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아름다워지도록
난 익숙함 속에 소중함을 발견하는 일을 좋아한다.
매일 지는 출-퇴근길에 작은 변화를 눈치채는 일이 즐겁다.
매일 아침 직장 E-mail에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는 일이 즐겁다.
매일 보는 사람들의 작은 변화를 알아채고 이야기하는 일이 즐겁다.
매일 먹는 김치의 맛이 조금 바뀌는 것을 느끼는 일이 즐겁다.
매일 아침 날 깨우고 매일 저녁 날 괴롭히는 고양이와의 시간이 소중하다.
그런데, 가끔은 그것들이 소중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끔은 일부러 더 비워내(-) 본다.
밥 먹을 때 켜던 티비소리, 노랫소리를 꺼본다.
밥 차릴 때 만들던 메인 메뉴도 반찬도 없이 밥만 먹어본다.
예쁜 길 산책길이 아닌, 도로 옆 보도를 걸어본다.
감성 있는 조명이 아닌 밝은 형광등을 켜본다.
처음엔 견디기 힘들지만
그렇게, 외로움을 건너 고독함을 느껴본다.
가끔은 아주 조금만 + 해본다.
원두를 사서 직접 볶아본다. 가끔 태우지만.. 좋아하는 커피를 그라인더가 아닌 절구에 갈아서 내려 마셔본다.
퇴근버스를 타고 항상 내리던 장소 한 정거장 전에 내려본다.
태블릿 대신에 연필과 노트에 글을 적어본다.
그렇게, 익숙한 것들이 조금은 불편해지는 순간, 익숙함 속에 새로움을 발견한다.
조금 빼는 일은 화려함을 쫓는 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 주고
조금 더하는 일은 무료함에 지친 나를 회복시켜서
다시 아주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익숙한 것이 꼭 소중해야 하냐고? 할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익숙해서 소중한 줄 몰랐던 것들을 몇 번 잃고 나니, 그것만큼 후회되는 것이 없더라.
익숙함 속에 소중함을 모르니, 새로움도 금방 익숙해질 뿐이더라.
그래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서 난 익숙한 것들 속에 소중함을 발견하며 살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 로도 소중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날들도 있다.
그런 날들은 새로운 것을 더할 때이기보다는, 새로운 나를 발견할 때가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소리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