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풀지 않아도 괜찮아

무용치료와 사탕

by 코코넛소녀

매트에 누워 회사 일을 떠올리자, 머릿속에 얽히고설킨 빨간 실타래가 나타났다.

천천히 실타래를 풀어내는 모습을 그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삶은 늘 내가 풀어야 할 매듭을 하나씩 내밀었다.
하나를 풀고 나면, 또 다른 매듭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정을 억지로 풀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보세요. 몸이 느끼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멈칫했다.
실타래를 풀어내려던 상상을 멈추자, 답답함이 더 또렷해졌다.

평소의 나 같았으면 이런 감정을 계속 안고 있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불편한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르면,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 일에 몰두하거나 농담을 던지며 기분을 전환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 안의 무언가가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나를 외면하지 마'

감정에 다시 집중해보려고 하자, 억눌린 감정이 가슴속에서 단단한 매듭처럼 존재감을 드러냈다.
애써 밀어내려 할수록 그 매듭은 더 단단히 조여왔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데 익숙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생님을 따라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다.


'그냥 느껴봐도 괜찮아.'


평범한 문장이 마음을 건드렸다. 나에게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처음인 것 같았다.
이 생각이 들자, 신기하게도 어깨의 긴장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팀장의 묵묵부답, 내가 만든 문서가 수정된 채 제출되었다는 사실…
순간의 불쾌함이 다시 가슴을 짓눌렀다.


'나는 속상하다.'


그 순간 실타래 속에 숨겨져 있던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한 문장이 지금 내 감정을 가장 정확히 설명해 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문장을 스스로에게 인정하자, 이상하게도 더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한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 감정과 마주했다.
시간이 흘러 모두가 다시 자리에 모였을 때, 순이 님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말을 꺼냈다.

“아들과 연락이 끊긴 지 2년이 넘었어요.
늘 마음이 무겁고, 어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뭉쳤어요.
이 무게는… 그 애와의 관계가 내 탓이라는 죄책감 때문인 것 같아요.”

선생님이 따뜻한 시선으로 물었다.

“어깨가 지금 뭐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요?”

순이 님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말했다.
“놓아줘… 이제 내 탓을 하는 것도 그만하라고요.”

반면,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던 Gym형철 님은 선생님의 질문에 한참 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압박감이 계속 있어요.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압박감은 당신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나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을 꺼내려다 멈추는 듯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이겨내라고요.
버텨내야 한다고요. 지금 포기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의 말이 공간을 무겁게 메웠다.

이제 내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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