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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Oct 08. 2019

홈스쿨링으로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깨닫다

함께하면 육아도 참 즐겁다

요즘 홈스쿨링을 하면서 글을 쓸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도 꼭 쓰고 싶은 토픽이 있으면 며칠을 내 머리에 맴돌고 나는 머리 안에서 대략적인 구상을 한다. 며칠 전부터 쓰고 싶었던 토픽이 오늘의 글이다.


함께하는 것. 그것에 대한 의미.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무언가를 혼자 해결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꽤 싫어하는 것 같다. 어쩌면 도움이 필요했을 때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혼자 해결한 게 어찌어찌 잘 풀려서 그렇게 하는 것이 학습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립적인 성향의 나의 모습은 17세에 피크를 찍었다. 다짜고짜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가족들에게 통보 후, 나는 미국 뉴욕에서 난생처음 본 한국인 가디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일적으로 이 시기에 굉장히 바쁜 시기를 보내셨고, 나는 대부분의 결정을 혼자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미국에서 10년을 지내면서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기숙사 생활은 대학교 1학년 한 학기를 의무적으로 지내고 난 후 나는 혼자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그 이후로는 계속 혼자 원룸에서 살았다.


이렇게 들으면 외골수의 친구 하나 없는 사람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굉장히 사교적이고 사람들과의 social time이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으면 답답해하는 사람이다. 그 정도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러나 대체적인 루틴에 대해선, 내가 정한 루틴에 크게 벗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타이트한 스케줄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고, 시간을 자율적으로 쓰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이 내가 회사에 오래 못 있게 하는 큰 이유였다).


육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베이비시터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이후부터는, 혼자서 나만의 스케줄을 만들어서 이렇게 저렇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나름 잘 해왔다.


아이들의 친구 엄마들을 알게 된 건 굉장히 최근이고, 그전까지는 아이들이 기관에 다니면서 알게 된 엄마들과는 지나가며 인사 정도 하는 사이였지 가까워진 적은 없다. 사실 왜 그렇게 엄마들과 교류를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4시에 하원 하면 6시 정도까지는 내가 데리고 있으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저녁을 먹고 자는 스케줄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고, 아이가 오기 전 4시까지 밖에서 무언가를 하던지 집에서 뭔가를 바쁘게 하기 때문에 또 4시 이후에 누굴 만나서 이야기할 에너지도 없었다. 주말은 남편이 있으니 별문제 없이 그렇게 한 달, 1년, 몇 년이 흘렀다.


그러다가 이렇게 내가 아이들이 7세, 5세가 끝나가는 이 무렵에 홈스쿨링을 하게 된 것이다. 홈스쿨링을 생각했을 때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혼자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그런데 바로 전 글을 보셨다면 홈스쿨링으로 나의 번아웃이 어땠는지 느끼실 수 있으시라. 3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나는 '이 세상에 나 그리고 아이 두명 밖에 없는 느낌이었다.'라고 썼다. 이건 그냥 짜증이 아니었다. 명확하게 어떤 것에서 내가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혼자서 아이들과 24시간을 함께하는 게 힘들었던 것이다. 사람이 고팠던 것이다.


아이들이 기관에 다닐 때는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는 사람들을 만났다. 육아휴직을 하고 퇴직을 하는 그 기간 동안은 친구들보다는 내가 운영하는 라이프 살롱으로 알게 된 좋은 분들, 다른 독서모임, 또는 교육들을 다니면서 나의 소셜 게이지를 충분히 채워왔다. 사람을 고파할 새가 없었다.


그러던 내가 홈스쿨링을 한 뒤론 집에 있는 시간이 현저히 길어졌고 사람들도 만나러 나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번아웃이 온 다음날이 휴일이었고, 남편과 함께 아이들과 하루를 보냈다. 낮에는 카페에 혼자 다녀올 시간이 있었으며 오후에는 즐겁게 넷이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들과 있는 게 즐거웠다. 남편은 밝게 웃는 나를 보고 '어제는 죽을 것 같다더니 오늘은 에너지가 넘치네?'라고 이야기했다.


요즘 진행하는 미쉘 오바마의 자서전 <Becoming>에서 미쉘이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거의 매주 주말마다 만나서 동물원에 가기도 하고, 디즈니 쇼를 보러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한집에 모여 아이들은 방에 모아놓고 엄마들은 와인을 마시며 그렇게 함께했다는 부분이 있었다. 읽으면서 묘하게 부러운 것이 있었다.


나도 나를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나서 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고용해 나 대신 시간을 때워주는 그런 방법이 아닌, 나도 아이들도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우선, 만나고 싶었던 친한 언니@다정한디셈버에게 아이들과의 playdate를 주선했다. 사실 playdate를 빙자한 나의 social time이었다. 너무 보고 싶었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그녀의 일은 어떻고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만나면 좋은 에너지를 느끼는 그런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플레이 데이트는 아주 즐거웠고, 하루가 정말 빨리 지나갔다. 함께 우리 집 옆 대학 캠퍼스를 걷기도 하고 벤치에도 앉아서 여유를 즐겼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social time을 즐겼다. (물론 둘째는 형들이 자기랑 안 놀아준다며 잠시 삐졌지만...) 예전에 둘이서만 만나거나 그룹으로 만날 때도 좋았지만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한 만남도 그만큼 즐거웠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8시 반에 잠에 들어 밤에 아주 편안한 휴식시간도 가진 그런 fantastic 한 하루였다.


이전에 살던 동네 엄마들이 놀이터 번개를 외치면 그런 것도 갈 수 있는 날은 참석했다. 비록 이전 동네로 30분 가까이 운전해야 했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불러주는 게 어디냐며....


일부러 이번 달은 많은 이벤트를 잡아 놓았다. 당장 이번 주 수요일에 시댁 집들이를 하고, 토요일은 중학교 친구들이 6명의 아이들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온다. 집들이 겸 생일파티다.


지금생각하니 한동안 일에 빠져있었던 내게 다시 주위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기회 그들과 더 대화하고, 오랜시간동안 나의 벗이 되어준 내 사람들을 좀 더 챙기는 시간을 갖고싶다.


또한 이번 주부터 새로운 미술학원이 시작되고 다음 주부터는 수영 레슨이 시작된다. 미술시간은 1시간 반의 여유와 수영은 나에게 2시간의 여유를 줄 것이다. 이렇게 야금야금 'me time'도 만들어내기로 했다.


또 하나의 미션은 요즘 어깨 통증이 심해진 내가 과연 주 2회 필라테스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가 관건이다. 우선 이번 달은 이렇게 함께하며, 아이들과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로 했다. 우리 집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의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그러다가 또 웃고 그렇게 지내는 시간들을 갖기로 했다.


Bravo October!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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