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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PLUS Jun 23. 2017

괜찮아,
너의 시간은 버려지는 게 아니야.

꿈을 찾아 떠나는 시간, 갭 이어(Gap Year)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만난 젊은 여성에게 배우 류준열은 묻는다. 


어떻게 혼자 이 넓은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느냐고. 그녀가 류준열의 휴대폰에 적어준 단어는 <꽃보다 청춘 in 아프리카>  편의 가장 유명한 대사가 되었고, 방송이 끝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인생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이 울림 있는 키워드는 수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했고, 이제 ‘욜로’를 넘어 직접 꿈을 찾아 떠나는 이들 사이에서 '갭이어(Gap Year)’가 떠오르고 있다.



갭이어(Gap Year)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체험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 
*출처 :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시대 



갭이어란 대학에 진학하여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삶의 나침반을 재설정하는 시간이었으나 최근 한국에서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구직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생,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입식 교육 아래 평생을 공부하고 성적에 따른 전공과 학교, 직장을 선택하고, 한 해 공무원 시험 응모자 수가 약 20만 명에 달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현실. OECD 대비 월등히 높은 업무시간은 또 어떤가? 굳이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미 너무 지쳐 있는 현실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았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가족보다 먼저 나 자신이 중요한 시대가 왔지만, 현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그럴수록 내적 갈등은 더 심화되어 왔다. 현실에서 오는 상실감으로 인해,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은 시작되었다. ‘나는 행복한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라는.


삶을 되돌아보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맞춰 인문학 열풍이 불었고 <어른으로 산다는 것>,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같은 심리학 서적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교육, 경제, 미술, 음악, 영화 모든 장르에 인문학이 따라붙었고 TV나 문화센터에는 인문학 특강 프로그램과 그것을 수강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사람들은 그렇게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차마 행복하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기에.




내가 갭이어를 가져도 될까, 그럴 수 있을까?


내 삶은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


빠름이 미덕인 현실 속에서 매일 같이 경쟁하며 사는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갭이어는 그 자체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나만 뒤쳐지는 건 아닐까?', '갭이어 후에 달라지는 게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질문들과 함께. 하지만, 갭이어는 단순히 쉬어가는 시간이 아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말 하고 싶은 걸  용기 내 도전해보는 시간. 갭이어가 끝난 후,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을 찾아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면 이전보다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다시 이전의 현실로 돌아가야 한들 용기 내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조금은 더 깊어지게 되지 않을까.  


 내가 나에게 주는 보너스 같은 그런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은 줄 수 없지만 나라서 줄 수 있는 '기회' 같은 시간이라고.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2016년 5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큰 딸 말리아가 하버드 대학 합격 이후 1년 동안 갭이어를 갖는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배우 엠마 왓슨과 영국의 해리 왕자 또한 갭이어를 가진 대표 유명인이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 역을 맡았던 엠마 왓슨은 미국 브라운 대학에 입학하기 전 갭이어 기간을 가지며 패션기업인 피플트리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고, 해당 영화 시리즈의 원작자인 작가 조앤 K. 롤링 또한 혼자 아이를 양육하던 시기에 갭이어를 통해 작가로서의 길을 찾았다. 가수 로이킴 또한 조지타운 대학교 경영학과 입학 전 갭이어 기간에 <슈퍼스타 K4>에 출연했고 우승을 거머쥐며 가수의 꿈을 이뤘다.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세계여행, 봉사활동, 인턴십 등으로 갭이어를 보내곤 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새로운 경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새로운 경험'이라는 것이 위에 나열한 일들처럼 꼭 거창하고 대단한 도전이어야만 하는 걸까?


우리는 모두 저마다 다른 가치관과 행복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세계여행이 버킷리스트이겠지만, 해외 업무가 많아 출장이 잦은 누군가에겐 한 나라에 정착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또 어떤 누군가에게는 퇴근 후에, 그리고 주말에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취미 하나 갖는 것이 오랜 꿈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미비아 사막의 그녀가 남기고 간 말처럼 'YOLO', 인생은 한 번뿐이다. 


일반화된 행복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하지 말고 나만의 행복을 찾아서 스스로의 인생에 보너스 시간인 갭이어를 선물해 보자. 몇 년이 돼도 좋고, 몇 개월, 며칠, 단 몇 시간이 되어도 좋다. 어차피 그 시간들은 모두 내 것이 아니던가. 이미 100세 시대에 접어든 우리에게 시간은 또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가.  





< Bonus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황하는 당신을 위한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갭이어 알아보기


1. 세계일주



갭이어는 크게 여행과 새로운 분야 체험을 통한 진로 탐색, 삶의 의미와 가치를 얻기 위한 봉사활등 등으로 나뉜다. 그중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여행이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지 오래인 한국은 최근 자유여행의 패턴도 바뀌고 있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한 번에 다양한 국가를 돌아보는 여행자가 늘고 있는데, 다구간을 넘어 아예 세계일주를 하는 여행자의 비율도 늘고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나거나,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를 선택한 허니무너가 늘고 있고 특히 신혼여행으로 짧게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세계일주를 하는 장기 허니문족이 늘고 있다. 대학생이나 ‘취준생’ 또한 직장이나 사회생활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형성되며 세계일주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한양대 이연택 관광학부 교수는 여행 자체를 삶의 목표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여행과 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2. 산티아고 순례



프랑스 남부 국경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이르는 800km의 대장정. 다비드 드 브르통의 <걷기 예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사람들은 걷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걸어갔고, 파울로 코엘료의 데뷔작 <순례자>를 통해 이름을 알린 산티아고에는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모여 순례자가 되었다. 

도보여행이 자신과의 싸움이자 치유의 여행임을 알게 된 여행자가 늘어난 데다, 갭이어 문화의 확산으로 이제 산티아고는 매년 전 세계에서 27만 명이 찾는 순례길이 되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도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코스 1위에 꼽히며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엘 카미노 : 별들의 들판까지 오늘도 걷는다>, <산티아고의 두 여자> 등 순례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여행 에세이도 증가해왔다. 길 위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고, 풍경을 만나며 묻고 답하는 시간이 주는 치유의 매력은 산티아고로 수많은 여행자를 불러 모으는 동력이 되고 있다.      


3. 적성을 찾아 떠나는 배움의 시간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되는 이들이 여행을 통한 갭이어를 갖는다면, 대학생이나 ‘취준생’들이 선택하는 갭이어는 주로 적성 탐방을 위한 프로젝트 참여다.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고 싶어서 무작정 떠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갭이어 기간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프로젝트를 미리 알아보는 것도 좋다. 갭이어 사이트에서 일종의 심리테스트인 ‘갭이어 진단 툴’을 이용하거나 추천하는 프로젝트를 참고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계획할 수 있다.    



TIP---갭이어를 위한 해외 프로젝트(출처 : 한국 갭이어)


1) 떠오르는 실버산업 공략, 그리스 시니어 복지 케어 인턴십

평균수명 100세 시대, 시니어 복지 관련 직업은 미래의 유망직종이다. 시니어가 살기 좋은 그리스의 복지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신청기간 : 상시 진행
참여기간 : 최소 4주, 12주 이상 참가 희망 시 별도 문의 필요
참가비용 : 881,000원(4주), 1,057,000원(8주), 1,233,000원(12주)
지역 : 유럽
진행 기간 : 상시 진행
참여인원: 제한 없음


2) 내 손으로 만드는 수제 맥주, 맥주 전문가 브루마스터

다양하고 특별한 맛을 내는 수제 맥주. 자신만의 비법이 담긴 맥주를 만드는 맥주 전문가 브루마스터 또한 미래의 유망직종. 맥주의 나라 호주에서 장인에게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 
신청기간 : 상시 진행
참여기간 : 3주
참가비용 : 3,840,000원(3주)
지역 : 오세아니아
진행 기간 : 상시 진행
참여인원: 제한 없음


3) 요즘 떠오르는 대세, 프랑스 파리 가죽공예 인턴십

단 하나의 수공예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 파리의 멋진 장인에게 직접 배우는 기술로 자신만의 스타일과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 
신청기간 : 상시 진행
참여기간 : 최소 8주
참가비용 : 3,345,000원(8주), 4,500,000원(12주), 5,655,000원(16주)
지역 : 유럽
진행 기간 : 상시 진행
참여인원: 제한 없음


TIP---갭이어 관련 도서  


<혼자서 완전하게> | 더도 덜도 없는 딱 1인분의 삶

약간의 외로움을 지불하고 완전한 자유를 얻은 25년 차 프로 독거인이 보내는 1인 생활자를 위한 공감 에세이. 불편한 행복보다 외로운 자유가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믿는 작가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며 발견한 ‘혼 삶’의 즐거움을 담백하고 유쾌하고 담고 있다.  
저자 이숙명 | 북라이프 |12,150원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 덴마크 행복의 원천, Hygge Life

“덴마크는 왜 가장 행복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담은 책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행복연구소 CEO인 마이크 비킹이 행복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음을 깨닫고 덴마크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고, 무엇을 먹고, 1년을 즐기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세히 풀어놓은 책. 
저자 마이크 비킹 | 위즈덤하우스 | 14,000원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 내가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둔 진짜 이유

MSWORD의 최초 개발자이자 빌 게이츠의 개인적 기술 조언자에서 우리 시대의 인생 멘토로 변신한 창조적인 천재 리처드 브로디. 삶을 찾는 여정을 그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Getting Past OK>, 오프라 윈프리 쇼를 포함한 수십여 개의 TV와 라디오에서 멘토로서 강연을 펼쳐왔다. 이 책은 그가 우리에게 가슴 뛰는 삶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안내서다.  
저자 리처드 브로디 | 흐름출판 | 11,700원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 자기만의 시간 ‘갭이어’로 진짜 인생을 만나다

스무 살의 평범한 대학생이 16개월 동안 39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수많은 청춘들을 통해 얻은 삶의 깨달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고민하며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청춘들을 위한 책으로, 작가 안시준은 현재 ‘한국 갭이어’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안시준 | 가나출판사 |13,500원 | 저자 블로그 kennamja1.bloge.me


4.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시간



코이카 해외봉사는 이제 갭이어를 꿈꾸는 청년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자리잡기까지 했다. 해외봉사가 국내에서 취업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정부 지원 아래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재능을 봉사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이지만 지원 경쟁률은 평균 5대 1을 넘는다. 취업과 실질적으로 연관되지 않아도 해외 경험과 낮은 자세로 삶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갭이어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봉사활동을 선택하는 이유가 아닐까. 



TIP---국내 대표 봉사기관 


한국해비타트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거문제 해결 등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통해 이웃에게 새로운 삶을 마련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홈페이지 www.habitat.or.kr


한국 국제협력단 코이카 

정부 지원 아래 해외봉사단 파견, 개발조사 등의 프로그램 진행. 국내 청년들의 버킷리스트 기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홈페이지 www.koi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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