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치료와 사탕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아이를 등원시키는 일은 늘 숨 가쁜 전투를 치르는 기분이다.
어린이집에 도착했는데 현지가 스스로 신발 벗기를 거부했다.
“못 해. 해줘.”
이미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실랑이었다.
요즘 들어 현지는 “엄마가 해줘”라며 손을 내밀었다. 몇 번 다그쳐도 똑같았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결국 아이의 신발을 벗겨주었다. 작은 등이 교실 문 안으로 사라져 갈 때,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질문이 남았다.
‘현지가 왜 이럴까?’
며칠 뒤에는 어린이집에서 부모 참여 숲 체험 행사가 있었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숲으로 향하던 길, 나는 은근히 설렘을 품고 있었다. 현지가 숲 속에서 활발히 뛰어놀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경험을 즐기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숲 해설가가 나무 위 곤충을 가리키며 설명할 때, 다른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손을 들고 곤충을 만지려 애썼다. 그런데 현지는 곤충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내 옆에서 “엄마, 과자 줘”, “나 이거 먹고 싶어”라며 계속 간식을 달라고 졸랐다. 나는 “이따가 먹자”라며 달래 보았지만, 현지는 입을 삐죽이며 짜증을 냈다.
아직 원에 다니지 않지만 가족 행사라 같이 따라왔던 둘째 동우는 달랐다. 남편이 “동우야, 곤충 다리가 몇 개야?”라고 묻자,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곤충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조심스레 만져 보았다. 그 모습을 본 현지는 갑자기 아빠에게 달려와 “나도 안아줘!” 하고 소리쳤다. “현지야, 넌 이제 다 컸잖아. 같이 걸으면서 보자”라며 달래 보았지만, 현지가 끝내 떼를 쓰자 남편을 결국 현지를 안아 주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목까지 차올랐다.
마지막 활동은 나무토막으로 탑을 쌓는 놀이였다. 아이들이 집중해서 나무토막을 높이 올려 완성된 탑을 선생님께 보여줄 때, 현지는 몇 개 쌓다가 “이상하잖아!” 하며 탑을 무너뜨렸다. 다시 쌓았다가 또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던 현지는 결국 팔짱을 끼고 돌아앉아 버렸다.
‘왜 다른 아이들은 저렇게 집중하는데, 왜 현지는 관심이 없을까?'
'다른 애들은 재밌게 잘하는데, 우리 아이는 왜….’
나는 망설이다가 어린이집 알림장에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남겼다.
“현지가 요즘 스스로 하려 하기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혹시 어린이집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나요?”
별거 아니라는 답을 바랐다. ‘아이들이 그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곧 담임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머님, 안 그래도 연락드리고 싶었어요.”
선생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내 귀에는 무겁게 들렸다.
“현지가 요즘 혼자 하려 하기보다 선생님들에게 많이 의존하는 편이에요. 우리 별님반 친구들이 담임 선생님이 바뀌면서 적응 중이긴 하지만, 현지는 좀 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대화를 이어가는 능력에서도 조금 단답형이 많고, 관심 없는 질문에는 아예 응답을 피하기도 하거든요. 가정에서도 상호작용 시간을 조금 더 늘려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 한편에서 불안이 점점 또렷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 같았다.
‘현지가 정말… 문제가 있는 걸까?’
그날 오후, 나는 무용 치료 마지막 수업에 참여했다.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수업에 들어서자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가 나를 맞아 주었다. 그 눈빛이 잘 지내냐고 묻는 듯 다정했다.
“이번에는 팔을 앞으로 뻗어 보세요. 마치 물속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것처럼요.”
선생님의 말에 따라 나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손끝으로 더듬어 찾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움직였다. 어떤 이는 힘차게, 또 다른 이는 아주 천천히, 마치 기다리듯 손을 뻗었다.
“좋아요. 이번에는 가슴에서 손끝까지 에너지가 흐른다고 상상하면서, 원하는 것을 손안에 쥐어 보세요.”
나는 손을 오므렸다. 내가 원하는 것… 순간 떠오른 것은 마음의 여유였다.
“이제 그 손을 가슴 가까이 가져오세요. 소중한 것을 안아 주듯이.”
나는 손을 감싸 안았다. 부드러운 숨결이 나를 덮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것을 하늘로 보내주세요.”
손가락을 펼치며 바람에 흘려보내듯 올려 보냈다. 손끝에서 뭔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우리는 가끔 너무 많은 걸 쥐고 있으려 하죠. 하지만 때로는 내려놓아야 해요. 손을 펴야 새로운 게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그 말이 깊숙이 가슴에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