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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Jan 15. 2020

홈스쿨링 종료 47일 전. 다시 글쓰기.

D-47


47일 후면 홈스쿨링이 종료된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는 6세로 새로운 유치원에 입학한다.


브런치를 시작한 게 홈스쿨링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는데, 6개월간의 홈스쿨링을 50일도 남기지 않은 채, 이제야 돌아왔다.


이제야 시간을 내어 이곳에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은, 나의 우선순위들이 조금은 해결되었다는 뜻이다. 홈스쿨링을 하고 느끼게 된 것이 미취학 아이 두 명을 키우며 가뜩이나 시간이 없던 그 시간에서 반 정도의 시간은 더 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남은 시간을 가지고 나는 나의 할 일들을 해야 했다. 브런치에 나와 아이들의 기록을 쓰는 것은 해야 할 일 리스트에서 안타깝게도 저만치 뒤에 있었다.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그래도 지금이라도 글을 쓸 시간을 찾았고, 또 글을 쓸 의지가 생겨 기쁘다.


지금부터의 기록은 호주에서의 24일간을 빼면 모두 6개월 동안의 홈스쿨링을 기억하며 쓰는 글이 될 것이다.


어제 나의 아이디어 노트에 쓸 글들의 주제를 정해봤다. 물론 모두 홈스쿨링 글들이다.


- 홈스쿨링 종료 D-47 나와 아이들은 무엇을 얻었나?

- 홈스쿨링 동안 잘한 걸 하나만 뽑자면, 역사공부. 남편 멋져.

-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지겹지 않은 아이들- 취향 찾기 성공?

- 모든 것을 교육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그냥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 홈스쿨링 하면서 어떻게 일을 해요? 그게 가능해요? 네 가능합니다. 아이들을 적당히 방치한다면요.

- 집 안에서 셋이 따로 개인플레이. Housemate?

- 학원의 고마움.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 아이들과의 삼시 세 끼. 할만했지만 나에게 불필요한 살들을 가득 안겨주었다.

- 아이들과의 호주 여행이 가족여행이 되다.

- 깐깐한 취향을 갖고 있는 엄마의 아이들과의 호주 여행 계획 짜기

- 홈스쿨링. 생각보다 할만하다. 기대만 내려놓으면.


처음엔 막막했는데 주제를 적어보니 생각보다 얼른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존 R. 트럼블의 '살아있는 글쓰기' 책에게 고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는 나에게 이 책에서 만난 E.M. 포스터의 말이 나를 흔들었다.


내가 써놓은 것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내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내가 쓰지 않았으니 모르겠는 것이다.

그러니 뭐가 되든 써야 한다는 것.


쓰지 않으면 아이들과 함께했던 6개월의 이 시간이 몇몇의 사진들만 남긴 채 증발해버릴 것 같았다.

그럴 순 없지. 고이고이 간직해서 아이들이 커서도 읽을 수 있게 남겨둘 것이다.


아이의 독감으로 새벽 3:30에 깬 오늘. 한 발을 내디뎌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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