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민한 걸까?

by 코코넛소녀

"아악!"

남편의 목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현지가 들고 놀던 자동차 장난감이 남편의 발등 위로 떨어진 것이었다.


남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그는 현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현지야! 조심 좀 해! 진짜!"


현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작은 어깨가 움츠러들고, 눈이 커졌다. 곧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나는 설거지하던 손을 물에 헹구지도 않고 현지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현지야. 아빠가 많이 아팠나 봐."

앞치마에 손을 훔치고 놀란 현지를 안아주었다.


남편은 발을 움켜쥐고 소파에 주저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조심해야지! 이게 얼마나 아픈데!"


나는 남편을 돌아봤다. 그는 여전히 발을 문지르고 있었다. 분명 아플 것이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저렇게까지 화를 내야 하나.'


현지는 내 품에 안긴 채 훌쩍이기 시작했다. 나는 현지의 등을 토닥이며 남편을 향해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차갑게 나왔다.

"실수로 그런 거잖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남편이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려줘야지. 그냥 넘어가면 또 이런 일이 반복되잖아."


"그렇게 크게 화낼 일은 아니잖아."

남편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내가 화를 낸 게 문제라는 거야? 발등에 장난감이 떨어졌는데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게 잘못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현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남편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방문을 닫았다.


나는 현지를 침대에 눕히고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빠 목소리에 많이 놀랐어? 아빠가 많이 아파서 그랬나 봐. 괜찮아. 다음엔 조심하자."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이 전혀 괜찮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그날은 현지가 낮잠을 자지 못했다. 그러다 저녁 식사 직전, 소파에 앉아 있던 현지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저녁 준비를 끝내고 현지를 불렀다.

"현지야, 밥 먹자."


현지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소파에 몸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 싫어."


"지금 자면 나중에 밤에 못 자. 밥 먹고 자자."


나는 현지를 일으키려 했지만, 현지는 소파에 몸을 파묻으며 버텼다.

"현지야, 일어나."


"안 일어날 거야!"

현지가 소리를 지르며 손에 쥐고 있던 인형을 바닥에 내던졌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럴 때는 조금 기다려주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잠이 쏟아지는 아이는 감정 조절이 어렵다. 그냥 조금만 시간을 주면 된다.


하지만 남편이 먼저 움직였다. 남편이 현지를 안아 올리려 했다. 현지는 몸부림치며 울기 시작했다.


"먹을 거야! 엉엉엉"


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그리고 지금 잠들면 어떡해! 밤에 못 잔다고!"


"10분만 기다려보자"

내 말에 남편이 나를 돌아봤다. 그의 눈에는 짜증과 피곤함이 가득했다.


"언제까지 기다려? 밥 다 식었어."

남편은 현지를 거칠게 방으로 데려가 집어던지듯이 이불 위에 눕혔다.


"밥 먹기 싫으면 방 들어가 있어!"


현지는 더 크게 울었다. 방에서 현지를 달래다 보니 20분쯤 지났다. 현지는 결국 눈물을 그치고, 내 무릎에 기대어 밥을 먹었다. 남편은 이미 혼자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고 있었다.


그날 밤,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까 현지를 던진 거는 잘못했어. 미안해. 앞으로는 조심할게."


남편의 사과는 진심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가슴 한쪽이 여전히 답답하고 무거웠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풀리는 걸까?'

며칠이 지났지만, 그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자꾸만 그날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남편의 큰 소리, 현지의 움츠러든 어깨, 그리고 내 안에서 올라오는 불편함.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예민한 걸까? 남편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닐까?'


그날 밤, 나는 가방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었다. 천천히 녹아내리는 단맛을 느끼며,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봤다.


답답함. 불안함. 그리고 어딘가 모를 외로움.

무용치료도, 사탕도, 책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남편과의 이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고, 나 혼자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전 16화단단해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