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세상에 이름 없는 꽃은 없다.
내가 다만 눈길을 주지 않았을 뿐이다.
봉선화 (鳳仙花, 봉숭아꽃)를 알아보자.
씨앗이 익으면 터지면서 퍼지는 성질이 있어 “터치-미-낫(Touch-me-not)“이라는 별명이 있다. 손톱에 물들이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봉숭아꽃물 들이기). 봉숭아꽃 물을 손톱에 들이고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봉선화, 그 기다림에 대하여
나의 손톱에 너의 마음이 붉게 물든다.
말하지 못한 사연도
마르지 않을 그리움의 눈물도
비 오면 번질까
바람 불면 질까
고이고이 너를 감싼다
빛바랜 손톱 위로
흰 눈송이 쌓여가도
떠나간 님은 보이지 않고
꽃 진 자리마다
눈송이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리움
기다림이 곧 인내와 절제를 의미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돌아선 연인의 마음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일은,
더 이상 아름다운 서사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미련하고 비효율적인 감정 소비로 취급된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듯,
우리 또한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결별의 상처를 목놓아 받아들이기에는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우리에게 주어진 감정의 유예는 너무 짧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림조차 사치라 말하는 시대를 산다.
돌아오지 않을 이를 그리워하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마음을 닫는 일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어리석은 감정의 낭비로 여긴다.
기다림의 애틋함도, 상실의 슬픔도
충분히 느낄 시간을 허락받지 못한 지금,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모든 것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내 마을 속 한 사람을 끝까지 그리워해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