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아침 햇살이 골목 끝을 물들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을 채우곤 했다. 그 맑은 소리들이 담장을 넘어오면, 마당 가득 생기가 피어났다. 내 어린 시절, 등굣길은 언제나 환했고,늘 따뜻하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내가 살던 집은 마당이 삼각형이었다. 그 삼각형은, 우리 가족에게 세상의 어떤 궁전보다 단단한 중심이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넉넉지 못한 봉급 속에서 세 남매를 길러야 했다. 쌀 한 톨, 천 한 조각도 헛되이 쓰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계셨기에, 우리 가족은 마침내 ‘우리 집’이라 부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갖게 되었다.
그전까지, 어머니는 삼 남매를 데리고 셋방을 전전하셨다. 처음으로 ‘우리 집’ 대문을 열던 날, 어머니는 얼마나 오래도록 그 손잡이를 쥐고 계셨을까.그날, 벽에 첫 못을 박던 아버지는 얼마나 벅찬 감동을 느꼈을까.!
당시에 어렸던 나는 그 모든 순간의 의미를 몰랐다. 그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내 집에서, 내 방에서, 내 책상 앞에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막내였을 뿐이다. 그 작은 행운이, 그토록 소중한 것인 줄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아버지와 나는 매일 아침 함께 대문을 나섰다. 이 집 저 집에서 아이들이 모여 학교로 향했다. 아버지는 내 작은 책가방을 매일 들어주셨다. 대문을 나서자마자, 아버지는 늘 빠르게 걸었다. 나는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똑바른 허리, 당당한 발걸음, 그 뒷모습은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커다란 나무처럼 우뚝 서 있었다.
아버지 손에 매달려 작게 흔들리던 내 빨간 책가방,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선명하다. 가방보다 더 작았던 내가, 그 속에 가득 실려 흔들리고 있었던 것만 같다. 아버지의 걸음은 늘 빨랐다. 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저 앞서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 작은 아이는 흰머리를 쓸어 넘기는 나이가 되었고, 큰 나무 같던 아버지는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노인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그 손이 얼마나 말라 있는지,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스며 있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그 아침의 햇살이 있다.
작은 삼각형 마당을 가로질러,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길게 드리워지던 그 순간.
그 등굣길, 그 뒷모습, 그 가방의 흔들림.
그 모든 것이 내 인생의 시작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버지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작은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