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만 오픈AI CEO는 그때 아이폰을 오픈했다.
애플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4년 6월 10일 애플의 세계개발자대회가 열린 당일엔 2% 가까이 폭락했다. 애플이 발표한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생성AI전략이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런 여론을 주도한 건 얼리어텁터들 중심의 테크 미디어들이었다. 오픈AI가 챗GPT로 생성AI 대중화 시대를 연 게 벌써 1년 반 전인 2022년 11월이었다. 오픈AI 투자사인 MS는 진작에 챗GPT와 결합한 검색엔진 빙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갤럭시S24를 AI스마트폰으로 소개했다.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브랜드로 소개한 기능들은 생성AI에 익숙한 얼리어텁터 소비자들한텐 익숙한 기능들이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글쓰기 기능을 지원해준다. 이미지 생성과 검색 기능을 지원한다. 이미 챗GPT와 GPT4에서 구현된 기능들이었다.
차라리 아이폰에서의 통화 녹음 기능이 관심을 모았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음성 통화를 텍스트로 요약해준다. 자연히 통화 녹음도 가능하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을 지원하지 않았다. 통화 녹음 기능이 필요해서 갤럭시를 쓰는 사용자가 있을 정도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더라는 식의 평가를 나오면서 애플 주가는 하락세를 탔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던 애플이 생성AI 경쟁에선 영영 뒤쳐졌다는 비관론 때문이었다.
하루 뒤인 2024년 6월 11일 애플 주가는 7.26%나 급등했다. 다음날인 2024년 6월 12일엔 다시 3.89%나 급등하면서 한때 글로벌 시총 1위로 복귀했다. 애플의 시가 총액은 2024년 6월 12일 장중 한때 3조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생성AI 시대의 주도주는 MS였고 엔비디아였다. MS는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성공하면서 빅테크 중에서 가장 먼저 주목 받았다. 엔비디아는 메타와 구글 같은 빅테크들이 생성AI 개발 경쟁에 몰입하면서 반도체 수혜주로 주목 받았다.
그런데 2024년 6월 10일 이후 시장의 관심은 애플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MS는 생성AI 개발 관계사라면 엔비디아는 생성AI 부품 관계사였다. 애플은 생성AI 유통 판매사라고 할 수 있다. 생성AI가 도입된 AI아이폰은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기능적으로는 평이할 수 있어도 마케팅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24로 생성AI의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갤럭시24 시리즈는 AI스마트폰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폰이 참전하게 되는 것이다.
숨은 핵심은 2023년 9월 아이폰15부터 적용된 A17 프로 모바일 프로세서와 2022년 6월 맥북부터 적용된 M2 칩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A17 프로와 M2 이상의 하드웨어 성능이 있어야만 구동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애플 실리콘이라는 이름으로 자체적인 반도체를 개발해서 사용해왔다. 이전까지는 퀄컴과 인텔에 전적으로 의존했었다. 바꿔 말하면 애플 실리콘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에선 앞으로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M1이나 M2와 같은 애플 실리콘 반도체는 기술에 어두운 소비자들한텐 마케팅 포인트가 아닐 수도 있다. 과거에 인텔이 애써 인텔 인사이드라는 마케팅을 했던 이유다. 컴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지만 겉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애플 실리콘을 가시화시켰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애플 실리콘에 맞춘 교체 수요를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는 iOS8과 아이패드OS8와 맥북 OS15 세콰이어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운영체제 전반에 애플 인텔리전스가 적용된다는 얘기다. 소비자 입장에선 온전히 애플 제품을 사용하려면 A17 프로와 M2 이상으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밖에 없다. A17 프로는 내장된 트렌지스터만 190억 개에 달한다. M2칩 역시 200억 개 수준이다.
머신러닝 같은 AI 기능을 지원하는 뉴럴엔진의 연산량은 A17 프로는 초당 35조 번이다. M2는 초당 16조 번이다. 모두 TSMC의 3나노급 공정에서 생산된다. 성능 자체가 압도적이다. 애플 인텔리전스와 결합되면 애플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A17 프로는 아이폰15에서도 프로와 프로맥스 같은 고가 모델에만 적용됐다. 애플은 2024년 9월 가을에 출시될 아이폰16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애플 인텔리전스와 애플 실리콘으로 소비자가 더 비싼 아이폰을 쓸 유인을 끊임없이 만드는 것이다. 애플이 시총 1위로 복귀한 이유다.
애플도 승자지만 숨은 승자는 따로 있다. 샘 올트만가 이끄는 오픈AI다. 세계개발자대회에서 애플은 오픈AI와의 파트너쉽을 발표했다. 오픈AI와 애플은 2024년 올해 초부터 제휴 협상을 벌여왔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잠정 중단됐었다. 양측의 협상이 재개 된 건 2024년 5월부터였다. 파트너쉽 협상은 2024년 5월 중순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오픈AI가 차세대 생성AI인 GPT-4o를 전격 발표한 게 2024년 5월 14일이었다. GPT-4o는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걸 넘어서서 사람의 표정과 주변 배경을 통해 감정까지 이해하는 멀티모탈 기능으로 주목 받았다. 영화 HER의 인공지능이 실현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때 오픈AI는 애플 아이폰으로만 시연을 진행했다. 아이폰을 GPT의 메인 디바이스로 선택한 셈이었다.
애플의 애플 인텔리전스는 온디바이스AI와 클라우드AI가 혼합된 하이브리드AI다. 온디바이스AI는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자체적인 컴퓨팅 파워만으로 생성AI 기능을 제공한다. 클라우드AI는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연결된 외부 컴퓨팅 파워를 통해 생성AI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보다 먼저 생성AI를 도입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24는 온디바이스AI만 제공한다. 애플은 자체적인 온디바이스AI 이외에 클라우드AI를 제공하기 위해 샘 올트만의 오픈AI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
오픈AI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클라우드AI를 지원한다. 애플은 온디바이스AI에선 자체 개발한 에이잭스 기반의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문서 정리나 사진 편집 같은 기능은 에이잭스의 몫이다. 반면 복잡한 추론을 요구하는 생성AI 기능은 클라우드를 통해 연결된 오픈AI의 GPT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애플의 음성 비서 서비스인 시리가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시리에 복잡한 음성 명령을 내리면 각각의 명령을 분석해서 이메일을 정리하고 일정을 조정하고 예약을 잡는 등의 동작을 하는 것이다.
애플이 이렇게 시리를 포함한 운용체제 전반에 오픈AI와 같은 외부 업체의 기술을 도입한 건 처음이다. 사실 애플은 오픈AI 뿐만 아니라 구글과 엔트로픽 같은 생성AI 개발사들과도 협상을 벌였다. 구글의 제미나이와 엔트로픽의 클로드도 후보군이었다는 뜻이다. 애플이 오픈AI를 선택한 건 GPT의 성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운용체제 전반에 오픈AI와 같은 외부 업체의 기술을 도입한 건 처음이다.
GPT-4o의 평균 응답 시간은 232밀리초다. 인간의 평균 응답 시간은 320밀리초다. 인간의 감정적 교류를 하는데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GPT-3.5는 평균 2.8초였다. GPT-4는 평균 5.4초였다. 오픈AI의 기술 발전 속도 역시 초격차 수준이라는 의미다. 팀 쿡은 다른 생성AI와 오픈AI를 비교하면서 “우리는 다른 서비스와도 통합하고 있지만 오픈AI가 최초이고 오늘은 오픈AI가 최고”라고 평가했다.
애플과의 파트너쉽을 통해 오픈AI는 22억 대에 달하는 애플 디바이스의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애플 생태계의 빅데이터는 생성AI 경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오픈AI와 구글과 메타가 벌이는 생성AI 경쟁은 전선은 3개다. 하나는 엔비디아의 GPU 확보 경쟁이다. 고성능 GPU를 선점하는 쪽이 앞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크고 질 좋은 빅데이터 확보 경쟁이다. 양질의 빅데이터로 생성AI를 머신러닝시킨다는 것은 대치동 일타강사가 만든 교재로 과외를 시키는 것과 같다. 오픈AI는 애플의 빅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얻은 것이다.
세 번째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오픈AI는 2024년 상반기가 거의 지난 2024년 6월 현재 이미 3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은 16억 달러였다.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구독매출과 API 매출이 핵심이다. 구독 매출은 챗GPT를 유료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대상이다. API 매출은 애플처럼 GPT의 기능을 자사의 제품에 적용하려는 기업들이 대상이다. 샘 올트만은 오픈 AI의 API 고객으로 애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애플의 팀 쿡 CEO와 오픈AI의 샘 올트만 CEO는 생성AI 시대의 주도권을 놓고 밀당을 계속하고 있다. 팀 쿡은 검색엔진처럼 생성AI 시대에도 아이폰이 플랫폼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3년 기준 94.9%다. 그 동력 중 하나는 구글이 애플이 기본 탐재 검색 엔진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그 대가로 매년 평균 100억 달러씩을 애플에 지불해왔다.
애플 연간 영업이익의 15%가 구글에서 나온다. 급기야 2022년에는 2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팀 쿡은 생성AI 시대에는 오픈AI가 구글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아니면 구글과 오픈AI를 경쟁시키길 원한다. 제주는 오픈AI가 넘고 돈은 애플이 벌고 싶어하는 것이다. 팀 쿡은 생성AI 시장에서도 애플이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 되길 원한다.
반면 샘 올트만은 조니 아이브와 자체적인 AI 디바이스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도 한때 구글폰을 만들면서 시도했던 방향이다. 결국 아이폰의 압도적인 성능과 인기에 굴복했다. 게다가 팀 쿡은 오픈AI가 서비스 제휴를 명분으로 아이폰 사용자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우려한다. 2024년 6월 10일 세계 개발자 대회에서도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만 실행된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선 사용자 데이터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며 이후 폐기에는 폐기된다. 팀 쿡은 샘 올트만과 손잡았지만 모든 걸 오픈하지는 않았다. 1시간 45분 가량 이어진 애플 인젤리전스 프리젠테이션에서도 사실 오픈AI와 챗GPT에 대한 내용은 2분도 채 되지 않았다. 샘 올트만도 무대 위에 서지 않았다. 참석은 했지만 무대 아래에서 세계 개발자 대회를 지켜봤다.
샘 올트만과 팀 쿡의 밀당과 협력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 일론 머스크다. 일론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창립 당시에는 주역이었다. 샘 올트만과의 갈등으로 2018년 오픈AI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끓고 이사회를 떠났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자율주행AI에 집중하는 사이에 샘 올트만은 2022년 챗GPT로 초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을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한 발 늦은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xAI를 설립해서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결합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 5월 27일 xAI가 60억 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xAI의 투자사들은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세콰이어 캐피탈 같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들이었다. xAI의 생성AI인 그록의 기술력과 상품성이 인정 받은 셈이다.
그렇게 샘 올트만을 맹추격하는 사이에 샘 올트만은 애플이라는 날개를 달아버린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X를 통해 "애플이 운영체제 수준에서 오픈AI를 통합하면 내 회사에서 애플 기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며 이건 용납할 수 없는 보안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와 X의 직원들이 모두 아이폰을 갤럭시로 바꾸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일론 머스크는 공항 검색대처럼 본사 입구에서 아이폰을 필터링할 것이라는 구상까지 밝혔다. 그만큼 오픈AI가 애플 생태계를 선점할 것을 뼈아프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일런 머스크가 440억 달러나 들여서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빅데이터를 샘 올트만은 서비스 제휴로 얻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양질의 빅데이터인 모바일 빅데이터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와 2위와 3위는 모두 생성AI 관계사들이다. 1위는 개발사인 MS이고 2위는 제품사인 애플이고 3위는 부품사인 엔비디아다. 그리고 상위 3개 회사는 모두 오픈AI와 투자 내지는 협력 내지는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오픈AI는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으로 나뉜 비상장사지만 사실상 시총 탑3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의미다. 팀 쿡은 오픈AI를 요리하는데 성공했다. 샘 올트만은 애플을 오픈하는데 성공했다. 일론 머스크는 오픈AI와 애플을 X하고 있다. 샘 올트만의 득점이다.
온라인 인물 도서관 서비스 라이프러리의 인물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중소기업뉴스에 기고했던 칼럼의 원본 원고입니다.
다른 버전의 편집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