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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Oct 13. 2019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독특해서, 말 안 들어서, 천방지축이라 그래서 귀여워.

요즘 머리로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나는 왜 홈스쿨링을 선택했을까?'


오늘 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이 좀 더 회의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왜 홈스쿨링 같은 걸 하려고 했을까?' '내가 미쳤었지.'


어제 20년 지기 친구들을 우리 집에 초대했다. 만나기 전부터 단체 카톡에서 언급을 했다.

'나 토요일 만나서 울면 좀 이해해줘.'

'괜히 홈스쿨링 했나 봐'

'힘들어 죽겠어'


20년지기들은 이렇게 답한다.

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 ㅋㅋㅋㅋㅋㅋㅋㅋ

A: 넌 울면 우리 웃을 듯.

B: 애 둘 말이 홈스쿨링이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ㅋㅋㅋ

C: 홈스쿨링 시작한 지 한 달 안된 것 같은데. 벌써 넉다운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

B: 학원 뺑뺑이 해.


심각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이 친구들. 사실 나도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냥 넋두리를 하고 싶었을 뿐.


드디어 토요일이 되어 다 같이 만났다. 계속해서 먹고, 이야기하고, 마시고, 영화도 보고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 같이 산책을 나갔는데 둘째가 소리를 너무 지르기 시작했고,

대학교 캠퍼스 카페 옆에서 소리 지르는 둘째를 보고 어떤 여자분이 2번 제지를 하셨다.


'조용히 해주세요'


나도 그전부터 계속 소리 지르지 않게 입도 막고 타일러도 보고 그러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나는 죄송한 얼굴 표정을 지었고 아이에게 다시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도 또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떠나야겠다고 맘을 먹고 팔을 잡고 가려고 하는데

그 여자분이 또 나오셔서  '저희 지금 이야기 중이거든요?'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나는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곳은 카페 안도 아니었다.

물론 대학 캠퍼스 안 이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가 소리 지른 곳은 우리 아파트와 그 학교를 이어주는 통로 입구에서 약 200미터도 안 되는 지점이었다. 철저히 카페 밖이었고 대학생은 물론 동네 주민들도 지나다니는 곳이었다. 그 여자분을 포함한 다른 분들은 카페의 야외석에 앉아계셨던 것 같다 (카페가 계단을 타고 한 층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어디에 앉아계셨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다 같이 집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항상 그 캠퍼스 안을 가는 것을 좋아했던 둘째는 울기 시작했다. 가고 싶다고, 그래도 또 소리를 지를지 몰라 그냥 손을 잡고 데리고 다시 돌아 걸어갔고, 아이는 징징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도저히 힘이 딸려 아이를 두고 집 쪽으로 걸었다. 친구들이 그 모습을 보고 나 대신 둘째를 데리러 가주었다. 거기서도 둘째는 친구들이 15분을 설득하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나: '나 쟤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친구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근데 너무 귀여워'

나: 원래 남의 애는 귀여워

'너랑 승비랑 웃겨ㅋㅋ'

'나 승비 생각하면 너무 웃겨ㅋㅋㅋㅋㅋ 나랑도 아까 놀이터에서 싸웠다니까?'

'야 쟤 진짜 싸우더라. 36살이랑 5살이랑 싸우는 모습 진짜 웃겼어'

나: 뭐라고 싸우는데? (슬슬 웃음이 돌기 시작함)

'너 내려와. 이리 와' 이러면 '왜 가야 하는데요?' '싫은데요' '엄마한테 이른다!' '우리엄마 손이 매워요~’


친구들은 우리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고, 주장이 강해서 캐릭터 있다고,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었다. 그렇게 밤까지 친구들과 놀고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그제야 아이들을 씻기려고 하는데 이날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아서 스트레스가 풀렸던 것인지, 아님 아이들의 말이 기억에 남은 것인지

아이들이 정말 예뻤다. 말 잘 듣지 않아도, 자기 맘에 안 들면 바닥에 누워버리고 떼를 써도. 오히려 그런 모습이. 아직 아이 같은 그런 모습이어서, 독특해서 더 예쁜 그런 날이었다.


정성껏 씻겨주었다. 눈도 마주치면서 양치질도 잘하는지 확인하고, 몸도 깨끗이 닦여주고, 타월로 깨끗이 물을 닦아주었다. 아이들도 모처럼 장난도 치지 않고 수월하게 옷을 입고 스스로 방을 치웠다.


그저께만 해도 놀이학교에 둘이 다 보내버리는 시나리오까지 문뜩 생각했던 나는 또다시 힘을 내고 홈스쿨링을 이어나간다. 아직도 우리 셋의 공존에 익숙해지는 기간인가 보다.

누워있는 아이들이 우리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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