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에서 만난 뛰어난 예술 작품들과 문화적 교류
뉴욕의 3대 미술관은?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이들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 Museum), 그리고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를 꼽는다. 이번 뉴욕 여행 일정 중 이 세 곳 미술관은 꼭 방문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오늘 일정을 숙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MoMA로 잡았다. 도보로 30분 거리다. 뮤지엄 관람에 어울리는 최대한 편한 복장과 신발을 챙겨 신고 호텔을 나선다.
3월 초 뉴욕의 아침 기온은 아직 도톰한 겉옷이 필요한 날씨다.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을 가로질러 일부러 성패트릭 성당(St. Patrick's Cathedral)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한 맨해튼을 느끼기에 그만이다.
멀리서부터 '저 건물은 뭘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근사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성패트릭 대성당이다. 이곳은 뉴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로 1878년에 완공된 신고딕 양식의 정통 건물이다. 성당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웅장한 위용에 이내 압도되고 만다. 미사 중이라 내부 관람은 다음으로 미루고 MoMA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점점 늘어나는 인파를 보니 MoMA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간단한 짐 검사와 보안검색을 통과하고 안으로 입장한다. 운이 좋게도 출국 전 새로 만들어온 H 신용카드로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오늘도 순조로운 하루가 이어지려나 보다'하고 기분 좋게 MoMA 투어를 시작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침을 거른 탓에 먼저 카페에 들러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고 체력을 보강한다. 야채수프와 브라우니,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나온 음식들도 이곳 클래스에 맞게 예술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충전이 끝났으니 1층부터 관람을 시작한다.
1층에는 고흐, 피카소, 마티스 등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읽었던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가 떠올랐다. 작품 속 인물들이 작품 밖으로 튀어나와 관람자와 함께 대화한다는 이야기 시리즈인데 만약 지금 그런 기적이 일어난다면 참 흥미롭겠다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주변은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측면 빈 곳을 찾아 다행히 근접 촬영에 성공했다. 문득 몇 년 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와 마주하던 때가 생각났다. 작품 앞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인해 멀리서 사진만 간신히 찍고 이동해야 했던….
사실 <별이 빛나는 밤>은 내게 무척 익숙한 작품이다. 몇 해 전 이 작품으로 만들어진 2천 조각 퍼즐을 가족 프로젝트로 완성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밤을 새우며 작은 퍼즐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느라 작품 구석구석 미세한 곳까지 관찰해야 했다. 확실히 그 어떤 작품보다 더 친숙하고 정이 갔다. 현실에서 마주한 작품은 생각보다 아담한 크기에, 몽환적인 밤하늘의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졌고, 고흐만의 아름다운 색감을 온전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꺾어진 벽 두면을 길게 이은 초대형 작품인 모네의 <수련 Water Lilies>이 보인다. 크기와 분위기에 압도돼 작품 앞에 앉아 한참을 머물렀다. 프랑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봤던 초대형 수련 패널에 버금가는 작품이다. 2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 작업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잠시 상상해 본다. 작품 앞 긴 벤치에 앉아 좌측에서 우측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겨가며 작품을 관찰했다. 모네는 20년 이상 수련 연못을 그리며 빛과 색의 변화를 탐구하고, 자신의 예술적 경로를 발전시켜 나갔다. 수련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결국 그를 인상파에서 추상파로 변신시키는 분기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 대한 깊은 고민과 번뇌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그 밖에도 마티스의 <춤 Le Danse>,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등 미술책에서 보던 여러 작품들을 실물로 확인해 가며 MoMA에서의 느긋한 시간을 만끽한다.
2층부터는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현대 미술이 주로 위치한다. 앤디 워홀을 비롯해, 잭슨 폴록,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의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워홀 작품은 왠지 장난스럽지만 밉지 않다. 워홀 하면 떠오르는 <캠벨 수프 캔>을 비롯해 MoMA에서 만난 그의 다양한 작품들 중 내가 선택한 작품은 <꽃 Flowers>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도 반복 기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각 요소들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캠벨 수프 캔도 자세히 보면 각 수프의 종류가 다르듯이 꽃들도 반복되는 듯하나 여섯 개 작품이 각각의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내게는 이 작품이 워홀 작품 중 가장 평안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폴록의 작품은 얼핏 낙서 같아 보이나 보면 볼수록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One: Number 31>은 1950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4층 데이비드 게펜 갤러리에 위치해 있다. 좀 쉬어갈 겸 우연히 앉은 곳에서 만난 작품이다. 그는 작품과 자신이 하나가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작품은 자유로운 붓놀림과 다양한 방법으로 염료를 붓는 형식의 드리핑 기법을 혼합하고 있다. 그의 작품명 대부분이 숫자로 되어있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니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 느끼길 원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진정한 예술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해 간다. 뒤샹의 <Fountain>, 몬드리안의 <Composition with Red, Blue, Black, Yellow> 등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 이 작품 알아!'라고 소리칠 만한 유명 작품들이 계속 등장했다. 작품 옆에는 각각의 큐알코드가 있어서 별도의 도슨트나 설명 없이도 쉽게 작품에 대해 숙지할 수 있었다.
MoMA는 작품 전시 외에도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미술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무명작가들의 진출 기회를 열어놓는 등 예술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뉴욕 주민들에게 무료입장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문화적 평등도 지향하고 있다.
뉴욕 MoMA는 단순한 미술 전시뿐 아니라 교육 및 문화적 교류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창의력 증진에 기여함으로써 지역 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MoMA에서 시대별 거장들의 작품을 맘껏 감상하고 예술 공간과 일체 되어 마냥 머물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다. 서둘러 MoMA Design Store에 들러 귀여운 기념품을 골라 담고 미술관을 빠져나온다.
저녁은 호텔 근처 수제버거 맛집에 들러 하루의 피로를 달랬다. 두툼한 패티에 육즙이 팡팡 터지는 수제버거 맛은 역시 뉴욕이 최고다. 칼로리 폭탄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메뉴 중 하나가 아닐까?
뉴욕에 관한 지식사전 3.
맨해튼(Manhattan)이란 이름은 원주민의 언어 "Manahatta"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 의미는 "많은 언덕" 또는 "언덕이 있는 장소"로 이 지역에 언덕이 많이 있어 붙어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그 후, 네덜란드 탐험가 헨리 허드슨(Henry Hudson)이 맨해튼을 유럽에 소개했고, 1627년부터 네덜란드가 맨해튼을 포함한 뉴욕 지역을 식민지화하기 시작했다. 이때 붙여진 이름이 '뉴암스테르담(New Amsterdam)'이다. 그 후 다시 영국에 의해 점령하면서 현재의 '뉴욕(New York)'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고.
맨해튼은 다시 다운타운, 미드타운, 업타운으로 구분하는데 센트랄파크 아래쪽 타임스퀘어를 비롯, 브로드웨이 및 5번가를 미드타운, 월스트릿과 세계 무역센터가 위치한 곳이 다운타운, 센트럴파크를 기점으로 북쪽과 할렘지역을 업타운이라고 부른다.
맨해튼은 면적은 작지만 뉴욕 내 인구밀도가 최고인 지역이다. 뉴욕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미국의 경제, 문화, 예술, 미디어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많은 고층 빌딩 속 다양한 비즈니스가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서울만큼이나 바쁜 뉴요커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