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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Mar 02. 2020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뤘다

왜 호주 퀸즐랜드를 난생 처음 한 달 살기 장소로 골랐는가?

정확히 25일 동안 아이들과 호주 퀸즐랜드주를 여행했다. 나의 버켓 리스트가 이루어진 것이다.


2018년 7월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썼던 버켓 리스트에 아이들과 외국 한 달 살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내가 이 회사를 나오면 뭘 해 먹고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과 걱정으로 치열하게 이리저리 활동하던 때라 한 달 살기는 이뤄지지 않았고, 그렇게 정확히 1년 휴직 후, 한치의 고민 없이 퇴사를 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그 이후로 더 박차를 가하여 열심히 일을 했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밤낮으로 일을 했다. 당시 유치원생들이던 아이들은 종일반에서 5시까지 맡아주었고 나는 걱정 없이 일을 했다. 그런데 운명이었을까 학기 중간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내가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었지만, 당시 둘째는 몇 달째 아직도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여러 고민으로 아이들을 생각하여 홈스쿨링을 선택하였고, 시간적 여유는 나에게 외국 한 달 살기를 더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왜 호주 브리즈번을 골랐냐고 하면 이렇다 할 대답이 없다. 그냥 난 겨울에 날씨가 따뜻한 곳에서 지내길 바랬고, 아이들이 수영을 원 없이 하기를 바랐다. 애초부터 아이들을 스쿨링을 시킬 생각도 없었다. 굳이 뭔가를 한다면 골프 스쿨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하고 공기 깨끗하고 수영할 수 있는 곳


이것이 나의 요구사항이었다. 처음에는 절친이 살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갈까 하였는데, 작년 4월에 뉴욕에 다녀온 것도 있었고, 미국은 내가 10년이나 있었던 곳이고, 심지어 올랜도는 2번이나 다녀왔다는 기억이 났다. 물론 이번은 아이들과 함께라 전혀 다른 플로리다가 되었겠지만 이상하게도 내키지가 않았다.


처음엔 나의 로망이었던 리스본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추웠다. 수영은 절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그다음엔 엄마가 추천한 꽃보다 누나 촬영지 크로아티아를 생각했다. 크로아티아도 추웠다.


남편은 따뜻한 동남아를 추천했다. 물가도 싸고 한국에서 가까우니 첫 번째 한 달 살기 장소로 적격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첫 한 달 살기를 한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가까운 아시아 국가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오세아니아 대륙의 호주와 뉴질랜드에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뉴질랜드에 더 관심이 있었다. 왜냐면 호주는 두 번이나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의 비행시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비행시간이 짧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주로 눈을 돌렸고, 결정적으로 뉴질랜드는 아이들이 조금 더 컸을 때 하이킹, 캠핑카 여행 등 체력이 더 좋아졌을 때 그때 오기로 정했다.


호주에서 관광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시드니이다. 그다음이 멜버른인 것 같다. 그러면 나는 왜 브리즈번이 있는 퀸즐랜드주를 정했을까?


우선 또다시 비행시간으로 돌아간다. 우선 직항이 없는 곳은 배제하였다. 퍼스나 애들레이드 같은 곳은 과감히 제외했다. 브리즈번은 한국에서 약 9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2018년에 다녀온 발리가 7시간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이 크게 힘들어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이번 기회로 아이들이 비행기 체질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영화를 즐겨보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영화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6살 둘째도 영화 2-3개를 보고 만화 몇 개 보면서 잘 갔다. 안타깝게도 멀미를 하는 첫째는 그것도 모르고 내가 계속해서 기내식을 먹여서 착륙 후 구토를 했지만,  그것 외에는 둘 다 '비행기 타는 거 너무 좋아'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래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먹기 싫다고 하면 먹이지 않았더니 문제없이 돌아왔다)


그렇게 나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잘 모르는 브리즈번으로 가게 되었다. 여행도 인연이겠지.


브리즈번은 호주 퀸즐랜드주에 위치해있다. 시드니보다 좀 더 북쪽에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주 조금 더 가깝다. 천혜의 자연과 아열대적인 기후를 가졌다. 내가 갔던 여름 (1월~2월)은 상당히 더워지며 햇살이 굉장히 세다. 그런데 비도 그만큼 많이 왔는데, 며칠 계속해서 비가 온 것을 빼고는 잠시 비가 오고 개고, 비가 오고 하는 것을 반복했다. 한국이 여름일 때 브리즈번은 겨울이고, 아무리 추워봤자 영상 5도 정도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퀸즐랜드의 한 달 살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강력추천이다. 특히 아이들과 가기에 참 좋은 곳이다. 퀸즐랜드에 대해 몇 시간이라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녀와서보니 호주 브리즈번쪽 물가도 적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한달 살기에서 무시 못할 요소다. 우선 환율도 호주달러가 1달러에 한화 800원 정도였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좋은 사실은 음식점에서 Tip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 여행은 팁을 내는 비용이 만만치않은데 팁 고민 없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또한 식료품 비용도 적당했고 많이들 아시다시피 호주는 소고기가 싸서 마트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사와서 아이들에게 편하게 한끼 식사를 해줄 수 있었다. 


여행 계획은 당연히 내가 다 짰다. 귀찮아하면서도 검색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5일 동안 10일은 브리즈번, 5일은 선샤인 코스트, 8일은 골드코스트, 2일은 노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에 있었다.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러 가기 위해 브리즈번 시내에서 1박을 빼고는 모두 에어비앤비에서 지냈다.


다음 글은 에어비앤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번 1달 살기를 통해 느낀 것은, 일 년에 11개월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일을 열심히 하고, 1달은 외국에서 이렇게 아이들과 여행하며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삶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불편함과 어려움은 감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1달이 너무나 꿀 같기에. 이번 1달 살기를 통해 매달 적정 금액씩 여행 계좌에 넣기로 했다. 적어도 돈이 없어서 못 가면 안 되니 그 계좌를 빵빵하게 만들어보려 한다.


바다에서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웃음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미소 짓게 된다.

거품이 가득했던 골드코스트의 Surfer’s paradise beach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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