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프러리 2시간전

테드 사란도스의 순간 : 라이브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는 그때 스포츠 중계를 하기로 선택했다.

2022년 4월만 해도 넷플릭스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2022년 4월 넷플릭스의 주가는 무려 35%나 폭락했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350억 달러가 날아갔다. 원인은 유료 구독자수의 감소였다. 2022년 1분기에 넷플릭스의 유료 회원은 직전 분기인 2021년 4분기보다 20만 명이나 줄었다. 2022년 4월이면 코로나 판데믹이 끝나갈 무렵이다. 2000년 2월 창궐한 코로나는 2년 동안 전세계를 셧다운시켰다.


역설적이지만 넷플릭스는 코로나 수혜주였다. 다들 집에 갇혀서 OTT만 봤기 때문이었다.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는 넷플릭스 가입 행렬을 이끌었다. 이때 넷플릭스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구독자자수였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구독수는 2억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충격적인 선언을 한다. 2022년 1월부터는 구독자수가 줄어들 것 같다는 가이던스를 제시한 것이다. 이때부터 넷플릭스 주가는 추풍낙옆처럼 떨어졌다. 2022년 1월 21일에도 이미 20% 넘게 빠졌다. 2022년 4월 폭락의 또 다른 원인은 러우 전쟁이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넷플릭스는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때 러시아에서만 70만 명의 구독자를 잃었다.


넷플릭스의 구독자수 증가세가 멈추자 이제 넷플릭스가 피크 아웃됐다는 우려가 커졌다. 2000년 넷플릭스 주가와 2022년 넷플릭스 주가를 비교하면서 3000% 상승이라고 떠들던 소리들도 잦아들었다. 오히려 지금이 꼭지니깐 팔아야만 한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넷플릭스 주가는 2022년 7월 1일 179달러까지 떨어졌다. 700달러가 넘어버린 2024년 9월 시점에서 보자면 그때는 넷플릭스의 피크 아웃이 아니라 바닥이었다. 당시 넷플릭스 주식을 샀다면 4배 장사를 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2022년 상반기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건 2023년 5월 본격화된 계정 공유 중단 정책이 성공하면서부터다. 넷플릭스는 2023년 5월 23일 “당신의 넷플릭스 계정의 사용자는 당신과 세대 구성원으로 제한된다”는 이메일을 구독자들한테 발송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이때부터 넷플릭스는 계정을 공공연하게 공유하는 각종 블로그들부터 단속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건 2022년 하반기부터였다. 구독자 증가세가 주춤하자 이제 수익률 개선에 나서겠다는 신호였다. 당연히 구독자들의 반발이 컸다. 지금까지 1개 계정으로 여러 명이 넷플리스를 즐겨온 구독자들한테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책에 대한 호불호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증시가 이런 우려를 반영했다. 넷플릭스가 해당 정책을 도입하면 오히려 구독자수마저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소비자들한텐 넷플릭스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도 있고 아마존 프라임도 있고 HBO 맥스도 있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단속을 시작한 2023년 5월 23일 주가는 2% 가까이 빠졌다. 시장은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 정책은 성공적이었다. 계정 공유 중단 정책이 본격화된 2023년 4분기에만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수는 1310만 명이 증가했다. 코로나 판데믹 시기였던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였다. 2023년 5월 2억3250만 명이었던 넷플릭스 글로벌 유료 구독자수는 2024년 6월 기준 2억7765만 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계정 공유 집중 단속 대상이었던 북미 시장에서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계정 공유 단속이 시작된 2023년 2분기 7557만 명이었던 유료가입자수는 2024년 2분기엔 8410만 명까지 증가했다. 북미 OTT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걸 감안하면 계정 공유 단속의 효과가 1000만 명 규모였다는 의미다. 전세계적으로도 3000만 명을 추가시켰다.


그런데 계정 공유 단속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선 이제 도입 초기다. 한국 시장만 해도 2024년 1분기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바꿔 말하면 넷플릭스에게 북미 1000만 명에 글로벌 3000만 명의 가입자를 추가시켜준 계정 공유 단속의 효과는 아직도 다 나타난 게 아니란 뜻이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단속 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단순히 과감한 결단을 통해서만 아니었다. 넷플릭스는 2023년 5월 미국 시장에서 계정 공유 단속을 본격화하기 전에 캐나다에서부터 실험을 시작했다. 미국 시장에게 캐나다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성격은 비슷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치밀한 전략에 따라 움직였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북미에서만 3000만 가구 정도가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세적으론 1억 가구 정도였다. 넷플릭스는 이 수치를 IP추적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동일 계정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접속하는지를 보면 이것이 가족 공유인지 계정 공유인지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하게 정확하지는 않다. 그래서 넷플릭스 역시 공유되고 있는 계정의 숫자를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을 했을 경우 이탈을 막기 위한 방지책도 마련했다. 스탠다드 요금의 절반 가격으로 계정 공유를 할 수 있는 유료 공유 요금제를 실험적으로 출시한 것이다. 2명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스탠다드 요금제의 절반 정도인 월 7.99달러를 더 내면 추가로 1명이 더 시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보통 1개 계정을 3명 정도가 공유한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이었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금지 정책 성공은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의 승리였다. 넷플릭스를 위기에서 구해낸 건 테크놀로지였다는 의미다. 콘텐츠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회사라는 넷플릭스의 강점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넷플릭스의 본사는 실리콘밸리 로스가토스에 있다. 테크놀로지의 중심지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또 다른 본사는 LA 비버리힐즈 근처에 있다. 콘텐츠의 중심지다. 넷플릭스는 창업 이후 로스가토스와 비버리힐즈라는 두 개의 중심축으로 성장해왔다. 테크놀로지와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양 날개라는 의미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창업자라면 현재 넷플릭스의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 체제에서 최고콘텐츠책임자로 일하다 2020년 7월부터 공동 CEO로 선임됐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은퇴한 현재는 새롭게 대표로 선임된 그렉 피터스와 함께 공동 CEO를 맡고 있다.


계정 공유 단속 정책의 입안과 운영은 그렉 피터스 공동 CEO의 성과다. 그렉 피터스는 글로벌 사업 총괄과 최고제품책임자와 최고운영책임자를 거쳤다. 테드 사란도스가 콘텐츠 제작에 집중한다면 그렉 피터스는 콘텐츠 유통에 집중하는 구조인 것이다. 과거에 영화가 극장 체인을 통해 유통되던 시절엔 서로 별개의 회사였던 구조가 넷플릭스에선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돼 있는 것이다.


레거시 산업에선 제작사와 배급사로 이원화됐던 구조를 디지털 시대엔 하나의 회사로 통합한 모델이 넷플릭스다. 일단 테드 사란도스와 그렉 피터스 공동 CEO 체제를 통해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통합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가 계정 공유 단속의 성공이다.


여기엔 그렉 피터스의 유통 전략 뿐만 아니라 테드 사란도스의 콘텐츠 전략도 주효했다. 계정 공유 단속은 소비자한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줬다 뺐는 건 무조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다. 이때 넷플릭스가 소비자한테 추가로 줄 수 있는 벨류가 필요하다. 당연히 콘텐츠다.


테드 사란도스는 다양한 한국의 K콘텐츠를 포함한 전세계 IP 확보에 공을 들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부터 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성공을 이어간 것이다. 여기에 저비용 고효율의 구작 콘텐츠까지 더했다. 섹스 앤 더 시티나 슈츠나 프렌츠 같은 롱테일 인기 콘텐츠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한 것이다. 한 물 간 콘텐츠라고 여겨졌던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 다시 인기를 얻는 넷플릭스 이펙트까지 생겨났다.


이것까지도 모두 테크놀로지의 힘이다. 기술적으로 롱테일 콘텐츠의 시청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맞춤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기술과 예술의 교차로에 있는 대표적인 회사다.


넷플릭스가 준비하는 또 다른 예술적 기술은 애드테크다. 2023년 현재 넷플릭스는 북미 시장에서 애드테크 플랫폼을 실험하고 있다. 이제까지 가장 성공적이었던 애드 테크 기술은 구글의 검색 광고였다. 그걸 다시 유튜브에 적용한 장본인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유튜브의 어머니 수잔 보이치키 CEO였다. 그러니까 영상 콘텐츠에 기반한 애드 테크로서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까지는 유튜브인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같은 영상 콘텐츠였지만 구독 모델로 성공했다. 유튜브가 광고주한테 돈을 받았다면 넷플릭스는 구독자한테 돈을 받아온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도 2023년부터 광고주 시장을 탐내기 시작했다. 이미 넷플릭스는 광고 기반 구독 모델을 출시해서 실험에 들어간 상태다. 북미 시장에선 훌루와 같은 FAST TV 모델도 안착해가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광고를 봐주고 구독료를 낮추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다.


이제까지 구독모델과 광고모델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로 여겨졌다. 구독료를 낸 유료 소비자한테 광고까지 보라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 소비자의 반발과 이탈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서 구독모델과 광고모델의 골디락스 균형을 찾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균형을 찾아서 인플레이션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타겟을 모두 잡으려는 연방준비제도처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지는 건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빅데이터에 기반해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로 빅데이터를 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술을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어긋나면 정확한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다. 기술이 부완전하거나 최고의사결정구조가 불합리하면 소용이 없다. 넷플릭스가 골리닥스 밸런스를 찾고 있다.


2023년 12월 넷플릭스의 광고 상품 가입자는 1500만 명이었다. 그런데 2024년 1월엔 2300명까지 1200만 명이 증가했다. 월간 신규 가입자의 40%가 광고 기반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기본 요금제를 없애고 광고 상품 요금제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제 넷플릭스에서도 광고를 보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넷플릭스는 애드 테크 도입을 절대 서두리지 않고 있다. 성급하면 자칫 구독 수익을 해치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오히려 광고 기반 모델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누그려뜨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2024년과 2025년에 광고 수익이 넷플릭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대신 넷플릭스는 광고 판매와 광고 효과 측정에도 넷플릭스다운 테크놀로지를 도입하려고 애쓰고 있다. 애드 테크는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광고주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결국 광고 효과에서 유튜브를 능가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고 모델을 도입하려면 결국 필요한 콘텐츠는 스포츠다. 영화는 중간 광고를 도입하기 어려운 콘텐츠다. 영화를 보다가 광고를 보면 몰입이 깨지기 때문이다. 2시간 30분 동안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건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가는 것과 같다. 영화는 몰입형 콘텐츠인 것이다. 드라마 시리즈에는 중간 광고가 적절하다. 넷플릭스가 이미 도입한 광고 역시 드라마 시리즈에 기반한 상품들 대부분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레거시 TV에서 중간 광고를 시청하고 있다.


그렇지만 광고 효과가 가장 큰 건 역시나 스포츠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중계 방송이야 말로 광고 효과가 강력한 광고 상품이다. 시청자들은 광고가 나오는 동안에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포츠 콘텐츠에 접근했었다. 2024년 1월엔 WWE의 글로벌 실시간 방영권을 50억 달러에 확보했다. 프로레슬링은 미국에선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물론 프로레슬링은 스포츠라기보단 쇼에 가깝다. 그래서 넷플릭스한테 진짜 스포츠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2024년 크리스마스에 방영될 NFL 경기들이다. 이런 넷플릭스의 접근은 디즈니와의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만든다. 디즈니 플러스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건 ESPN 플러스이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최고경영자 밥 아이거는 ABC 방송에서부터 스포츠 콘텐츠를 매만져온 전문가다.


2024년 2분기 넷플릭스의 영업이익률은 27%에 달한다. 콘텐츠 기업으로서는 경이적인 수준이다. 한국에선 영화 관람료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바꿔 말하면 영화 관람료가 높여도 겨우 수익이 남을 정도로 유통사와 제작사의 영업이익률이 나쁘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영업이익률 27%는 그래서 더욱 경이적인 것이다.


넷플릭스의 매출 원가는 50% 정도다. 50억 달러가 넘는다.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투자하는 제작비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가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배우와 좋은 프로젝트가 우선 넷플릭스 투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의 중남미와 아시아 시장 점유율은 아직 낮다. 브라질과 멕시코에선 여전히 넷플릭스의 시장 침투율이 5% 미만이다. 안정적인 캐시 플로우와 높은 영업이익률에 여전한 성장 포텐셜을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 경쟁 OTT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경쟁력이다.


덕분에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은 3000억 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한화로 4000조 원이 넘는다. 4000조 원이라는 넷플릭스 시총에서 콘텐츠의 힘이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절대적이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과거엔 여러 회사로 쪼개져 있던 콘텐츠 유통업을 디지털을 통해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넷플릭스의 시총 4000조 원은 회사 하나의 가격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가격이 반영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아직 산업 그 자체가 되진 못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넷플릭스의 주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테드 사란도스와 그렉 피터스가 넷플릭스에 레거시 산업을 통합해나갈수록 넷플릭스 시총은 커지게 된다. 넷플릭스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넥플릭스의 승리로 레거시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론 머스크의 순간 : 트럼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