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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Sep 17. 2024

엘리슨의 순간 : 탑건2

엘리슨 부자는 그때 탑건2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은 열세 살 때 인디펜던스 데이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1996년이었다. 당시 래리 엘리슨은 포브스 부자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부를 축적한 상태였다. 아들이 인디펜던스 데이 덕후가 됐다는 걸 안 래리 엘리슨은 20세기 폭스에 연락해서 필름 프린트 한 벌을 구매했다.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과 친구들을 불러모아서 개인 영화관에 데리고 갔다. 래리 엘리슨은 페라리부터 요트를 거쳐 제트기까지 육해공 탈것을 모두 소유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 2개의 대저택도 갖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히 개인 영화관도 있었다.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한테 아버지 래리 엘리슨이 인디펜던스 데이를 보여준 13세의 그 날은 어쩌면 영화를 인생 진로로 결정한 인디펜던스 데이였을지도 모른다. 더데이로부터 28년이 지난 2024년 데이비드 엘리슨은 아버지 래리 엘리슨의 조력을 받아 할리우드 메이저 파라마운트의 수장이 된다. 이번엔 영화 프린트가 아니라 아예 할리우드를 사들인 것이다. 


2024년 7월 7일 일요일 스카이댄스 미디어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스카이댄스는 2006년 데이비드 엘리슨이 창업한 영화사다. 영화 관객들한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 매버릭으로 유명하다. 스카이댄스 미디어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지주회사인 내셔널 어뮤즈먼트의 클래스A 주식 77%를 24억 달러에 인수했다. 한화로 3조3000억 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스카이댄스 미디어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부채 상환을 위해 15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한다. 빚을 갚아주는데만 2조 원을 쓴다. 스카이댄스 미디어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상장 주식 절반을 45억 달러에 매입한다. 의결권이 큰 클래스A 뿐만 아니라 클래스B까지도 사들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카이댄스 미디어는 파라마운트 글로벌 인수에만 84억 달러를 투입하게 된다. 한화로 총 12조 원이다. 


발표 형식은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합병이었다. 1912년 설립된 112년 전통의 할리우드 메이저 파라마운트에 대한 배려였다. 스카이댄스의 역사는 파라마운트의 6분의 1 밖에 안 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배급한 할리우드의 역사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과 탑건을 리부팅시켜서 성공한 신흥 영화사가 인수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파라마운트 병장 구하기라는 임파서블 미션을 탑건한 셈이다. 


데이비드 엘리슨의 아버지 래리 엘리슨이 창업한 오라클은 관계형 데이터 베이스 관리 시스템인 RDBMS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빅테크다. 생성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오라클의 가치는 더 커졌다. 생성AI를 머신러닝시킬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한대 수준의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오라클의 RDBMS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오라클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숨은 강자다. 2023년부턴 보잉 747 8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덕분에 오라클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라클의 시가총액은 2024년 7월 23일 현재 3948억 달러에 달한다.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50% 이상 오른 덕분이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스카이댄스의 파라마운트 인수 과정에서 아버지의 후광과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스카이댄스의 파라마운트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인 KKR와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다. 모두가 래리 엘리슨과 오랜 기간 협력해온 사모펀드들이다. 특히 레드버드 캐피털은 골드만삭스의 파트너인 제럴드 카디네일과 래리 엘리슨이 공동 창업한 사모펀드다. 여기에 래리 엘리슨 패밀리의 개인 자금도 투입됐다. 사실상 스카이댄스의 파라마운트 인수는 엘리슨 패밀리의 패밀리 비즈니스로 진행된 것이다. 합병 이후 뉴파라마운트의 CEO는 데이비드 엘리슨이 맡는다. 파라마운트 정상에서 엘리슨 패밀리가 스카이댄스를 추는 것이다. 


파라마운트는 2023년 말부터 애타게 인수 후보를 찾았다. 파라마운트는 할리우드 메이저 중에선 디지털 전환이 가장 늦었다. 2021년 3월에서야 OTT서비스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런칭했지만 한발 늦었다. 그렇다고 합종연횡으로 덩치를 불리는데도 실패했다. 타임워너는 이미 2016년에 매각됐다. 20세기 폭스도 2017년에 디즈니에 매각됐다. 꼭지에서 팔고 나가지 못한 파라마운트의 몸값은 지난 5년 동안 70% 넘게 하락했다. 


뒤늦게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런칭한 것도 솔직히 넷플릭스를 이겨보겠다기보단 OTT 서비스까지 포트폴리오에 더해서 주가와 몸값을 높여보려는 시도였다. 덕분에 파라마운트의 적자 규모는 계속 커졌다.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매 분기 수억 달러씩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가입자는 2024년 7월 기준 7100만 명을 확보했지만 돈 먹는 하마였다. 


파라마운트는 수익을 거의 케이블TV에 의존했다. 파라마운트 그룹은 파라마운트 글로벌이라는 지주 회사를 통해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공중파 방송 CBS와 음악케이블 방송 MTV와 키즈케이블 방송 니켈오디온과 광고형 OTT인 플로토TV와 구독형 OTT인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거느리고 있다. 포트폴리오는 신구 플랫폼이 균형을 이룬 듯 하지만 실제로 돈 버는 계열사는 CBS와 MTV와 니켈오디온 뿐이었다. 수익 구조는 여전히 올드 미디어에 머물러 있었다는 뜻이다. 파라마운트한테 남은 돌파구는 인수합병 뿐이었다. 


파라마운트의 위기는 독특한 옥상옥 지배구조가 숨은 원인이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 위에는 또 다른 지주회사인 내셔널 어뮤즈먼트가 있다. 내셔널 어뮤즈먼트의 최대 주주는 레드스톤 가문이다. 2세기에 걸쳐서 파라마운트를 지배해온 유대인 가문이다. 할리우드 거물이었던 가문의 수장 섬너 레드스톤은 2020년 8월 별세했다. 현재는 상속녀 셰리 레드스톤이 내셔널 어뮤즈먼트를 통해 파라마운트를 지배하고 있다. 선대 섬너 레드스톤은 디지털 전환에 어두웠고 보수적이었다. 후대 셰리 레드스톤한텐 디지털 전환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 


파라마운트가 가진 건 100년 동안 쌓인 IP들이었다. 파라마운트에 눈독을 들인 영화사들은 많았다. 맨 먼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달려들었다. 워너 브라더스는 이미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여기에 파라마운트까지 더 해서 빅텐트를 만들려는 의도였다. 양사의 인수협상은 2024년 2월 28일 중단됐다. 양사 모두 막대한 부채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마이너스 더하기 마이너스는 마이너스였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도 OTT 시대 속에서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파라마운트의 부채까지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결국 2024년 2월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8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때 엘리슨 패밀리의 스카이댄스가 인수 제안을 했다. 


스카이댄스와 파라마운트는 2009년부터 협업 관계를 맺어왔다. 스카이댄스의 대표작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시리즈는 원래는 파라마운트의 IP들이다. 2009년 스카이댄스와 파라마운트가 맺은 공동제작투자계약에 따라 스카이댄스가 두 시리즈를 리부트했다. 결과는 초대박이었다. 특히 탑건2는 전세계적으로 1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에서도 800만 명 이상을 모았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극장을 부활시킨 영화란 평가를 얻었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원래 배우 지망생이었다. 열세살 때 개인 영화관에서 인디펜던스 데이를 돌려보면서 소년이 꿈꿨던 영화 인생은 감독이나 제작자가 아니라 스타였던 것이다. 정작 배우로서는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23세 때인 2006년 아버지 래리 엘리슨의 도움으로 스카이댄스를 창업하고 스스로 영화를 제작하고 셀프 캐스팅을 했다. 그렇게 만든 영화 라파예트는 흥행에 참패했다. 


그때부터 스카이댄스 경영에 집중했다. 스카이댄스의 활로를 열어준 2009년 파라마운트와의 계약도 사실 래리 엘리슨과 파라마운트 상속녀 셰리 레드스톤의 친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래리 엘리슨은 오라클 비즈니스가 반석에 오른 2000년대부턴 할리우드쪽으로 인맥을 넓혀왔다. 2010년엔 아이언맨2에 카메오 출연도 했다. 


게다가 래리 엘리슨과 셰리 레드스톤은 같은 유대인이다. 셰리 레드스톤이 금수저를 물려 받은 유대인이라면 래리 엘리슨은 흙수저로 자수성가한 유대인이다. 금수저 데이비드 엘리슨은 파라마운트와의 협업을 통해 핵심IP인 미션 임파서블과 탑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프로듀서로서는 실력을 보여줬다. 2010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리부트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이 대박이 나면서 2013년 원래 4년이었던 파트너쉽 계약도 갱신됐다. 이런 관계만 놓고 보면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 인수전에서 유리할 수도 있었다. 


스카이댄스가 제시한 84억 달러가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라는 게 걸림돌이었다. 2024년 4월부터 소니가 뭍밑에서 260억 달러를 제시하면서 파라마운트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소니는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손잡고 파라마운트 인수전을 머니 게임으로 전환시켰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CEO였던 밥 바키시는 스카이댄스보단 소니 쪽이었다. 


반면 대주주인 셰리 레드스톤은 스카이댄스 쪽이었다. 엘리슨 패밀리는 레드스톤 패밀리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보장해줬다. 게다가 스카이댄스를 선택하면 할리우드 메이저의 소유권이 유대인 가문에서 또 다른 유대인 가문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결국 밥 바카시는 해임됐다. 임시 CEO는 CBS와 MTV와 니켈 오디온의 3인 CEO가 공동으로 맡았다. 게다가 셰릴 레드스톤은 파라마운트 이사회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파라마운트를 매각할 수 있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내셔널 어뮤즈먼트가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 덕분이었다. 내셔널 어뮤즈먼트의 매각 권한은 전적으로 셰릴 레드스톤한테 있었다. 


여기서 소니 대신 스카이댄스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명분이 된 건 인력 감축 가능성이었다. 소니는 이미 할리우드 메이저 콜럼비아를 소유하고 있다. 당연히 파라마운트와 중독 부서가 많았다. 반면 신흥 기업인 스카이댄스는 오히려 파라마운트의 인력이 필요했다. 합병 이후 일자리가 중요한 중역들과 직원들은 스카이댄스와 춤을 추고 싶어할 수밖에 없었다. 


6월 한달 동안 무산 위기에 빠졌던 스카이댄스와 파라마운트의 인수협상은 2024년 7월 2일부터 급물살을 탔다. 승부처는 데이비드 엘리슨의 프리젠테이션이었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뉴파라마운트의 비전을 2개 제시했다. 하나는 파라마운트의 레거시 IP들을 리부트해서 프렌차이즈로 재창조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탑건2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이미 역량을 입증한 일이었다. 스카이댄스는 분명 파라마운트를 리바이벌시켰다. 


다른 비전은 파라마운트를 기술 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데이비드 엘리슨은 아버지 래리 엘리슨을 끌어들였다. 자신이 어릴 적부터 아빠 손을 잡고 아빠의 절친인 스티브 잡스의 경영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래리 엘리슨과 스티브 잡스는 오랜 친구 사이였다. 


데이비드 엘리스는 파라마운트에 오라클의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비전을 제안했다. 방송에선 애드테크를 적용해서 광고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OTT에는 오라클의 클라우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스튜디오에선 생선AI를 적용해서 16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AI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유저당 평균 매출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모두가 지금 파라마운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솔루션들이었다. 뉴파라마운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적자의 늪에 빠진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여기엔 기술이 들어가야만 한다. 


데이비드 엘리슨의 프리젠테이션이 있고 5일 뒤 스카이댄스와 파라마운트의 통합이 전격 발표됐다. 파라마운트는 빚도 탕감해주면서도 파라마운트의 뉴미디어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파라마운트의 레거시를 존중해줄 투자자가 필요했다. 2009년부터 파트너 관계였던 스카이댄스가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었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영화 제작자이지 테크 경영자가 아니다. 결국 뉴파라마운트의 성공 여부는 데이비드 엘리슨 CEO가 기술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당장 실리콘밸리 테크 미디어들과 미국 메이저 언론들은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성공한 기술 경영자는 아버지 래리 엘리슨이지 데이비드 엘리슨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데이터 솔루션 회사이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테크 기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데이비드 엘리슨의 기술 경영자로서의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 스카이댄스 산하 스카이댄스 애니메이션엔 과거 픽사의 인력들이 집결해 있다. 픽사의 공동창업자 존 라세터가 스카이댄스 애니메이션의 CEO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800명의 인하우스 애니메이터가 일하고 있다. 픽사에서 인크레더블을 만들었던 브래드 버드 감독이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존 라세터와 브래드 버드는 대학 동창이다. 스카이댄스에서 브래드 버드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연출했었다. 스카이댄스는 NFL과 VR게임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스카이댄스의 파라마운트 인수는 스티브 잡스가 픽사를 창업해서 결국 디즈니를 집어삼켰을 때의 구조와 유사하다면 유사하다. 이번 인수로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를 기술과 예술의 교차로에 다시 세워놓은 것인 분명하단 얘기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파라마운트 인수로 할리우드의 거물이 됐다. 엘리슨 패밀리도 레드스톤 가문에 이어 할리우드의 지배종이 됐다. 아버지 래리 엘리슨은 기술 경영자로서 공격적인 추진력과 치밀한 리스크 관리로 IBM과 MS를 물리치고 RDBMS 시장을 장악했다. 이젠 아들 차례다. 그 날이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독립하는 인디펜더스 데이다. 




온라인 인물 도서관 서비스 라이프러리의 인물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인물을 읽다 인생을 알다 라이프러리 

엘리슨 패밀리의 스카이댄스




중소기업뉴스에 기고했던 칼럼의 원본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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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 인수한 스카이댄스 ⋯ 탑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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