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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전환을 위한 생애포트폴리오

기고 : 함께 웃는 재단 전문가 칼럼

자립전환을 위한 생애포트폴리오


정은미 

이지현의 엄마 

지니의 스토리텔링 저자 

전. 특수교사 

교육학박사( 특수교육의 장애인평생교육 복지 전공) 

소셜벤쳐 안정, 세아담 대표 


필자의 딸 지니(이지현의 애칭, 1993년생)는 자폐성장애가 있다. 나는 지니의 성장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그러던 중 학령기 이후 사회로 들어가기 위한 진로탐색 과정에서 지니의 장애에 집중하는 현실을 보며 성장 데이터를 주제별로 정리하여 만든 생애포트폴리오를 제시하게 되었다. 당시 22세 지니의 생애포트폴리오를 펼쳐보이자 관계자들은 지니의 장애가 아니라 지니의 삶에 주목하였다.


포트폴리오는 자료집을 의미하는 것이니, 생애포트폴리오는 생애를 보여줄 수 있는 성장 교육 체험의 자료집, 다시 말하자면, 사진과 간단한 메모로 만든 디지털 사진 앨범이다.  


교육은 학생 교사(지원자) 부모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을 스스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현장에는 부모가 대변인이 된다. 부모가 더 이상 대변하지 못하게 되어도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의사소통,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은 생애 전반에 걸친 보살핌과 지원자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생지원체계 내에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인력의 지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복지는 이론이나 주장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며 실행으로 그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생지원체계 내에서 살아가게 될 발달장애인의 평생에는 얼마만큼의 조력자들이 함께하게 될까? 몇 시간, 몇 날 며칠을 함께 보내면 조력자들이 당사자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산다는 것은, 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 당사자의 성장과 사회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며 깊이 있는 소통 있어야 당사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질적인 관계 형성이 되는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특별했던 순간, 주인공이었던 순간,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과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미 IT기술이 고도로 발달 된 현재에는 이런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는 사진 자료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그러나 쉽게, 넘치게 생산되는 자료들도 의도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부모와 가족을 떠나 복지체계의 지원하에 자립생활을 하게 될 발달장애인의 삶의 기록은 그런 의미에서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나는 요즘 탈시설, 커뮤니티 케어와 관련하여 ‘발달장애인의 자립 전환을 위한 생애포트폴리오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현장의 부모, 종사자, 당사자를 만나고 있다. 


발달장애인 생활시설에서는 당사자의 활동모습이 담긴 사진을 준비해 줄 것을 사전에 요청드린다. 

주로 20대의 거주자로 구성된 시설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었다. 

사진은 주로 언제, 어떤 날에 찍을까요?  


놀러 갔을 때, 체험학습 갔을 때, 여행 갔을 때, 결혼식 할 때, 생일축하 할 때 등, 표현을 할 수 있는 거주자들은 너나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다투어 사진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  


대답을 종합하여 보면 사진은 기분이 좋거나 행복할 때 찍는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사진에 대한 기억은 있으며, 좋은 기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주로 30대 이후의 연령으로 구성된 시설에서 생일날의 사진을 준비한 A씨에게 사진을 보며, 무슨 날인가요? 기분이 어때요? 누가 생일상을 차려주셨어요? 같은 질문을 했다. 자신이 몇 살인지를 알지 못하는 A씨는 사진을 보니 그날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요. 너무 행복해요. 좋아요. **선생님 생일상 차려주셔서 고마워요를 연이어 말하며 강의시간 내내 들뜬 기분으로 눈물이 맺혀있었다.  


시설 입소 거주자의 대부분은 이전의 시간과 단절된 세계에 있다. 그들의 지난날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존재할 뿐이며 공유되지 않은 사실은 이야기의 소재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더 구체적으로 사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첫째, 사진에는 정지된 시간, 언제든 떠올릴 수 있는 그 순간의 기억과 추억이 저장되어 있다.  

둘째, 사진은 사실이며, 판단을 위해 과거의 순간을 입증해주는 객관적인 자료이다. 

셋째, 사진은 성장, 삶의 기록, 미래 설계를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넷째, 사진은 소통의 자료, 질적 관계유지를 위한 자료로써 개인 삶의 역사이다. 

특수교육, 장애인 복지 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의 지원은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이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된다. 개별화교육계획, 개인별지원계획에 따라 생애주기 단계마다 제공되는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는 다양한 영역의 인력 지원으로 진행된다. 당사자의 개별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사자를 이해를 중시하는 의미이다.  


2019년 대한민국의 장애인 복지는 커뮤니티 케어 기치 아래 변화의 큰 물결을 타고 있다. 법조문으로만 규정되어 있던 제도가 실행되며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가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양적 확산에 더불어 질적 성장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학령기에 치중되었던 발달장애인의 특수교육은 평생교육 관점으로, 평생교육은 평생복지 관점으로,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장애인복지는 평생복지 지원관점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은 제도에 대한, 구조에 대한,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본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사람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여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질적인 삶이 보장되려면 부모와 그 지원자(교사, 조력자)가 만들어내는 삶의 기록인 생애포트폴리오가 그 구조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는 결국 당사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며 개인의 삶이 기반이 된 제도와 구조로 만들어져야 제대로 된 평생지원을 위한 장애인 복지 서비스가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27세인 지니의 성장 기간에 접했던 발달장애의 쟁점은 통합교육, 전환교육, 직업재활, 생애주기별지원 그리고 커뮤니티 케어에 따른 자립전환이라는 주제에 도달하였다.  


지니의 장애가 개선될 것을 기대하며 학령기 특수교육에 모든 자원을 쏟아 넣으며 안달했던 시간도 있었으나, 장애 여부를 떠나 산다는 것은 나와 지니에게 주어진 평생이라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삶의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다는 것을 지니와 함께 한 시간으로 알게 되었다.  


여느 발달장애인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지니와 함께 하는 시간은 나의 마라톤이다. 그러나 나만의 코스로 끝나지 않는,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할 바통을 든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음을 부모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의 정착과 당사자의 안정적인 자립전환을 위해서 당사자의 삶의 기록인 생애포트폴리오라는 바통을 준비하시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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