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넘은 공연예술 전문 서점 ‘드라마북샵’
뉴욕의 아침은 일찌감치 시작된다. 아침 8시, 숙소를 나서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베이글 집에 들렀다. 뉴욕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훈제연어와 크림치즈가 듬뿍 올라간 베이글(Bagel with Lox)을 주문하고 길 건너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한잔 픽업한다. 카페 유리창 밖으로 옷깃을 여미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활기찬 뉴요커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은 코트가 어울리는 쌀쌀한 뉴욕의 아침을 베이글과 커피와 함께 온전히 느껴본다.
오후 들어 센트럴파크를 향해 걷는다. 에어팟 한쪽을 귀에 끼고 구글맵을 켠다. 한쪽 귀는 주변 위험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비워둔다. 거리에서 지도를 너무 유심히 보면 관광객으로 보여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조언에 에어팟으로 흘러나오는 소리 안내에 의지하며 미리 숙지한 길을 따라 여유 있는 척 발을 내딛는다. '이제부터 나는 뉴요커다!‘
7번가를 향해 조금 걷기 시작하는데 익숙한 상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The Drama Book Shop"이다. 내 여행 리스트에 포함된 서점 중 하나가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이야 오늘 운이 좋으려나 보다!'
호텔과 같은 길 W 39th street에 위치한 이곳을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때론 너무 가까이 있어서 놓쳐버리는 것들이 있다. 불현듯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온 구절이 생각난다. "가장 소중한 것은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무려 100년이 훌쩍 넘은 유서 깊은 독립서점이다. 연극, 뮤지컬, 영화, TV 등 각종 희곡 및 공연 예술 전문 서적이 필요하면 이곳을 찾으면 된다.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관련 종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 벽면에 연식이 제법 오래돼 보이는 연극 및 각종 공연 포스터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또 사방 벽면을 꽉 채운 책장과 책장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인테리어가 시선을 모은다. 꾸밈 요소들이 모두 책을 활용한 것이어서 책방의 상징적인 조형물로 손색이 없었다.
드라마북샵은 1917년 공연예술 비영리 단체인 '뉴욕 드라마 리그'에 의해 설립되었고, 1923년에 독립서점으로 전환됐다. 그 이후 100년 넘게 뉴욕 공연 예술계의 메카로 자리매김해 온 곳이다.
이곳 역시 한때 임대료 상승 등 운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처했으나 2018년 뮤지컬 '해밀턴'의 창작자인 린-마누엘 미란다와 연출가 토마스 카일,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 극장주 제임스 네덜랜더가 이 서점을 인수해 회생시켰다고 한다. 2020년, 현재 위치인 웨스트 39번가로 이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 책방에는 책뿐 아니라 스타벅스 등 여러 커피 브랜드들과 협업해 향긋한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도 함께 운영 중이다. 책방 내부 곳곳에 커피를 마시고 대화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테이블이 있다. 작가, 배우, 연출가 등 관련 분야 종사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심도 있는 회의를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구석에는 노트북을 펴고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도 눈에 띄고 책 삼매경에 빠진 사람도 보였다. 이처럼 책 판매뿐 아니라 카페 운영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며 자유롭게 책을 읽고, 일하고, 여러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장을 열어두었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희곡만 전문으로 모아둔 섹션이 보인다. 무려 8천여 권 이상의 희곡과 관련서적을 이곳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원문 희곡들이 한쪽 책장에 종류 별로 꽂혀 있다. 고어로 쓰인 원문 희곡을 이것저것 들쳐보다 보니 어느새 나도 과거 16세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셰익스피어가 말을 걸어올 것 같은? 이곳에는 다른 서점에서 찾기 힘든 희귀한 희곡 및 공연예술 관련 서적들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북샵에서는 정기적으로 작가 사인회 및 공연 관련 이벤트도 종종 개최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문구류와 의류, 에코백 등 서점의 로고가 박힌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한다.
드라마북샵의 공동 대표인 미란다는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책방이 지역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것"이라며, 서점이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예술가들이 모여 다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티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 책방의 운명은 브로드웨이 커뮤니티와 함께 한다. 공연계와 서점이 상생 관계가 되어야 한다 “라고 강조한다.
독립서점은 단순한 책방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서점에 한참을 머물다 나오니 밖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센트럴파크는 내일로 미루고 저녁 약속 장소로 발길을 옮긴다.
뉴욕의 이틀째 날이 저물어 가고 있다.
뉴욕에 관한 지식사전 2.
뉴욕시는 총 다섯 개의 자치구(boroughs)로 나뉜다. 이 다섯 개 자치구는 동시에 다섯 개 다른 이름의 카운티(county)로 불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욕의 명소들은 대부분 '맨해튼 자치구'에 위치하는데 이곳을 다른 말로 '뉴욕 카운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맨해튼(Manhattan)- 뉴욕 카운티:
뉴욕의 금융, 문화, 관광 중심지로 월스트리트, 센트럴파크, 타임스퀘어 등 대부분의 랜드마크 및 관광명소를 포함하고 있다.
브루클린(Brooklyn)-킹스 카운티:
뉴욕 내 인구가 가장 많고 예술과 힙한 문화로 유명하다. 윌리엄스버그, DUMBO 등이 이곳에 위치한다.
퀸스(Queens)-퀸스 카운티:
가장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으며 JFK 라과디아 공항이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브롱스(The Bronx)-브롱스 카운티:
힙합의 발상지로 양키 스타디움이 이곳에 있다.
스태튼아일랜드(Staten Island)-리치먼드 카운티:
가장 조용한 외곽 섬. 자유의 여신상을 무료로 보려면 이곳으로 들어가는 무료 페리를 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