과 스튜디오나 작업실도 차려 보고 싶고, 책도 또 출판하고 싶고, 아이디어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워요. 늘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문제예요. (웃음)
“All artwork is by yours truly, I hope you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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