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걷다보면 길이 생긴다
뉴욕 공항 도착사인이 떴다.
입국심사 줄에 서면 괜한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최근 들어 자주 오르내리는 미국 관련 이런저런 뉴스를 접한 후라 평소보다 더 꼼꼼히 관련 서류들을 챙겨본다. 긴 대기줄을 거쳐 마침내 임국 심사관과 만났다. 입국 목적과 기간, 체류지 등 몇 가지 간단한 질문 후 순순히 도장을 찍어준다. 무사 통과한 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잠깐이나마 괜히 긴장했던 이 상황에 허탈감을 느낀다.
서둘러 짐을 찾으러 이동한다. 긴 컨테이너 벨트를 따라 크고 작은 캐리어들이 하나둘씩 떨어진다. 14시간 이상 비행으로 시달린 내 컨디션 마냥 너덜너덜해져 있을 내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주황과 파랑이 섞인 알록달록한 스카프를 매 놓은 덕분에 멀리서도 내 것임을 직감한다. 짐을 냉큼 집어 들고 미리 깔아 둔 우버 앱을 켠다.
시차덕에 달력의 시간은 출발일과 같은 늦은 밤이다. 타임스퀘어 주변에 위치한 첫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잊고 있던 피로가 밀려온다. 뉴욕에서의 첫날밤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총 4주간의 일정 중 첫 주와 마지막주는 뉴욕, 둘째 셋째 주를 시카고에 머물기로 한다.
이번 여행의 기본 원칙은 느슨함이다. 뚜렷한 목표나 꽉 짜인 계획으로 움직이기보다 뉴욕과 시카고의 '책', '책방', '문화공간'을 찾아 발길 닿는 대로 다녀본다.
걸어가다 보면 길이 생길 거라는 믿음으로...
뉴욕에 관한 지식사전 1.
뉴욕을 상징하는 세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빅애플과, 자유의 여신상, 노랑 택시 yellow cab이 떠오른다. 물론 개인적 생각이라 그 외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빅애플 (The Big Apple)은 뉴욕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빅애플'은 1920년대 경마꾼들 사이에 불리던 별명에서 유래한다. 당시 각 지역을 의미하는 속어가 사과, 즉 '애플'이었는데 최고의 상금이 보장되는 뉴욕 경마대회를 일컬어 '빅애플'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후 1970년대 뉴욕 관광청이 도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I Love NY” 캠페인을 구상하면서 뉴욕의 별명을 'Big Apple'로 지정해 공식화됐다. 혹시나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빅테크 기업 '애플'과 관련이 있을까 했던 나의 무지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뉴욕=자유의 여신상 (Statue of Liberty)은 공식과도 같다. 뉴욕 항구에 위치한 이 거대한 동상은 명실상부 미국의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자유의 여신상은 188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은 엘리스 섬(Ellis Island)에서 첫 입국심사를 받아야 했는데, 자유의 여신상이 바로 그 섬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민자들의 첫인상이 된 이 여신상이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상징이 된 이유다. 여신이 들고 있는 횃불은 자유와 계몽, 왼손에 든 책은 독립선언서를 뜻한다. 뉴욕이 미국의 경제, 문화, 이민의 중심지인 만큼 그 중심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이 자연스럽게 도시의 아이콘이 됐다.
The MET(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앞에는 여전히 수많은 노란색 택시들이 즐비하다. 1930년대에 뉴욕의 여러 소규모 택시 회사들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Yellow Cab’이라는 브랜드가 널리 퍼지게 되었고, 그대로 뉴욕의 이미지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택시 드라이버>(1976),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등 뉴욕을 배경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오브제가 노랑 택시, yellow cab이다.
그 외에도 42번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타임스퀘어 (Times Square)는 뉴욕의 중심지이자 문화의 상징이다. 2010년 TV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타임스퀘어에 비빔밥 광고를 올렸던 적이 있다. 당시 산호세에 거주하던 교민으로서 이 광고는 우리나라에 대한 자존감을 한껏 올려주는 기폭제가 됐다. 또 2012년 가수 싸이가 새해맞이 행사에 초청가수로 왔을 때의 자부심은 또 얼마나 컸던지... BTS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채 끝나기 전 두 번째로 이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싸이 때의 감동이 내겐 훨씬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이곳 광고판에 우리나라 기업 로고가 보이는 게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지만 미국에 살던 내게 타임스퀘어는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었던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영화가 생각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브루클린 브리지 (Brooklyn Bridge)와 낭만이 흐르는 포토스팟 DUMBO(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 중학교 때 영어 교과서로 처음 만난 센트럴 파크 (Central Park), 뮤지컬의 성지 브로드웨이 (Broadway), 왠지 무서운 일만 생길 것 같은 할렘 (Harlem) 등 앞으로 뉴욕에서 만나게 될 여러 랜드마크들(아래 지도 참고)에 대해서도 조금씩 더 풀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