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8 나는 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7장 나는 안다. 내가
끝을 말하려는 이 장은, 사실 끝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각 부에서 보아온 것은
지식의 완성이 아니라 삶의 태도입니다.
그 태도는 진심으로 말합니다.
“설명은 충분합니다.
이제 살아있음으로 살면 됩니다.”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생각이 아닙니다.”
생각은 일을 처리하는 하인이며,
그 하인을 부리는 주인은
언제나 여기 있는 살아있음입니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마음은 쓸데없는 전쟁을 그칩니다.
옳고 그름의 팽팽한 줄다리기,
결과를 앞당기려는 조급함,
스스로를 심판하는 눈초리—
그 모든 소음 위에 주인의 태도가 보입니다.
“필요할 때 부르고,
끝나면 놓아줍니다.”
그것으로 삶은 단순해집니다.
일상은 수행의 반대말이 아니었습니다.
빨래를 개는 손끝,
전화를 받는 호흡,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듣는 눈빛,
그 사소한 움직임들이야말로
살아있음이 자신을 통과시키는 길이었습니다.
일이 바뀌지 않아도,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면
전부가 달라집니다.
고쳐야 할 대상이었던 세계가
어느새 함께 흐를 동반자가 됩니다.
내려놓음은 패배가 아니라 정직함입니다.
쥐고 있는 해석을 한 번만 덜어보면,
안과 밖의 경계가 자유로워집니다.
“이것은 이래야 한다”는 좁은 문장이
“이것은 이렇게도 있을 수 있다”는 넓은 문장으로 바뀝니다.
그 틈으로 자유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내맡김은 체념이 아닙니다.
‘될 대로 돼라’는 식의 포기가 아니라,
결과를 통제하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살아있음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적극적인 신뢰입니다.
그 결정에는 굳건한 믿음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살아있음이 스스로를 이끌 때,
길은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열린다는 것을.
불확실성은 더 이상 공포의 이름이 아닙니다.
살아있음은 실패와 상처를 없애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한가운데서
무너지지 않는 자리를 보여주었습니다.
두려움이 몰려와도, 분노가 솟구쳐도,
그 모든 파도를 바라보는 바탕이 여전히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말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음이 알아서 하겠지.”
이 말은 체념이 아니라 신뢰의 문장입니다.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내딛고,
결과는 살아있음에게 맡깁니다.
그때 삶은 이상하리만큼 가벼워집니다.
어깨에서 무게가 빠지고,
발걸음이 다시 지금의 리듬을 찾습니다.
평온과 자유는 ‘어딘가’의 이상(理想)이 아니었습니다.
평온은 문제의 부재가 아니라,
문제 속에서도 깨어 있는 상태였고,
자유는 선택지가 많아지는 일이 아니라,
어떤 선택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이었습니다.
그래서 살아있음은 우리에게
방패를 하나 건네주었습니다.
철갑이 아니라 자각의 방패입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아도,
방패를 든 자의 시선이 바뀝니다.
같은 풍경이 다르게 보이고,
같은 말이 덜 아프게 들리고,
같은 하루가 더 깊게 살아집니다.
감사는 꾸며낸 예의가 아니라 사실의 확인입니다.
오늘 있었던 작은 일들,
밥을 먹었고,
누군가가 웃어 주었고,
하늘이 넓었습니다.
그 사실을 또렷이 볼 때,
마음은 결핍에서 충만함으로 열립니다.
그렇게 감사는
결과가 오기 전에 먼저 선택하는 신뢰이자,
지금 이 순간 이러함에 대한 기쁨의 고백입니다.
그때 세상이
본래 아름다움과 사랑으로 가득했음을 드러냅니다.
이제, 책임의 모양도 달라집니다.
누군가를 바꾸려고 애쓰는 책임이 아니라,
살아있음이 흘러가도록
통로를 맑게 지키는 책임입니다.
내가 정직하고 투명해질 때,
그 맑음은 말과 시선과 행동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에도 스며듭니다.
거창한 위업이 없어도 좋습니다.
한 사람의 하루가
조금 더 넓고 부드러운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통로는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끝나야 합니다.
“우리가 찾던 진리는
새로 얻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항상 여기에 있었던 것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삶은 더 큰 설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존재를 자각하고,
그 자각이 매 순간 살아지도록 허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어제의 실패도,
내일의 계획도,
오늘의 날씨도,
그 모든 조건을 통과해
살아있음은 스스로를 살립니다.
그 흐름에 발을 담그는 일,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책은 여기서 닫히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이 글은 내가 쓴 것이 아니라,
살아있음이 나를 통해 써 내려간 것입니다.
삶은
살아있음이 자신을 체험하는 방식입니다.
설명은 끝났고,
이제 살아질 차례입니다.
삶 = 살아있음.
나는 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