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 NEW EATING HABITS: 나를 담는 한 접시
2014년부터 시작된 먹방, 요리 예능의 인기는 여전하며, 2017년 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는 3년째 서울의 식도락가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제 먹는 행위는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놀이이자, 경험이며, 취향의 표현이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전 세계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을 따라 여행하고, 지역의 농수산물을 직거래하는 파머스 마켓을 찾으며, 좀 더 건강한 식사법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식(食)'생활에 영감을 줄 세계적인 미식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나만의 특별한 음식,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발굴한 전 세계의 셰프와 식당들도 한몫하고 있는데요, 어떤 음식들이 주목받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뉴 노르딕 퀴진
북유럽 음식은 덴마크 레스토랑 노마(Noma)가 2010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1위에 선정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야생 허브, 베리류, 프론(prawn, 새우류), 하우스 머슬(house mussels, 조개류)등 스칸디나비아반도 전역에서 나는 신선한 제철 재료를 발효, 염장, 훈연 등의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은 맛은 물론 건강식이기도 합니다.
덴마크산 식재료를 파는 유기농 마켓 토브할렌(Torvehallerne)에서는 좀 더 캐주얼하게 북유럽 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빵 위에 육류, 생선, 치즈 등 신선한 제철 재료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 '스뫼레브뢰드'와 세계 3개 양조장으로 선정된 '미켈러 앤 프렌즈'의 맥주 등을 말이죠.
#미얀마 & 스리랑카 음식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아시아 나라들의 요리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최근 런던에 미얀마와 스리랑카 음식 이름을 딴 레스토랑 라펫트(Lahpet, 절인 찻잎 샐러드)와 호퍼스(Hoppers, 달걀을 얹은 그릇 모양 빵)가 인기입니다. 인도 음식과 닮은 점이 있지만, 전통 식자재에서 나오는 색다른 향이 새로운 음식을 찾는 미식가들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발효음식의 재발견
발효 음식은 면역력 증진과 비타민 흡수 등의 효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유럽 전통 음식 케피어(kefir)는 요구르트보다 신맛의 발효 유제품과 찻(tea)물에 홍차 버섯(콤부)을 넣고 발효시킨 콤부차(kombucha)는 미국,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입니다. 김치도 한국 전통 음식을 넘어서 '구운 치즈 김치 샌드위치', 불고기 소스 베이컨과 토핑한 '코리아 버거' 등으로 메뉴판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을 '비건(vegan)의 해'로 전망했는데요, 최근 채식의 흐름은 특정 음식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음식을 선택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동물 사육, 환경 오염, 건강이라는 채식의 본질을 지키면서 고기와 견줄만한 대체육을 개발해 부족함 없는 미식을 즐기는 모습에서 새로운 채식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최초의 식물성 패티 '비욘드 버거'를 개발한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패티를 만들고, 코코넛 오일로 육즙을 더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구현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2천500만 개가 판매됐으며, 지난 3월 한국에서도 출시 한 달 만에 1만 팩이 팔렸다고 하네요.
또 다른 대체육 스타트업 임파서블 버거(Impossible Burger)는 지난 4월 버거킹과 함께 식물성 버거 임파서블 와퍼(Impossible whopper)를 출시했는데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어 곧 미국 전역에 출시 예정중 입니다.
#알레프 팜스(Aleph Farms)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버거가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드는 식물육(추출육)이라면, 동물 세포를 직접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도 있습니다. 동물의 특정 부위에서 뗀 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추출•배양해 단백질 조직을 만들어내는 원리입니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스(Aleph Farms)가 최초로 배양육 스테이크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는데요, 조만간 더 다양한 종류의 '고기 아닌 고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못난이 채소박스
이런 채식 열풍 속에 채소와 과일을 소비하는 방식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는 과일과 채소 일명, 못난이 채소를 소비하는 움직임입니다. 제품 선별과 재포장 과정이 생략돼 20~60% 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미국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을 배송해주는 임퍼펙트 프로듀스(Imperfect produce) 서비스가 인기입니다.
개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이 활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사내 식당이 맛있기로 유명한 구글(google)도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해 식자재로 사용하고 있고, 일본의 무인양품이 깨진 표고버섯을 소박하고, 말끔한 국물용 버섯 패키지로 재탄생시켰던 일화는 이미 유명합니다. 그 외에도 못난이 농산물을 김처럼 얇게 만들어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 베지트(Vegheet)는 셰프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TIP. 채식주의자를 위한 레스토랑 @ 서울
1. 몽크스 부처(Monk`s Butcher)
비욘드 버거를 제법 큼지막하게 올려놓은 헝가리식 피자 `랑고스` 판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28-1 3~4층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onksbutcher/
2. 귀일교자
송이버섯에 부추와 대파를 넣어 만든 비건 메뉴 '머시룸 큐브 교자' 판매. 논현점, 이태원점, 충주점에서 구매 가능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524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wiil__/
3. 소식
젊은이들을 겨냥해 심심하지 않고 달고, 짠맛을 충분히 살린 사찰 음식점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 57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oseekseoul/
많은 이들이 인스타그램에 먹은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며, #nofoodwaste 같은 해시태그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고르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먹을까를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팜 투 테이블(Farm-to table)
팜 투 테이블은 말 그대로 요리에 들어가는 식자재가 중간 유통단계 없이 농장에서 식탁으로 바로 연결해 신선도를 높이고 포장재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뉴욕의 블루힐 앳 스톤반스는 농장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가축에서 얻은 재료로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입니다.
스테이크 등의 고기 요리를 할 때도 원산지, 도축과 유통 방식, 레스토랑까지의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레스토랑 '노마(Noma)'는 스테이크 요리에 쓰이는 염소, 돼지, 소를 직접 방목해 키우며, 베를린의 '투 더 본(To the born)' 레스토랑은 토스카나 지역에서 키운 고기만을 사용해 요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미쉐린 가이드 역시 이런 식당들을 주목하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root to stem & nose to tail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요리를 위해 농산물은 뿌리부터 줄기까지, 육류는 코부터 꼬리까지모든 부위를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베를린의 '쿰펠&퀼레 스파이제비르샤프트' 레스토랑은 우둔살과 토시살 스테이크, 24시간 익힌 볼살로 만든 버거 등 여러 부위의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했습니다. 미래의 음식에 대해 고민하는 '알파 푸드 랩'은 자투리 식자재를 건조해 만든 자투리 스낵과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조금씩 모두 담은 박스 홀리카우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딜리버리 서비스
간편함도 빠질 수 없는 트렌드인데요, 손질된 식자재와 양념, 레시피가 들어있는 밀키트(Meal kit), 새벽 배송, 무인 서비스 등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직접 요리할 수 있도록 손질된 재료와 양념, 레시피를 제공하는 밀키트는 2012년 미국 스타트업 '블루 에이프런'이 최초로 선보인 이래 현재 150여 개의 서비스가 운영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잇츠 온, 심플리 쿡, 더 반찬, 셰프 박스 등이 있죠. 전날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에 문 앞에 배달해 주는 마켓 컬리와 쿠팡의 새벽 배송 서비스도 이제 익숙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모바일 앱으로 커피를 주문하고 자동판매기에서 픽업할 수 있는 CAFE X, 최첨단 주방 기기로 재료를 신선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무인 햄버거 가게도 운영 중입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줌피자는 로봇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피자를 만들고 오븐이 있는 트럭에서 구워져 가장 맛있는 상태로 고객에게 배달합니다.
#맞춤형 식사
선호하는 메뉴와 시간, 분위기 등 개인의 니즈를 분석해서 맞춤형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또 하나의 큰 흐름입니다. 쉽게는 샐러드를 주문할 때 재료와 소스를 직접 선택하거나, 성분/칼로리/양을 구체적으로 정해 주문하는 도시락 서비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먼 미래에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가 많아질 예정입니다. 고객의 DNA를 채취해서 개인의 필요에 맞는 완벽한 식사를 제공하거나, 인공지능으로 음식의 맛을 분석해 개인이 선호하는 맛의 감각을 찾는 기술, 하루 한 알씩 알약을 먹어 장내 미생물의 유전 정보(microbiome)를 데이터화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요구르트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 등, 마치 SF 영화에 나올법한 기술들이 개발 중입니다.
우리는 매일 '오늘 뭘 먹을지' 고민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단순히 배를 채우기보다는 한 끼를 먹더라도 공정무역 식품인지, 쓰레기를 많이 발생시키지는 않는지 생각하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먹는 것은 나의 가치와 취향을 담는 일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먹는지가 그 사람을 나타내 준다'는 말이 과연 틀리지 않은 것 같네요. 자, 여러분의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인가요?
Life Meets Life, LIFE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