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프러리 2시간전

일론 머스크의 순간 : 트럼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그때 도널드 트럼프에게 올인하기로 선택했다.

2024년 7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겠다고 나섰을 당시 모두가 우려했던 게 사실이었다. 럭비공 같은 일론 머스크의 돌출 행동에 이골이 난 시장은 또 다른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정작 일론 머스크는 이미 진지햇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 6월 이미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운동을 후원하기 위한 슈퍼팩인 아메리카PAC를 만든 상태였다. 일론 머스크의 슈퍼팩 규모는 7500만 달러에 달했다. 한화로 1021억 원이었다. 2024년 6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후원금 모금에 애를 먹고 있던 분위기였다. 공화당 지지자들도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마중물을 붓기 시작한 것이다. 


2024년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에 암살 당할 뻔 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부터 일론 머스크는 대놓고 지지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는 엑스에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가 피격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보인 순간에 대해 “미국에 이처럼 강인한 후보가 있었던 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보통 기업인들은 뒤에서 조용히 후원금만 내기 마련이다. 일종의 보험금 성격이다. 대신 앞에서 지지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일론 머스크답게 전혀 달랐다. 리스크를 돌파해버렸다.


2024년 8월 12일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와 엑스에서 대담을 하기에 이르렀다. 엑스는 일론 머스크가 우여곡절 끝에 인수한 소셜미디어다. 소셜미디어도 결국 미디어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의 엑스 팔로워수는 2억 명이 넘는다.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대의 개인 미디어인데 게다가 엑스 자체의 소유주인 것이다. 미국 미디어들은 대선 때마다 분명하게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공개한다. 언론은 기계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기계 장치가 아니다. 언론은 저널리즘적인 가치에 따라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 그 사실을 밝히는 행위가 대선 지지 선언이다. 그런 전통 속에서 일론 머스크 역시 자신의 엑스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공개 선언한 것이다. 물론 소셜 미디어가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한 것은 일런 머스크가 거의 처음이었다. 또 한 번의 파격이었다.      


이때부터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를 후원하기 위해 만든 아메리카PAC을 활용해서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미국 수정 헌법 1조와 미국 수정 헌법 2조를 옹호하는 청원서였다. 수정 헌법 1조는 언론 자유를 옹호하는 것이다. 수정 헌법 2조는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청원 운동을 이른바 대선 7개 경합주에서 전개했다. 조지아, 네바다, 애리조나, 미시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였다. 그리곤 청원서에 서명하면 1인당 47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정 헌법 지지 청원을 빙자한 사실상의 도널드 트럼프지지 선거 운동이었다. 대선 판세를 좌우할 7개 경합주에 자금을 집중하면서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현금 살포 전략을 쓴 것이다. 사실상의 매표 행위였다.      


2024년 8월 2일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카머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등판한 직후엔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을 정체 상태였다. 카머라 해리스 컨센션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2024년 6월 27일 대선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한테 KO패 당한 이후 패색이 짙었던 민주당에 서광이 비치는 듯 했다. 카머라 해리스라는 여성 유색 인종 뉴페이스를 선택한 민주당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던 것처럼 보였다. 


사실상 이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이라고 봐야 했다. 버락 오바마가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의 부통령 조 바이든 대신 힐러리 클린턴 국무 장관을 지지했던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24년 7월 21일 조 바이든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데도 버락 오바마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버락 오바마는 조 바이든을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여기지 않았고 인기가 없었던 조 바이든은 결국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를 선택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는 오랜 정치적 앙숙이었다. 버락 오바마의 임기 내내 대통령을 괴롭렸던 이른바 버서 논쟁의 진앙도 결국 도널드 트럼프였다. 버락 오바마의 출생지가 하와이가 아니라 케냐이고 그래서 미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버서 논쟁은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버서 논쟁을 불쏘시개 삼아서 대선 주자로 등장할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는 그 뒤로 10년 넘게 백악관을 주고 받으면서 반목해왔다. 유색 인종 남성 대통령은 유색 인종 여성 대통령을 등판시키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를 끝장내려고 했다.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변수는 일론 머스크였다.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의 말라 버린 대선 자금에 돈을 퍼부엇고 심지어 전면에 나서서 도널드 트럼프를 옹호했고 급기야 밑바닥 표심을 돈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덕분에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후반에 카머라 해리스를 맹추격할 수 있었다. 결국 대선 한 달을 앞둔 2024년 10월 5일 여론조사기관 파이브서티에잇의 지지율 조사 결과 카머라 해리스 45.6%와 도널드 트럼프 43%로 거의 따라잡게 됐다. 한 달 전 여론 조사 결과는 카머라 해리스한텐 충격적이었다. 박빙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9월 내내 카머라 해리스가 리드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판세가 흔들리는 와중에 카머라 해리스의 결정적인 실수가 등장했다. 2024년 10월 8일 카머라 해리스는 ABC 토크쇼 더뷰에 출연했다. 공동진행자 아나 나바로는 카머라 해리스한테 “조 바이든과 다르게 했을 선택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카머라 해리스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말해버렸다. 자신을 새로운 미래라고 하는 정치인이 구시대 정치인이라서 낙마한 현직 대통령과 자신이 별 다르지 않다고 인정해버린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선거 판세는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는 7개 경합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가장 박빙한 펜실베이니아에 일점집중하기 시작했다. 펜실베이니아는 미국 선거판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있고 백인과 유색 인종이 섞여 있다. 미국 전체 판세가 박빙인 만큼 펜실베이니아도 박빙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펜실베이니아에는 선거인단이 19개가 걸려 있다. 7개 경합주 중에서도 펜실베이니아를 차지하는 대선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펜실베이니아를 차지하는 자가 백악관을 차지하고 미국을 운영하고 세계를 경영하게 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수정헌법 1조와 2조에 청원하면 100달러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6개 경합주보다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또 2024년 11월 5일 대선날까지 청원서에 서명한 사람들 중에서 하루 한 명을 추첨해서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머스크 로또를 공약한 것이다. 노골적인 매표 행위지만 미국에선 편법이지 불법은 아닌 짓이다.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지만 일론 머스크가 그걸 대신 해준 것이다. 덕분에 2024년 10월 판세는 내내 카머라 해리스한테 불리하게 돌아갔다. 전국 지지율에선 박빙 우위였지만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에선 계속 불리했다. 다시 한번 일론 머스크가 대선 판세를 뒤흔든 것이다.      


사실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건 가정사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일부는 사실이다. 일론 머스크는 2000년 1월 SF소설가 저스틴 윌슨과 결혼했다. 2002년 첫 아들 네바다를 낳았지만 생후 10주 만에 급성영아사망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이때 일론 머스크가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일론 머스크의 저스틴 윌슨은 2004년 체외수정 클리식을 통해 쌍둥이 아들 그리핀과 자비에를 낳았다. 첫 아들을 잃고 얻은 쌍둥이 자녀였으니 애지중지였던 건 당연했다. 그리핀은 맏아들 다운 어른스러움을 가진 아들로 자라났다. 


반면 자비에는 좀 달랐다. 아버지 일론 머스크와 아들 자비에 머스크는 사춘기 시절부터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는 자녀들을 위한 사립학교인 애드 아스트라를 세웠다. 중학교 때까진 애드 아스트라에서 공부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일반 학교에 하는 과정이었다. 자비에 머스크는 LA의 사립고등학교 코로스로드에 진학했고 여기에서 사회주의 이념을 접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비에 머스크는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부자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자비에 머스크는 “나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옹호하는 모든 것이 싫다”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와 자비에 머스크는 만날 때마다 싸우는 사이가 됐다. 


2020년 16세가 된 자비에 머스크는 성전환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여성이 되면서 이름도 비비안 제나로 바꿨고 성씨가 엄마의 성인 윌슨을 따랐다. 제나 윌슨의 선택은 일론 머스크한테 충격을 줬다. 큰 아들 네바다를 잃었을 때만큼의 충격이라고 고백했을 정도였다. 성전환 수술을 반대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일론 머스크는 LGBTQ에 대단히 우호적이다. 일론 머스크가 충격을 받은 건 딸이 자신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온 가족이 아는 상태에서 자신만 모르게 한 채 자신을 버린 것이었다. 계속해서 자신을 증오하는 것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캘리포니아의 화려한 저택들을 처분하고 텍사스의 작은 주택에서 살기 시작한 것도 제나 윌슨의 영향이 컸다.


부자 아버지를 비난하는 딸한테 상처 받고 딸 앞에서 당당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일론 머스크는 PC주의에 염증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엑스를 인수하고 표현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태도가 강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것이 정치적 올바름에는 무심한 도널드 트럼프 지지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2024년 10월 23일 테슬라는 2024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테슬라의 주당 순이익은 시장 전망치였던 0.59달러를 넘어선 0.72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2024년 3분기 순이익은 27억 달러에 달했다. 무엇보다 테슬라의 총 마진은 19.8%였고 차량당 원가는 역대 최저인 35100달러까지 떨어졌다. 한 마디로 더 많이 벌고 더 적게 쓰는 최적화된 상태를 달성한 것이다. 여기에 모델Y와 모델3에 이어 새로운 라인업인 사이버트럭의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2024년 10월 24일 테슬라 주가는 22%나 급등했다.


사실 테슬라 주가는 2024년 10월 6일 가장 바닥을 쳤었다. 주당 240달러 바닥까지 내려갔었다. 그날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 유세에 직접 참가해서 찬조 연설을 했고 심지어 연단에서 점프까지 했다. 이 점프 한 번에 테슬라 주가가 우수수였다. 그런데 테슬라 2024년 3분기 실적으로 한 방에 만회한 것이다. 특히 테슬라의 미래인 사이버 트럭 판매 호조가 2025년 실적 기대감을 높여줬다.


사이버 트럭도 결국 픽업 트럭이다. 미국 시장에서 픽업 트럭이 많이 팔리는 상위 주들은, 텍사스, 플로리다,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리아니아, 애리조나다. 정확하게 미국 대선 경합주들과 일치한다. 일론 머스크가 아메라카 슈퍼PAC으로 현금을 살포하고 있는 주들이다. 사이버 트럭은 전통적인 픽업 트럭 소비자들한텐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다. 기름 먹는 하마 같은 머슬 엔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같은 편을 먹는 것이다. 경합주의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한테 호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이버 트럭을 사라는 것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를 찍자는 것이다. 그럼 사이버 트럭도 자연스럽게 팔리게 된다. 2024년 3분기 테슬라의 자동차 부분 매출은 200억2000만 달러였다. 일론 머스크가 대선에 쓴 돈은 7500만 달러다. 남는 장사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역시 도널드 트럼프가 들어서면 호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스페이스X는 이미 정부 발주 우주 운송 사업 시장을 장악했다. 보잉의 위기는 B2G에서 스페이스X한테 밀린 탓이 크다. 여기까지 오는데 일론 머스크는 규제의 벽을 넘느라 고생했다. 스페이스X의 성공은 기술적 진보이면서 보잉이나 맥도날 더글러스 같은 기존 우주 항공 기업들과 정부 관료들의 카르텔을 깨기 위한 규제와의 싸움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일론 머스크는 규제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앞장서서 스페이스X의 항로를 가로막는 규제를 치워버릴 것이다. 완장까지 차게 되는 것이다. 


엑스는 말할 것도 없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이스트룸 침실은 악마의 작업장이라고 불렸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중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엑스의 힘으로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엑스와 자신의 트럼프 소셜을 위해 극단적일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확대할 것이란 사실은 명약관화다. 


2024년 11월 5일 대선에서 일론 머스크의 도박이 성공할지는 아직 장담하긴 어렵다. 펜실베이니아의 판세는 현지 주민들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초박빙이다. 그렇다고 카머라 해리스가 이긴다고 해서 일론 머스크한테 불이익이 크진 않다. 민주당 행정부한테도 일론 머스크는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은 GM이나 포드를 테슬라보다 우대하지만 그렇다고 테슬라의 영향력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스페이스X의 비용 절감 기술은 이제 발사체가 그대로 발사대로 되돌아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기술 해자가 엄청나다는 뜻이다. 반면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일론 머스크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2024년 미국 대선은 일론 머스크의 대선이다. 



온라인 인물 도서관 서비스 라이프러리의 인물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인물을 읽다 인생을 알다 라이프러리 

매거진의 이전글 파벨 두로프의 순간 : 자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