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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PLUS Jun 07. 2019

‘러닝’의 위대함을 믿어!

Physical : 첫번째 이야기


탁 트인 한강 대신 성수동 공장지대를 뛰는 러너들을 본 적 있는가. 서울의 색다른 공간에 매력을 느낀다는 Social Running Crew(이하 SRC)는 러닝을 매개로 모여 패션, 예술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새로운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여기, SRC의 선두주자로 독특한 러닝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인물이 있다. 그의 이름은 구대영. 맨발의 러너로 시작해 나이키, New Era 등의 브랜드와 갤러리, 카페 등과 콜라보 작업을 하는 세상 힙한 SRC의 운영을 맡고 있다. 해 질 녘 성수동에서 만난 구대영은 ‘스피드 러너’ 이미지와 달리 조용하고 진지했다. 그는 어떤 열정을 갖고 어디를 향해 달리는 걸까. 특별했던 그날의 대화를 기록한다.


Interviewee
LIFEPLUS 앰배서더 2기
구대영(한체대 사회체육학과)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러닝을 비롯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SRC_SEOUL의 구대영입니다.
 


처음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건강 관리 목적이었죠. 몸이 망가지지 않도록 혼자 동네나 공원을 뛰다 보니 달리는 일에 익숙해졌어요. 밖에서 달리다 보니 날씨 영향을 받을 것 같지만 막상 마음먹고 달릴 준비를 하면 날씨나 미세먼지는 크게 문제라 생각되지 않더라고요. 


 

한 번은 쉽지만 꾸준히 하는 게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러닝에 매력에 빠지게 된 결정적 계기나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러닝은 항상 새로웠어요. 예측할 수 없죠.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늘 같은 도시의 한강, 같은 코스를 달려도 다르게 느끼는 것 같아요. 매일 해가 지고 같은 노을을 봐도 그 느낌이나 그때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러닝이 단순히 뛰면서 신체적 운동효과를 끌어올리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뛰면 뛸수록 더 많은 의미가 생겨요. 그래서 제가 뛰고 있는 그 순간이 매번 새롭죠. 



구대영하면 SRC를 빼놓을 수 없죠. SRC 크루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거예요?


학교 동기를 통해 알게 됐어요. 같이 러닝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해서 시작하게 됐죠. 제 전공이 스포츠 쪽인데, 전공하는 사람들 말고 취미로 러닝을 하는 일반인 분들이 달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제겐 참 신기하고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instagram @src_seoul
촬영 중 성수동에서 마주친 러닝 크루 지인들


러닝 크루 SRC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SRC는 Social Running Crew의 줄임말이에요. 14년도부터 서울 지역을 기반으로 도심을 자주 달리죠. 디자이너, 회사원 등 서로 다른 분야 크루원들이 각자 다른 자기만의 시선을 공유하는 매력적인 모임이에요. 러닝을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게 하려는 공통적인 신념을 갖고 있고요. 




혼자 하는 러닝 vs 함께하는 러닝



혼런족, 러닝 크루 모두 해 보셨잖아요. 어떨 때 혼자 러닝 하시나요?


되게 답답할 때나 혼자서 어떤 큰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할 때,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혼자 러닝을 했어요. 좀 뛰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고 안정됐죠. 사람 많은 곳에서 달리다 보면 조금 피곤하거나 정신없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땐 혼자 뛰는 게 좋아요.



러닝은 명상에 가까운 운동이죠.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와 인생에 관한 산문집을 낼 만큼 달리기를 많이 했는데 그분이 '마라톤은 명상에 가까운 운동인 것 같다.' 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나네요.



반대로 크루 러닝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크루 러닝의 장점은 누군가와 얘기를 하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취미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세계관이 넓어지죠. 러닝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을 토대로 함께하는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는 게 크루 러닝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그가 달릴 수 있는 이유




러닝이요? 
단어로 떠오르는 건 방아쇠


러닝이 본인의 삶에서 주는 모티베이션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러닝은 제게 방아쇠 같은 느낌.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게으름뱅이었어요. 늦잠을 자고, 집에서 누워있기 좋아하고, 집 밖에 나가는 건 더더욱 싫어했죠. 이십 대 초반 때까지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런데 러닝뿐만 아니라 어떤 운동을 시작하면서 초반에는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다가 점점 발전하는 걸 느끼고 나아가 목표를 가지게 될 때 제 삶이 더 주체적으로 변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러닝을 통한 삶의 주체성과 변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요?


전 러닝 크루를 하면서 러닝 자체도 좋았지만 런 클럽 크루 문화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사로잡혔던 거죠. 크루에 어떤 프로젝트가 있으면 제가 나서서 하려고 했고,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니 좋은 브랜드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었고요. 각 브랜드에 ‘구대영’이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었고 인터뷰, 촬영 등도 경험할 수 있었어요. 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 분야에 손을 뻗게 됐죠.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나이키와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나이키 본사가 위치한 포틀랜드에 한국 대표로 가서 세계 최대 릴레이 마라톤 HTC를 경험하는 뜻깊은 기회였죠. 팀원들과 함께 약 320km를 릴레이로 달리며 잊히지 않을 경험을 하고 왔어요. 러닝에 대한 관심사가 만드는 여러 문화와 매력들 덕분에 앞으로도 달리는 걸 멈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큰 불꽃은 빨리 꺼져요.
길게 가기 위해선 여유를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러닝 또는 운동을 할 때 꼭 지키는, 나만의 ‘운동 철학’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펜싱,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해온 입장에서 느낀 건 어떤 운동이든 간에 과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종종 러닝을 좋아하는 분들이 커뮤니티를 방문해 매력을 느끼고 초반부터 열심히 하시곤 해요. 가령 쉬지 않고 뛴다거나 무리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죠. 열심히 활동하는 건 좋지만 의욕에 차서 운동을 하면 무조건 부상이 따라오게 돼요. 웨이트는 물론 농구나 축구, 모든 운동이요. 큰 불꽃은 빨리 꺼지잖아요. 너무 빨리 타올라버려서 다 태워버리는 거죠. 꾸준히 길게 가려면 너무 과하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운동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마치 일상처럼요.





러닝장인의 꿀팁



러닝을 시작하는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코스와 숨은 러닝 맛집 소개 부탁드려요.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은 코스는 서울숲이에요. 서울숲 주변은 성수, 뚝섬과 가까워서 다양한 곳을 경험할 수 있어요. 최근에 생긴 ‘블루보틀 코리아’라든지 ‘아꼬 떼 뒤 파르크 라는 베이커리’와 함께 있는 센터커피는 서울숲과 맞닿아 있어 더욱 매력적이에요. 매쉬커피는 드립 커피가 정말 맛있죠. 이 코스와 맛집을 가장 추천하는 이유는 러닝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만큼 코스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서예요. 심지어 주변에 나무가 많아 햇빛도 세지 않으니 안성맞춤이죠. 러닝 하기에 공기가 좋고 주변에 식당이나 좋은 카페도 많아서 러닝이 끝난 뒤 그 공원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일이 될 거예요. 



러닝 음악 찾느라 허송세월 보내는 초보 러너들에게 ‘러닝 띵곡’ 좀 추천해 주세요.


러닝을 할 때 매번 노래를 듣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노래가 생각 정리를 방해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음악과 러닝은 너무 좋은 궁합이죠. 달릴 땐 비트랑 멜로디 라인이 굵직하고 강한 음악이 좋더라고요. 2 Chainz의 Bigger Than You (feat. Drake & Quavo), Drake의 god's plan, Meek mill, Asap Rocky, Amine 등 힙합 계열과 강렬한 게 질릴 때는 David Hasert & Matteo Luis의 Mekaela처럼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는 미디엄 템포 음악이나 별생각 하지 않아도 되는 노래가 좋아요.


 



신체 건강에서 정신 건강까지




본인에게 신체적 건강, 즉 Physical Wellness를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비단 “건강해야만 해”. “운동을 해야 건강해”. 이런 획일화된 생각보다는 운동이라는 게 신체적 건강을 통해 정신적 건강까지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몸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재미도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의 삶을 활기 있게 변화시켜주니까요.



마지막으로 “러닝은 그냥 달리기가 아니야, OOO이야”라는 문장을 완성한다면?


러닝은 그냥 달리기가 아니야, 일상이야”. 제가 생각하는 러닝은 일상에서 즐기며 함께 달리는 사람끼리 좋은 영향을 받고, 그것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일이에요. 일상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운 것으로 만들어주죠. 그러니 단순히 하나의 운동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일부로 만들어 삶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운동하는 남자, 구대영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크루의 신념처럼 러닝이 일상에 자리 잡은 지 오래돼서, 몇 년 더 지나더라도 활동하는 범위가 엄청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큰 변화 없이, 꾸준히 달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개인적 바람은 어떤 운동을 하든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혹시나 러닝에 슬럼프가 오더라도 그걸 극복하면서 좀 더 발전해 나가는 거예요. 운동뿐 아니라 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유기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러닝을 일상으로, 
일상을 러닝으로 만드는 그가 궁금하다면.
Instagram @9da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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